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감정 24

40대 남자들, 프로갑질러가 되다

갑질의 주역으로 떠오른 40대 남자들‘갑질’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13년 경이다. 어느 대기업 임원이 비행기 안에서 라면이 설익었다는 이유로 승무원을 폭행한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임원을 ‘라면 상무’라고 조롱했고 가해자가 재직한 기업이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 즈음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갑질이라는 말이 조금씩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반 후에 ‘갑질’이 일상의 말이 된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12월, 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있던 조현아 씨가 저지른 일명 ‘땅콩 회항 사건’이다. 조현아는 곧 이륙하려던 비행기 안에서 승객에 대한 서비스가 부실하다는 핑계로 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동반한 횡포를 부렸고 결국에는 이륙을 준비하던 비행기를 ..

40대 남자의 화병

최근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의 20대~30대 남성 화병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급성 화병', '격분 증후 화병'이라고 하고 양의학에서는 '간헐적 폭발 장애(분노 조절 장애)'라고 부른다. 화를 꾹꾹 눌러두다가 결국 마음과 몸이 모두 망가지는 지금까지의 화병과는 양상이 확실히 다르다. 전문가들은 20대~30대가 불공정한 사회구조의 심화로 인해 느낀 좌절감과 '인내가 미덕'이라는 관념이 해체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려 분노를 표출하는 화병의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한다. 20대~30대라고 해서 일상의 분노가 없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불공정한 사회구조라는 강한 분노의 원인이 쌓여있던 분노들을 터뜨리는 방향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40대 남성 화병 환자는 '전통적인 화병..

화병의 탄생

큰 사건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시시때때로 분노를 느낀다. 앞서 말한 것처럼 40대 남자들의 동선(動線)은 주로 일터와 집으로 편중되어 있다. 가끔은 친구를 만나거나 일이나 가정과는 상관없는 여가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은 일상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쉬어가기'다. 어디까지나 일터와 집을 오가는 것이 40대 남자들의 본궤도다. 동선이 단순하다 보니 보니 겪게 되는 일이나 처하는 상황도 특별한 변화가 없이 거의 일정하다. 그날이 그날이고 그 일이 그 일이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하지만 고정되다시피 한 일상의 곳곳에 분노를 일으키는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일상의 분노40대 남자들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낸다. 비단 40대 남자들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거의 그렇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선비질' 하는 언론들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시작되었다. 아베 정부는 애초에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더니 결국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이라고 실토를 했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정부의 행동에 무척 불쾌해하고 있으며 화가 나 있다. 아베의 알량한 질투와 시기심 때문인지 일본 여당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를 얻기 위함인지는 우리의 알 바가 아니다. 그런 건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 그들의 짓거리가 우리 국민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사실만이 우리의 관심거리다. 사람은 신체적인 위협이나 공격을 받을 때,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 감정이나 의견, 신념 등이 존중받지 못할 때, 부당한 대우를 받을 때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 아베 정부는 이 중에서 두 가지 원인을 확실하게 제공했다. 첫째는 우리가 받지..

인내라는 미덕이 불러온 병

화병(火病)"최순실에게 굽신굽신... 국민 화병 도졌다", "늑장 대응, 입장 번복... 인천 주민들 화병 날라."......'화병'은 화가 나거나 속 터지는 심정을 표현할 때 자주 쓰인다. 말의 뜻을 풀어보면 병(病)이지만 진짜 병으로 느끼기보다는 답답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화병은 진짜 병이다. 'U22.2'라는 질병코드가 부여되어 있고, Hwabyeong라는 영문명이 있으며,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엄연한 질병이다. 화병은 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증상이 발견되는 독특한 병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한국인들이 겪는 문화 증후군의 일종으로 보고 그들의 진단 분류체계에 화병을 등재해 놓기도 했다. 화병을 간단히 말하면 ‘분노가 쌓여서 생기는 병’이다. 분노를 오랫동..

