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생각하기 130

엇나간 주인의식은 비행기도 후진시킨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비행기를 후진, 정확하게 말하면 활주로로 가다가 방향을 되돌려서 다시 탑승 게이트로 '램프리턴'을 시켰다는 기사로 12월 두번째 월요일이 시끌벅적하다. 비행기에 문제가 있거나 해서가 아니라 기내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한 승무원을 공항에 떨구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원래 승무원은 기장의 명령 없이는 내릴 수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조현진 부사장이 월권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후속 기사(대한항공 측의 해명)에는 기장 명령에 따라 승무원이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승무원의 하기(下機)가 적절한 절차를 거친 것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일반 승객이 땅콩 봉다리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저 승무원하고 비행을 하느니 하이재킹을 당하는게 낫겠어!!"라고 떠들..

에티카/정치론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추영현 옮김, 동서문화사, 2008)

에티카/정치론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추영현 옮김, 동서문화사, 2008) 인간의 감정에 대한 궁금함에서 시작했던 에티카 읽기로 늦은 여름과 가을을 꼬박 채웠다. 감정에 대해서 논한 3부와 4부, 그리고 책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5부를 주로 읽었다. 신에 관해서 논한 1부와 정신의 본성에 관해서 논한 2부는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선에서 접근했다. 그리고 미완으로 남아 있는 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물론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시간이 많이 든 것은 가 읽는 책이 아니라 공부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금세 느꼈기 때문이다. 철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가 힘들어 다른 책들도 많이 참조했다. '책세상'에서 나온 (완역본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들만 발췌하고 해제를 덧붙인 일종의 지침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3)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3) 정치적/사회적 권력을 갖지 못하거나 약한 사람, 계급 구조의 하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공격 후에 있을 반격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내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상이 (그것이 편견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나보다 권력이 크거나 있거나 계급 구조의 상위에 있다면 발톱과 이빨을 감추는 것이 여러모로 속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약자라고 해서) 경멸의 감정을 무조건 감추진 않는다. '조롱'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경멸감을 어느 정도 드러낸다. 조롱은 상대를 비웃거나 깔보는 행위이며 계급과 권력의 위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대통령이든 기업 회장이든,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국회의원)에게 질문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질문은 없다. 질문 할 생각도 없고. 그냥 꼬집고 할퀴고 깨물어주고 싶은 마음만 있다. 그가 지난 25일 세미나에서 했다는 발언을 두고 괜한 딴지를 걸어보고 싶다는 얘기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들이 겁이 나서 정규직을 못 뽑다 보니 비정규직만 양산되고 있다."왜 이러실까? (부총리님도 차암~) 기업들이 겁이나서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만 뽑는다니? 여물 되새김질 하던 소가 박장대소하다 사레 들릴 일이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쓰는 것은 정규직보다 돈이 덜 들어가기 때문이지 정규직 뽑기가 부담 되서가 아니다. 비용이 줄면 이윤이 늘어나는 태생적인 구조 안에서 정규직을 택하느냐 비정규직을 택하느냐는 기본적으로 돈 문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두 사람이 같은 수준의 역량..

대통령의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통령(존함은 생략한다)이 대선 때 걸었던 공약들이 늦가을 옥수수대처럼 우스스 쓰러져가는 것을 보면서, 세월호 사고 때 껌뻑거리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했던 말들이 배와 함께 진도 앞바다에 가라 앉는 것을 보면서, 결코 나는 속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 반전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 말들을 믿지도, 기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반전의 반전이다) 하지만 궁금함은 있다. '저 분은 왜 거짓말을 하실까?'라는 궁금함 말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배웠다. (물론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다분히 철학적인 개념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짓말들은 선의나 철학과는 하등 관계 없으니 접어두자.)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기초적면서 보편적인 상식을 모를 리 없다. 분명 '나쁜..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은 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가

공무원연금개혁을 두고 의견 대립이 굳어지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개혁안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의 문제를 하향평준화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며 국가가 부담해야할 책임을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행태라고 비난한다. 반면에 지금 손을 대지 않으면 메꿔야야할 연금 적자만 늘어날 뿐이며 하향평준화를 하더라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혁안의 수혜자인 공무원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10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여의도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50여개 단체가 44만 5천여 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98.64%가 반대를 선택했다.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대다수..

