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우리는 언제 욕을 먹는가 - 세월호 사고를 통해 본 욕먹는 이유

김성열 2014. 8.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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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욕을 먹는다. 잘못해서 욕먹기도 하고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욕을 먹기도 한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보면 욕먹는 것을 피하기는 참 힘들다. 인간은 경험에서 배운다. 그 덕분에 욕먹는 상황을 줄여간다. 반성하고 되돌아봐 욕먹는 경험은 줄이려 한다. 그런 점에서는 욕먹는 경험도 의미가 있다. 언제 욕을 먹는지 안다는 것은 그 상황을 피하려 드는 확실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언제 욕을 먹을까.


1. 남에게 해를 가하면 욕먹는다

남에게 해를 가하면 욕을 먹는다. 특히 그것이 의도된 것일 때는 욕을 피해갈 수 없다. 나의 만족과 이익을 위해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내거나, 스트레스와 화를 풀려고 사람을 두들겨 패거나 위해를 가하면 욕을 먹는다. 이 원칙은 그 적용 범위가 꽤 넓다. 그래서 남에게 직접 피해를 입히지 않더라도 욕을 먹을 수 있다. 즉 나의 이익을 위해 그만한 가치와 권리가 있는 타인의 이익을 희생시켰을 때도 욕을 먹는다. 


예를 들면 세월호 침몰 사고 때 자신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해 승객들의 생명을 희생시킨 선장과 그 일당들이 그러하다. 그들은 세월호의 승객들을 직접 물에 떠밀어넣거나 하진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승객들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하고 죽음을 방관했다. 이런 행위는 절대 욕을 피해갈 수 없다.


2. 거짓말 하면 욕먹는다

거짓말은 그것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함이든 이익을 취하기 위함이든 간에 욕을 먹는다. 선한 결과를 위해 거짓말을 해도 되는가 하는 철학적 문제까지 들먹이면 얘기가 복잡해지겠지만, 어쨌든 자신들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터져나온 거짓말만큼은 욕을 피해갈 수 없다.


예를 들자면 새누리당이 세월호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죄인을 자처하며 진상규명을 약속했다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가 끝나자 그 태도를 바꾼 것이 그렇다. 뭐든 다 들어줄 것처럼 했지만 결국 그것들은 거짓말이었다. 약속을 지키고자 했는데 의도하지 않은 이유로, 또는 능력이 부쳐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라고까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경우 선거 국면에서 표를 잃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 너무 명백한 판국이다. 왜냐하면 그 사이에 약속의 달성을 방해하는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 닥쳤거나 그들의 능력이 추락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그들은 자신들의 말을 지키려는 노력도 없었다. 그러니 거짓말을 했다고 밖에 여길 수 없다. 이런 거짓말은 욕을 피해갈 길이 없다.


3. 배신하면 욕먹는다 

믿음을 져버리는 행동인 배신도 욕을 먹는다. 사람은 피해를 보았을 때나 이익을 잃었을 때보다 감정에 상처를 받았을 때 더 분노하는 법이다. 내가 상대에게 가졌던 순수한 감정이, 믿음이, 의리가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취급당할 때, 우리는 가장 감정에 충실한 불쾌감과 분노를 느끼기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보여준 새정치연합의 행태가 그렇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새정치연합이 세월호 특별법을 제대로 만들어주길 원했다. 그리고 전폭적인 '감정의 지지'를 아끼지 않았으며 감정적으로 의지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과 합의한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묵사발로 만들었다. 합의가 안되면 도저히 안된다고 고백하고 다음 방안을 모색했어야지 되도 않는 합의안을, 그것도 대부분 새누리당의 의견이라고 할 수 있는 안을 들고 오면 배신당했다고 밖에 느낄 수가 없다.  그들의 배신은 글자 그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모욕감을 줬어'다. 이런 경우에는 욕을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다.


4. 남을 험담하면 욕먹는다

험담한다고 무작정 욕할 수는 없다. 흠이 있는 것을 흠이 있다고 하는 것을, 그러니까 '사실을 적시'한 것에 대해서는 앞뒤 안가리고 욕할 수는 없는 일이다. (흠 잡힌 당사자 입장에서는 불쾌하겠지만...) 하지만 자신의 이익이나 유리함을 위해 없는 말을 지어내거나 사실을 왜곡해서 남을 험담하면 욕먹는다.


