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적폐청산진상조사위'라는 위원회를 만들고 국민들의 과반수 이상이 지지하는 '정폐청산' 기조에 맞서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적폐청산 기구를 당장 해체하라고 촉구하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는 염치 없음이나 무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에 왕년에 잘나가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던가. 변호사요 판사요 기업가요 교수요 하는 똑똑한 사람들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라고 별다르지 않다. 적폐가 무슨 뜻인지, 정폐청산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몰라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적페청산을 무력화 하려는 것은 그 서슬 퍼런 칼날이 무섭기 때문이다. 무서운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다. 적폐청산의 칼날을 겁내는 사람은 당연히 적폐 당사자, 혹은 적폐에 빌붙어서 이익을 보던 사람이다. 겉으로는 나라의 발전과 민족의 융성을 말하고 사회의 질서와 안전, 미래를 위한 국민 화합을 부르짖지만 그것들은 애초부터 그들의 관심 사안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서는 나라가 거덜나고 사람들이 편을 나눠 싸워대도 그들은 상관하지 않으며, 지금까지도 그래왔다. 심지어 그런 불안과 다툼을 이용해서 자리를 지키고 이익을 누리기까지 했다. 자유한국당은 노무현 정부가 경제를 망쳐야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대놓고 말하던 인간을 당대표로 앉혀놓은 무리다. 이런 자들에게서 국민, 사회, 국가를 위한 일말의 걱정이나 염려를 찾아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지난 9년 간 그들이 저질렀던 일들이 밝혀지면서 국민이나 국가는 안중에 없다는 사실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니, 그들의 외침은 단지 자기들 모가지에 칼이 들어오니까 겁이 나서 내지르는 비명일 뿐 다른 의미가 아니다.



전 정부의 베일들을 하나씩 걷을 때마다 무수한 적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그 적폐들의 대부분은 9년 동안 정권을 잡았던 자들의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안들에 대해 그들은 억울함을 토하거나 진실이 아니라고 항거하지 않는다. 다스가 누구 것이냐는 10년 간의 물음에 이명박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나름대로의 진실을 말한 적이 있는가? 박근혜가 변기공사에 대해 한마디 설명이라도 한적 있는가? 권성동, 염동열, 김기선, 한선교 의원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입을 뗀 적이 있는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자신이 한 일들을 조목조목 설명한 적이 있는가? 조선일보가 거짓으로 포장한 기사를 해명한 적이 있는가? 


그들이 입을 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엄연한 진실 앞에서 거짓은 아무런 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늘 해왔듯이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삼아 그냥 묻고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려는 이유도 적폐청산을 그저 그런 정치적 대립의 한 꼭지로 만들기 위함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들이 ‘적폐 세력’ 또는 ‘적폐 부역자’가 되었던 이유는 그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었기 때문임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들은 돈이든 권력이든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에 스스럼 없이 나섰다. 또, 권력이 있는 자에게 충실해서 이익의 찌꺼기를 탐식했다. 앞에도 얘기했지만, 박사 학위 하나쯤은 물론이거니와 근사한 직함이나 경력을 수두룩하게 가지고 있는 그들이 자신이 하는 행동의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해 그랬을 리는 없다. 나쁜 것인 줄 알면서도 이익을 좇았기 때문에 적폐 세력, 적폐 부역자가 된 것이다. 이는 사람 됨됨이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그들에게도 일말의 양심은 있을테니 말이다.



그들이 이익을 쫓아 사회의 오물덩어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극적인 이유는 벌 받을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그래왔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벌을 받는 일이 드물었고, 벌을 받는다고 해도 보통 사람들과의 형평에는 어긋나는 수준의 가벼운 벌을 받아왔다. 우리 사회의 권력자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해방 이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함부로 써왔던 자들이 제대로 단죄 받은 자들이 몇이나 있는가? 100년 전 일본에 부역한 자들부터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독재자에게 빌붙었던 자들 중에 제대로 처벌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권력은 설령 죽을지라도 단죄 받지 않는다는 거대한 폐단이 작동하는 판국이니 그들은 악(惡)을 행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던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악에 대한 단죄가 한번이라도 제대로 있었다면 지금의 상황은 달랐을지 모른다. 인간은 원래 이익보다 손해에 더 민감한 손실회피성향을 갖고 있다. 악을 저지르면 손해가 반드시 따른다는 '사실'이 사회적 통념으로 온전하게 작용한다면 지금처럼 악을 쉽게 행하는 일은 덜했을 지 모른다. 그래서 알베르 카뮈가 독일에 부역한 자국 프랑스인에 대한 강력한 단죄를 주장하며 말하지 않았던가.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라고. 


'적폐'는 지금까지 쌓여온 옳지 않은 관행, 부패, 비리 같은 폐단들이다. 조금 걷어내고 덮어둘 일이 아니다. 나쁜 것은 남겨둘 이유가 없다. 없앨 수 있을 만큼 없애고 또 없애야 한다. 그렇게 해야 오늘이 깨끗할 수 있고 내일 또다른 악이 움트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카뮈의 말을 한마디 더 빌자면, 도덕적이지 않은 자는 세상에 풀려 있는 짐승이다. 그 짐승들의 토악질과 똥이 보기 싫다면 그 짐승들은 없애는 게 답이다. 그것이 적폐청산이다.

Posted by 김성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