에티카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지음, 조현진 옮김, 책세상, 2006)

에티카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지음, 조현진 옮김, 책세상, 2006) 이 책을 읽은 것은 '감정'에 대한 궁금함 때문이었다. 인간의 감정을 논한 철학자가 많긴 하겠지만(많긴 하지만) 스피노자가 그나마 익숙한 이름이었다. 하지만 스피노자라는 거대한 산을 단번에 오를 수는 없었다. 뭇사람들이 스피노자는 원문을 읽기 전에 해설서를 먼저 읽는 것이 낫다고들 했다. 산을 오르기 전에 산의 정보를 알려 줄 지도를 보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의 전문(全文)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피노자라는 산은 지도조차 험난했다. 스피노자를 알기 위해서는 당대의 철학 사조, 데카르트 철학과의 관계 따위를 알아야 했다. 스피노자와 관련한 정보를 찾아가며 세 번 정도를 읽고 나서야 희미하게나마 산의 모양새가 보이는 듯 했다. ('보였다..

이범균 판사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여기가 뉴스가 끝이었다면 '너무하네~' '그러면 그렇지~' '아놔~ 씨X~'정도의 한탄이 쏟아져나왔을 것이다.(물론 현 정권의 지지자들은 빼고) 그런데 이번 법원의 판결은 그런 한탄조차 삼키게 했다. 대선개입 혐의는 무죄지만 정치관여 혐의는 유죄라는 실로 창의적이기 이를 데 없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선 정국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정치적 관여를 했는데 그 둘은 연관성이 없다는 희한한 판단을 법원이 들고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대부분 어안이 벙벙해서 '이게 뭔 소리야...' 하고 있는 마당이다. 상식의 눈으로 봤을 때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 정국에 개입한 것은 너무 명백하다. 대통령제를 선택한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 ..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지음, 돌베개, 2014)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지음, 돌베개, 2014) 이 책은 지난 55년의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빠짐없는 기록이 아니라 내가 그 시대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실들에 대한 기록이다. – 에필로그 中 는 작가 유시민(그는 요즘 그를 이렇게 불러주길 바란다)이 지난 55년 동안의 대한민국 역사에서 자신이 주목한 사실을 기록한 책이다. '역사의 사실'을 기록했으니 역사서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건조한 책은 아니다. 역사가의 의무는 사실의 정확함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연구 주제나 방향성을 가진 해석이 사실과 관련되어 있음을 그려내야 한다는 E.H.카의 견해를 놓고 봐도 이 책을 명백한 역사서로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과거 사실에 대한 그의 시각이 현재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4)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4) 책 제목부터 신이 난다. 글줄기도 시원시원하고 내용도 명쾌하다. 진보는 싸가지가 없어서 욕을 먹으며 그 싸가지 없음은 우월감에서 나온다. 우월감의 대상은 여당 뿐만 아니라 민심까지 포함한다. 결국 우월감은 소통을 방해하며 무능으로 귀결된다. 극복하는 방법은 존중이다. 경쟁자를 존중하고 서비스의 수혜자(민심)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면 일패도지의 제로섬 게임을 극복할 수 있는 타협을 끌어낼 수 있다. 무력혁명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면서, 즉 선거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면서 일반 유권자들의 정서를 무시해서 어쩌자는 건가. 진보적 지식 엘리트는 자신의 학벌 자본을 이용해 경제적으론 풍요를 누린다. 당위만을 놓고 보자면 진보가 보수에 비해 멋져 보이는 데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