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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읽고 생각하기 49

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다산초당, 2018)

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다산초당, 2018) 마흔에 접어들 때 특별한 감정이 있진 않았다.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 하는 정도였다. 미처 알아채지 못하거나 숨기고 싶은 서글픔이나 설렘이 마음 한 켠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일상에 쉽게 용해되고 만다. 그러다 마흔 하나가 되고 마흔 둘이 되고 마흔 셋이 된다. 나이 먹음도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나는 줄곧 나이를 그렇게 먹어왔던 것 같다. 특별할 것 없었던 40대가 부담스럽게 다가온 것은 나이 50까지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다. 이제 지나온 40대의 절반만 살면 쉰이다. 전에 그랬듯이 나이듦을 자연스러운 삶의 진행으로 받아들인들 누가 뭐라 하겠냐만, 그래도 사뭇 느낌이 다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만큼..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생각연구소, 2017)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생각연구소, 2017) 감정의 보편적이고 고전적인 정의는 '어떠한 현상이나 일, 사물에 대한 심정이나 기분'이다. 나는 이 정의를 '외부 자극에 대한 마음(정신)의 반응'으로 표현한다. 이 정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받아들여져 왔으며, 감정은 이런 정의에 근거하여 해석되고 논의되어 왔다. 반면에 감정의 목적이나 형태, 발생의 메커니즘 따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의견이 있어 왔으며 지금도 새로운 의견들의 등장이 계속 되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과학기술의 발달 덕에 뇌과학, 신경과학 분야에서 감정에 대해 좀 더 계량적이고 물리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350여년 전 르네 데카르트가 정신과 신체가 분리되어 있다는 심신 이원론을 바탕으로 '정념'을 논할..

여자의 심리학(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강희진 옮김, 북폴리오, 2006)

여자의 심리학(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강희진 옮김, 북폴리오, 2006) 여자의 심리학. 책 제목이 주는 무거움과 조심스러움을 무시할 수 없지만, 다행히 이 책의 주제는 명쾌하다. 그 알 듯 모를 듯한 여자의 마음 중에서도 자기애적 인격장애, 즉 나르시시즘을 앓는 여자들의 심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인 글쓴이의 경험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설득력도 있다. 글쓴이는 여성적 나르시시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나르시시즘의 본질은 자존감이나 자기애에 있어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성적 나르시시즘을 앓는 여성의 자존감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여성들은 한편으로는 자신이 잘나고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는 보잘것없다고 믿는다. 우월감과 열등감 사..

무진기행 (김승옥, 문학동네, 2004)

무진기행 (김승옥, 문학동네, 2004) 삶의 길목 길목에 섰을 때 우리의 눈과 몸은 밝고 따뜻한 양지를 향한다. 혹여 몸은 응달에 머물고 있을지언정 양지를 향한 관심과 욕망은 시들지 않는다. 즐거움, 기쁨, 우월함, 명랑, 쾌활, 호의, 환희 따위의 좋은 감정을 향함은 본능에 가깝다. 세상은 그런 좋은 감정들에 찬사를 보낸다. 그런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 절대적인 이유는 없지만, 그늘진 감정보다 감각적으로 끌린다는 이유만으로도 그것들은 삶의 지향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김승욱의 이야기는 그런 지향과는 거리가 멀다. 그늘에 웅크리고 않아서 갖은 불편한 감정들을 들춰낸다. 자괴감, 미움, 절망, 고독, 불안, 열등, 비탄, 시기, 멸시 같은 감정들이 그의 이야기의 결을 이룬다. 그렇다고 현진건의 '운수..

