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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 130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문학사상사, 2005)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문학사상사, 2005) 제목이 말하듯이 저기 콜롬비아 구석에 붙은 마콘도에 터를 잡을 부엔디아 가문은 5대 100년 동안 고독했다.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새로운 낙원을 찾았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부터 5대를 걸치는 동안 부엔디아 가문은 고독에서 벗어나려 애를 쓰는 사람 투성이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돼지꼬리 달린 아이가 가문의 종지부를 찍는다. 부엔디아 가문이 고독했던 이유는 그들이 철저한 타자(他者)였기 때문이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터를 잡은 마콘도는 그에게 이름을 부여받았을 뿐, 이름이 없었던 그 곳의 입장에서 그는 외지에서 온 타인이었다. 또한 그는 서서히 밀려드는 새로운 문명과 이..

고향 (이기영 지음, 문학사상사, 1994)

고향 (이기영 지음, 문학사상사, 1994) 그의 문장은 멋스럽지만 가식이 없다. 넘실거리는 생생함이 있다. 잘 익은 나락, 고즈넉한 오후의 부락 어귀, 달빛이 쨍한 여름밤 밭둑, 비늘처럼 반짝이는 개천의 풍경을 열두폭 병풍처럼 눈 앞에 훤히 펼친다. 그런 글재주로 농촌의 안락함과 따스함만을 그렸다해도 아주 좋은 글이 되었겠지만 은 그렇지 않다. 그 풍경 속에서 움싯거리는 사람들은 결코 서정의 주인공들이 아니다. 기아에 전복되어버린 노동의 가치와 극복을 선택할 수 없는 환난과 비참, 그 안에서 아둥거리는 힘 없는 사람들의 지난한 삶, 이론과 지성의 무력함에 힘이 빠진 자발적 선각자들의 절망과 갈등이 풍경의 속살이다. 자본이 득세하면서 가난과 노동은 대를 잇는 순환의 출발점에 선다. 토지의 신성함과 노동의..

영화 The Human Race - 누가 인간의 경쟁을 주도하는가

The Human Race (폴 허프 감독, 미국, 2012) 80명의 사람들이 문득 한 곳에 모인다. 이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며 그것을 밝히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성직자부터 운동선수,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임산부.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규칙을 듣는다. 멈추면 죽는다, 길이 아닌 풀을 밟으면 죽는다, 추월 당하면 죽는다, 집, 학교, 감옥은 안전하다. 우왕좌왕하는 통에 누군가가 시멘트 길 위에서 밀려나 풀을 밟는다. 첫번째로 룰을 어긴 그녀는 순식간에 머리통이 터지며 죽는다. 사람들은 달린다. 일단은 살기 위해서다. 왜 달려야 하는지 의심을 품는 것은 잠시다. 의심을 품는 사이 누군가는 나를 앞질러 달려간다. 그들이 달리는 경로는 일상에..

우리는 언제 욕을 먹는가 - 세월호 사고를 통해 본 욕먹는 이유

살다보면 욕을 먹는다. 잘못해서 욕먹기도 하고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욕을 먹기도 한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보면 욕먹는 것을 피하기는 참 힘들다. 인간은 경험에서 배운다. 그 덕분에 욕먹는 상황을 줄여간다. 반성하고 되돌아봐 욕먹는 경험은 줄이려 한다. 그런 점에서는 욕먹는 경험도 의미가 있다. 언제 욕을 먹는지 안다는 것은 그 상황을 피하려 드는 확실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언제 욕을 먹을까. 1. 남에게 해를 가하면 욕먹는다남에게 해를 가하면 욕을 먹는다. 특히 그것이 의도된 것일 때는 욕을 피해갈 수 없다. 나의 만족과 이익을 위해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내거나, 스트레스와 화를 풀려고 사람을 두들겨 패거나 위해를 가하면 욕을 먹는다. ..

시가 나에게로 왔다 (김용택 지음, 마음산책, 2001)

시가 나에게로 왔다 (김용택 지음, 마음산책, 2001) 나는 시를 모른다. 쓸 줄도 모르고 읽을 줄도 모른다. 그래서 책장에 드문드문 보이는 시집들에는 손이 잘 안간다. 그저 몇몇 간드러진 표현에 매력을 느끼고 흠~ 하며 시 한편 알게 된 것이 좋다고 느끼는 정도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시가 궁금해졌다. 생각과 논리가 아닌 정서와 감정을 텍스트로부터 느끼고 싶었다. 나는 소심했다. 뭣도 모르는 채로 황지우에게, 기형도에게, 김수영에게, 장정일에게 다가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래서 김용택 시인이 사랑하는 시라면 나도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 책을 골랐다. 말이 좋아서 그렇지 베스트 음반집 사는 것과 별다르지 않다. 그런데 시작부터 황지우다. 솟아오르려는 소심함을 무릅쓰고 읊조려본다. 오늘 나는..

