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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의 성공을 좌우하는 8가지 감정

김성열 2017. 8. 16.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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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의 성공을 좌우하는 8가지 감정

(김성열 지음, 이원이 감수, 인포더북스, 2017)


소담하게 얘기하면 감정에 대한 되돌아봄이고, 거창하게 말하면 이성만능주의,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기다. 더 있어보이게 말하면 '이성'이라는 프레임으로 성공과 우월을 과시하는 자들에 대한 부정의 시작이다. 이성과 논리, 그것들을 시스템으로 구조화하여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 우월과 열등을 가르는 근대적 사고에 대한 저항이다. 


아쉽게도 그런 큰 그림은 글쓴 이의 머릿속에만 있다. 이 책은 그저 하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직장'이 배경일 뿐이다. 이성과 논리를 배격하지도, 감정의 우월함을 말하지도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판단과 행위에 감정이 제법 녹아들어 있음을 얘기하는 정도다. 아마 그 영역을 넓혀가면 이성에 대한 본격적인 저항의 단초를 던질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은 아직 거기까지 가진 않았다.


직장생활에서 보이는 여러 행태들에 욕망을 포함한 8가지 감정들이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전부다. 정답이나 해법도 거의 없다. 비정하게 말하면 '그렇더라'라 대부분이다. 판단과 행동에 대한 감정의 간섭과 주도를 피하는 방법을 제시하기에는 글쓴 이의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거나 지적 공력이 약할 것이다. 다행히 글쓴 이는 해결 방법이나 정답 따위를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쓰지 않았음을 머릿말에서 고백하고 있다. 


글쓴 이의 이런 솔직담백함에 공감이 되는 면도 있다. 감정은 외부 자극에 대한 마음의 반응이고, 그 반응의 정도와 표현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 감정들을 재단하려 드는 것이야말로 이성중심주의의 폐해일지 모른다. 화나는 이유와 화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른데 그걸 제어하는 방법이 하나일 수는 없는 일이다.


더불어 이 책은 사람들이 이성과 논리를 부르짖는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감정을 완전히 거세하지도 못하면서 그래도 이성이 더 앞에 서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편하기 때문이다. 이성의 프레임 안에서는 나의 감정이나 남의 감정을 복잡하게 따지고 들 필요가 없다. 지배자는 이성과 논리를 앞세워 단일한 체계로 피지배자 전체를 제어할 수도 있다. 개인이나 집단의 판단과 행위를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 우월과 열등처럼 이분법적으로 설정하면 각자 다른 감정 따위는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 이 얼마나 편한가? 이성은 인류의 발명품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성이 감정보다 우월해야 하며 실제로 그렇다고 철썩같이 믿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화가 날수도, 기분이 언짢을 수도 있다. 감정을 배척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성을 감정보다 쳐받드는 사람도 얼마든지 '감정이 상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이성보다 앞선다거나 우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감정은 어디에나 있고, 대부분은 먼저 있기 마련이다. 이성을 앞세워 모른척하기에는 감정의 힘이 너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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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마지막으로 책 이야기를 올렸던 때가 2015년 11월이다. 그 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는 않았지만 책 이야기를 하는 데는 소홀했었다. (그렇다고 다른 글을 많이 올린 것도 아니다) 그러다 처음 올리는 책에 관한 포스트의 소재가 하필이면 내가 쓴 책이라 부끄러움이 두 배다. 감상문인지 자술서인지 나도 모르겠다. 아직 나 자신을 철저히 객관화 시킬 수준은 못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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