40대 남자의 감정 - 분노

분노의 정의분노의 가장 일반적인 의미는 ‘화를 내는 것’, ‘성을 내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욕망의 실현을 부정하거나 저지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결과로 생기는 감정’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욕망의 실현’은 하고 싶은 일을 하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 갖고 싶은 것을 갖거나 갖기 싫은 것을 내치는 것과 같은 ‘의지’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욕망의 실현’은 내가 가진 신념이나 의견을 관철함으로써 얻는 인정도 포함된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이익과 직접 관계는 없어도 나의 신념 체계에서 볼 때 옳지 않다고 판단되는 일에 분노를 느낀다. 인간의 역사에서 분노는 오랫동안 파괴적이고 이롭지 않은 감정으로 여겨져 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는 “분노는 어리석음에서 시작하여 후회로 ..

중년 남자의 눈물 (2) - 중년 남자의 눈물을 허하라

중년 남자가 눈물이 많아지는 이유중년 남성들은 눈물의 현실성과 남자다움이라는 관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남자다움 쪽으로 타협을 본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는 별개로 눈물은 많아진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책을 보다가, 예전 같으면 별 것 아닌 장면에서 코끝이 찡해진다. 어떤 때는 넋 놓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전보다 눈물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자신도 알아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는 눈물에 대한 금기 의식 때문에 흐르는 눈물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가 눈물을 들켜서 “당신, 지금 우는 거야?”, “엄마, 아빠 울어!” 같은 얘기를 듣게 되면 얼른 눈물을 훔쳐내고 너스레를 떨며 무안해 한다. 자기 눈에서 흐르..

중년 남자의 눈물 (1) - 그들에게 눈물이란

눈물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눈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고 했다. 의학이나 생리학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엄연히 틀린 말이다. 눈물은 머리도 아니고 가슴도 아닌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체액이다. 눈물은 이물질이나 감염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눈을 적시고 있다. 때로는 눈에 무엇이 들어가거나 자극이 있을 때도 눈물이 나온다. 이런 과학적인 해석에도 불구하고 눈물은 기쁨, 슬픔, 분노 같은 감정의 부산물이자 그 감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눈을 촉촉하게 적시기 위해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눈물이 하루 1그램 정도지만 감정이 북받쳐서 흘리는 눈물은 그 수 십 배 이상은 되고도 남으니 눈물을 감정과 연계시키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과학자들도 눈물과 감정의 연관성을 부정하지..

40대 남자의 슬픔 - 수저의 대물림 III

40대 남자의 슬픔 - 수저의 대물림 III. 이 수저가 너의 수저냐?‘흙수저’라는 말이 불편한 사람도 분명 있다. 왜 아버지들을 수저의 구성 물질 따위로 구분해야 하냐고 항변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있는 것을 없다고 정신승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의 92%가 ‘수저계급론’을 현실이라고 답했다. 수저계급론을 부정한 8%의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이론적이거나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런 현실이 싫어서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설문에서 자신을 ‘흙수저’라고 답한 사람이 66.5%였고, 노력만으로 흙수저가 금수저가 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8.8%에 그쳤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보는 현..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생각연구소, 2017)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생각연구소, 2017) 감정의 보편적이고 고전적인 정의는 '어떠한 현상이나 일, 사물에 대한 심정이나 기분'이다. 나는 이 정의를 '외부 자극에 대한 마음(정신)의 반응'으로 표현한다. 이 정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받아들여져 왔으며, 감정은 이런 정의에 근거하여 해석되고 논의되어 왔다. 반면에 감정의 목적이나 형태, 발생의 메커니즘 따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의견이 있어 왔으며 지금도 새로운 의견들의 등장이 계속 되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과학기술의 발달 덕에 뇌과학, 신경과학 분야에서 감정에 대해 좀 더 계량적이고 물리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350여년 전 르네 데카르트가 정신과 신체가 분리되어 있다는 심신 이원론을 바탕으로 '정념'을 논할..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