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읽고 생각하기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김성열 2015. 11. 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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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 실수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절대 모르는 10가지 심리법칙
(아서 프리먼/로즈 드월프 지음, 송지현 옮김, 애플북스, 2011)

 

하도 해서 질릴 법도 하지만 여전히 하고 있는 것들 중에 하나가 실수다. 사람이라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작은 실수도 하고 남의 이해를 구하기 힘든 큰 실수도 하면서 산다. 실수는 고의성이 없기에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을 가릴 수는 없다. 그저 실수의 결과가 좋고 나쁨으로 구분될 수 있는 정도다. 대부분은 결과가 나쁘기에 실수라고 불린다.

 

'스마트한 실수', 그러니까 '똑 소리 나는 실수'는 있을까? <그동안 당신만 몰랐던 스마트한 실수들>이라는 책 제목으로만 보면 똑똑하고 영리한 실수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이 책의 원제는 'The 10 Dumbest Mistakes Smart People Make and How to Avoid Them'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똑똑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10가지 멍청한 실수와 그것을 피하는 법'이다. 그렇다.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부주의 때문에 저지르니 실수는 '멍청' 계열에 가까운게 사실이다(한국어판 제목을 붙힌 사람의 실수는 아닐테다).

 

실수가 멍청 계열에 가깝다고는 말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스마트'에 비교했을 때 얘기다. 드러누워 스마트폰질 하다가 스마트폰을 떨어드려 코뼈가 부러진 것은 수전증이 있거나 손아귀의 근력이 딸려서지 멍청해서가 아니다. 그런 일에 대비를 못했기 때문에 멍청하다고 한다면 모든 우연은 멍청함의 결과 밖에는 되지 않는다. 이 책에 나오는 10가지 실수만 보아도 멍청함과는 거리가 멀다.

 

최악의 상황 가정하기, 남의 마음을 안다고 착각하기, 모든 일에 자신 때문이라고 탓하기, 낙관주의, 비판에 대한 맹신, 완벽주의, 남과 비교하기, 사서 걱정하기, 무모한 강박증, 사서 비관하기. 항상 우리가 하는 일이고 겪는 상황이다. 우리가 멍청해서 이런 행동과 사고를 한다면 인류 역사에서 멍청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리라.

 

글쓴이가 말하는 열 가지 실수들은 흔히 말하는 '비이성적 사고(와 그에 따른 태도, 행동)'의 결과다. 비이성적이라는 표현은 이성보다 감정(감성)에 휘둘렸다는 의미다. 감정에 휘둘렸다고 해서 멍청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적어도 이 책에 나오는 실수들의 기원은 멍청함 보다야 감정에서 찾는 것이 맞다.

 

묘하게도 이 책에 나오는 실수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하나의 공통적인 감정이 보인다. 바로 '불안'이다. 불안은 보이지 않는 것, 확실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객체가 명확할 때 느끼는 '공포'는 제거하거나 피할 수 있다. 허나 확실하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제거하거나 피하기 어렵다. 그런 감정이 바로 불안이다. 앞서 말한 10가지의 실수들을 하나 하나 따져보면 안다. 낙관과 비관, 긍정과 부정, 맹신과 강박. 이 모든 것들에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들어차 있다.

 

책 제목과는 다르게, 이 책은 실수에 관한 말랑말랑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 불안에 내몰렸을 때 우리가 저지르는 사고과 행동을 꼬집는다. 그리고 그런 비이성적인 태도에서 벗어나는 '테크닉'까지 알려준다. 기계적이긴 해도 감정의 달음박질을 멈출 수 있다면,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도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이성이든 감정이든 어느 한쪽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이성은 감정의 노예'라고 한 데이비드 흄이 이 책을 본다면 피식 웃을 지도 모르겠다. '니들이 아무리 뛰고 날아봐야 감정을 본질로 삼고 있는 인간에 지나지 않아' 하면서. 그래도 자신을 안다는 것, 알아가려 노력하는 일은 의미있다. 이런 책들에서 정답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감정이든 이성이든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런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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