직장생활의 성공을 좌우하는 8가지 감정

직장생활의 성공을 좌우하는 8가지 감정(김성열 지음, 이원이 감수, 인포더북스, 2017) 소담하게 얘기하면 감정에 대한 되돌아봄이고, 거창하게 말하면 이성만능주의,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기다. 더 있어보이게 말하면 '이성'이라는 프레임으로 성공과 우월을 과시하는 자들에 대한 부정의 시작이다. 이성과 논리, 그것들을 시스템으로 구조화하여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 우월과 열등을 가르는 근대적 사고에 대한 저항이다. 아쉽게도 그런 큰 그림은 글쓴 이의 머릿속에만 있다. 이 책은 그저 하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직장'이 배경일 뿐이다. 이성과 논리를 배격하지도, 감정의 우월함을 말하지도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판단과 행위에 감정이 제법 녹아들어 있음을 얘기하는 정도다. 아마 그 영역을 넓혀가면 이성에 대..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10가지 심리법칙 (아서 프리먼/로즈 드월프 지음, 송지현 옮김, 애플북스, 2011) 하도 해서 질릴 법도 하지만 여전히 하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가 실수다. 사람이라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작은 실수도 하고 남의 이해를 구하기 힘든 큰 실수도 하면서 산다. 실수는 고의성이 없기에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을 가릴 수는 없다. 그저 실수의 결과가 좋고 나쁨으로 구분될 수 있는 정도다. 대부분은 결과가 나쁘기에 실수라고 불린다. '스마트한 실수', 그러니까 '똑 소리 나는 실수'는 있을까? 이라는 책 제목으로만 보면 똑똑하고 영리한 실수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이 책의 원제는 'The 10 ..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이레, 2005)

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이레, 2005)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불안은 사회적 지위, '세상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자리'에 대한 불안이다. 자본과 물질의 지배를 받는 현대 사회에서 '지위'는 사랑과 신뢰를 얼마나 얻을 지 결정한다. 은근한 강요와 피할 수 없는 경험에 의해 자본과 물질은 백혈구와 DNA가 되어 우리의 혈관을 돌아다니고 세포를 매운다. 집, 자동차, 직업, 연봉, 학력, 외모, 집안 등등, 우리를 규정하는 모든 것들에 나래비를 세우고 상대적 우열을 매긴다. 지위를 두고 노심초사, 안달복달 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판국이다. 사람들은 더 사랑받기 위해, 더 사랑받을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에 새로 산 값비싼 가방과(이때 가방은 ..

아직도 묻어가는 법이 궁금해? (김성열 지음, 피커북, 2015)

아직도 묻어가는 법이 궁금해? -밟히는 삶을 피하기 위한 직장인 본격 생존백서(김성열 지음, 피커북, 2015) 글쓰기의 효용과 목적은 여러 가지다. 의사전달, 감정표현, 설명, 주장, 묘사, 감상, 정리, 반성, 다짐, 결심. 인지하고 의식한 모든 것들은 글이 될 수 있다. 2년여 동안 써온 나의 글들도 제 각각 나의 인지와 의식을 드러낸다. 살펴보면 나의 글들의 대부분은 무엇을 설명하고 주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들이 애써 부정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직장생활의 이면, 애정과 사랑의 현실성, 세상과 관계를 맺는 태도 따위가 글감들이다. 처음부터 어떤 설명과 주장이 목적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저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아는 것, 나의 생각, 나의 인식을 표현하고 싶었고, 생각을 정리..

에티카/정치론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추영현 옮김, 동서문화사, 2008)

에티카/정치론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추영현 옮김, 동서문화사, 2008) 인간의 감정에 대한 궁금함에서 시작했던 에티카 읽기로 늦은 여름과 가을을 꼬박 채웠다. 감정에 대해서 논한 3부와 4부, 그리고 책의 결론이라 할 수 있는 5부를 주로 읽었다. 신에 관해서 논한 1부와 정신의 본성에 관해서 논한 2부는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선에서 접근했다. 그리고 미완으로 남아 있는 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물론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시간이 많이 든 것은 가 읽는 책이 아니라 공부하는 책이라는 사실을 금세 느꼈기 때문이다. 철학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가 힘들어 다른 책들도 많이 참조했다. '책세상'에서 나온 (완역본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들만 발췌하고 해제를 덧붙인 일종의 지침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3)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2003) 정치적/사회적 권력을 갖지 못하거나 약한 사람, 계급 구조의 하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은 누군가를 쉽게 공격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공격 후에 있을 반격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내구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상이 (그것이 편견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나보다 권력이 크거나 있거나 계급 구조의 상위에 있다면 발톱과 이빨을 감추는 것이 여러모로 속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약자라고 해서) 경멸의 감정을 무조건 감추진 않는다. '조롱'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경멸감을 어느 정도 드러낸다. 조롱은 상대를 비웃거나 깔보는 행위이며 계급과 권력의 위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대통령이든 기업 회장이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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