예를 들자면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있지도 않은 법안의 내용을 지어내고 유가족의 요구를 광기로 몰아가는 행위가 그렇다. 또, '일부 가족들이 법 체계와 원칙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 욕심을 채우기 위해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라든가 '유가족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전체(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라는 식으로 세월호 유가족이 사적 이익 때문에 움직인다는 듯이 상황을 왜곡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없는 말 지어내고 사실을 왜곡해서 남을 험담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험담의 대상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런 험담은 당연히 욕을 먹는 법이다.


5. 남의 아픔을 무시하면 욕먹는다

사람은 혼자 못산다. 연대하고 협력해서 살아간다. 연대와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특정한 이익이나 공동의 목표도 있겠지만 정서와 감정의 교류도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같이 기뻐하고 같이 슬퍼하고 같이 분노한다. 만약 누군가가 공동의 목표 달성에서 빠져나간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 욕을 하진 않는다. 그는 목표 달성으로 인한 혜택이나 이익을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서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태도를 보이면 욕을 한다. 사람답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새누리당이 세월호 국조 특위 과정에서 '세월호는 교통사고(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 )'라고 한 것이나 국회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을 향해 '노숙자(새누리당 김태흠 의원)'라고 한 것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슬픔과 비통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 감정을 공유하기는 커녕 물리적 현상으로, 걸리적거리는 쓰레기처럼 취급하는 말을 했다.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정서적 연대조차 하지 않으려는 그들이 어딜 봐서 사람다운가. 이렇게 사람답지 않으면 욕을 먹는다.


6. 책임 안지면 욕먹는다

누구나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할 일이 있다. 그것이 사회적 형식에 얽매인 것일 수도, 혹은 형식을 벗어난 것일 수도 있지만 있는 자리에서 꼭 해야할 것들은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그것을 책임이라 부른다. 부모는 자식을 돌봐야할 책임이 있고, 직장인은 자신의 업무를 처리해야할 책임이 있고,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야할 책임이 있다. 나이가 어리다고 어디 책임이 없겠는가. 사회적 책임은 아니더라도 가정에서, 학교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져야할 책임이 있다. 사람 사는 세상은 각자가 각자의 책임을 온당하게 지는 것으로 돌아간다. 그러니 이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으면 욕먹는다. 특히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욕을 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세월호 사고 때 구조를 제대로 못한, 구조의 책임을 제대로 지지 못한 해경이라든가,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한 청와대나 사건 후 일곱시간 동안 사라져버리기까지 한 대통령이 그렇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해야할 무엇이 있었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더구나 사람들은 책임을 결과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책임을 지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충분했다면 그 결과를 아쉬움으로 품을 너그러움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때 보여준 몇몇 책임의 자리에 있는 사람과 집단의 모습은 사람들이 용인할 수 있는 너그러움의 범위를 벗어났다. 승객을 열심히 구하려는 노력이 모자랐고 사고를 진두지휘하여 피해를 최소로 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책임을 제대로 졌다고 할 수 없고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그러한 모습이 사고가 일어난지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대통령은 여야의 합의 문제라고 일축하고 단식하는 유가족이 (결국 오늘 병원에 실려갔다) 그렇게 요청했건만 만나주지 않는가 하면 여당은 야당이 유족과 제대로 합의를 해야 한다고 모르쇠를 시전하고 있다. 무책임도 이런 무책임이 없다. 이런 무책임이 욕을 피해나갈 방법은, 내가 알기론 지구상에는 없다.


욕먹지 말고 살자. 남을 해하지 말고, 거짓말하지 말고, 믿음을 져버리지 말고, 없는 말로 남 험담하지 말고, 남의 아픔을 무시하지 말고, 무책임하지 말자. 그러고 보니 다 어릴 때 배웠던 것들이다. 배운대로, 양심에 따라 살자. 욕 안먹는 삶이 정답은 아니지만 몰라서가 아니라면 굳이 욕먹을 필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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