쇼펜하우어 인생론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박현석 옮김, 예림미디어, 2008)

쇼펜하우어 인생론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박현석 옮김, 예림미디어, 2008) 이 세계를 가능한 것 중의 최악으로 여기며 인간을 맹목적인 생명충동이라는 의지에 예속된 '내부의 시계 장치로 작동하는 인형'에 불과하다고 본, 근대 이후 염세주의의 맹아였던 쇼펜하우어가 인생과 행복을 말하는 것은 무척이나 낯설고 얼떨떨한 일이다. 그는 삶을 고통일 뿐이라고 했으니 그가 말하는 인간의 삶에서는 행복이 불가능하다. 항간에서는 자살옹호론자로까지 일컬어지는 그이니 '행복'이라는 말은 애초부터 그와 어울리지도 않는다. 나는 쇼펜하우어가 이런 글을 쓴 이유나 의도에 대해서 굳이 이해하려 노력하진 않았다. 다만 다음처럼 염세주의자의 행복론을 인식했다. '살아봤자 좋을 것 없는 인생이지만 마지못해 산다면, 그나마 조금이..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은행나무, 2005)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은행나무, 2005) 결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여기는(여겼던) 강박과 열등감, 피해의식에 삶이 뒤틀려버린 몇몇의 환자가 '입 다물고 주사부터' 놓길 심하게 즐기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를 만난다. 이라부는 치료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치료라고 부를만한 일도 하지 않지만 능구렁이 담 넘듯이 환자의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당사자들은 당황한다. 100킬로그램은 족히 되는 큼직한 이라부가 그들의 안으로 밀고 들어온 통에 자신은 자신의 밖으로 밀려난다. 저항할 수도 없다. '왜 그런지 저항할 기력마저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밖으로 밀려난 그들은 가면에 가려져 있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문제를 인식한다. 그리고 (이라부와는 별 관계 없이)..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방안과 대통령의 교육관

지난 7월 23일,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가 'SW 중심사회 실현 전략보고회'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를 발표했다. 정부 방안의 골자는 이렇다. * 청소년이 SW를 배울 수 있는 기회 확대* 대학의 실전 SW 전공교육 강화 * SW기반의 새로운 미래성장동력 창출 지원 * SW로 제조업 고부가가치 촉진 * 2020년까지 SW 불법복제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현재 38%→20%대)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골자'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다)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일들이다. 당면한 문제는 이와 관련한 실행안들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되겠다. 아무리 뜻이 좋고 목표가 원대해도 결국은 실행을 어떻게 하느냐가 뜻과 목표의 가치를 매듭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신.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민음사, 1998)

변신.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민음사, 1998) 인간은 스스로와 타인을 기만한다. 자신의 합리화를 위해, 이익을 위해, 권위의 보존을 위해 기만하고 기만 당한다. 기만을 하는 쪽에게나 당하는 쪽에게나 궁극적으로는 살기 위한, 때로는 살아남기 위한 방편의 하나다. 인간에게 생존의 욕망은 예의 간절하고 절박하다. 그래서 인간의 기만은 강압과 폭력의 모양새를 취하기 일쑤다. 인간은 그렇게 타인과 자신을 강제해 기만의 산물을 보편적인 행위 양식으로 규정하고 타협을 통해 서로의 생존을 용인한다. 기만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설사 죽음으로 기만의 사슬을 끊으려 든다 해도 그 죽음조차 기만의 산물이 될 수 있다는 가정을 외면할 수 없기에 죽음조차도 기만을 극복하는 방법이 아니다. 이미 기..

대한민국 보수의 특징 - 공감 능력 부족

세월호 사고 특별법 제정을 두고 의견의 부딪힘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해석으로 인한 오해는 제쳐두라도 두 달 전 국민 대부분이 공유했던 안타까움과 관심, 기대, 바람은 예전 같지 않다.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은 3자의 감정이 아무리 절절하다해도 피해 당사자만 못한 것은 당연한 이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감정이 옅어지는 것 또한 뭐라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특별법 제정을 두고 일부 사람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드러내는 세월호 사고 유족에 대한 반감과 공격성은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한다. 특히 스스로를 보수라고 일컫는 몇몇 사람들의 언행은 당혹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듣기 좋은 노래도 세 번이면 지겨운데 석 달이나 시간을 끄니까. (삼 개월이 넘었어.)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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