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원칙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불통? 국민에게 관심 없다는 말

김성열 2014. 1. 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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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가장 억울한 게 불통 지적이다. 저항세력에 굽히지 않는 것이 불통이라면 임기 내내 불통 소리 들을 것이다. 원칙대로 하는 것에 대해 손가락질하고 불통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랑스런 불통"


원칙을 지키는 자랑스러운 불통

지난해 12월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사람이 박근혜 정부의 1주년을 평가하면서 했던 말이다. 대통령 본인의 말이 아니니 조금 걸러서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귀가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대통령 마음대로 하겠다는 말로 밖에는 안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홍보수석이라는 사람의 저 말이 진짜 대통령의 생각과 일치한다면 어쩌나 하는 염려가 앞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염려가 허튼 것이 아니었음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고.맙.게.도.


"소통을 위해 우리 모두가 더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통은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나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을 두고 소통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소통은 상대를 마음에 담는 것

소통은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게 아니다.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들어주고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어야 소통이다. 소통을 위해 모두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소통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 모두'라고 했으니 자신도 소통을 위해 노력을 해야한다는 얘기며, 노력하겠다는 의사의 표시다. 그런데 원칙은 지키겠단다.


소통을 하겠다고 했으면 귀를 열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뭔가로 가득 찬 그릇에 다른 것을 부어 넣을 수는 없다. 상대의 말을 듣겠다고 생각했다면 (소통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마음을 비워두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은 소통은 하겠지만 내 마음에 차 있는 그것, '원칙'은 비워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대의 말이 들어와도 자리잡을 공간이 없다면 그 말은 아무 소용 없는 공기의 울림에 지나지 않는다. 이게 무슨 소통인가?


우화

한 회사에서 복리후생의 축소에 관한 방침이 얘기되기 시작한다. 직원들은 반발했고 여러 방법으로 의사를 피력했지만 제대로 먹히는 않았다. 직원들의 불만은 커졌고 드디어 사장이 결단을 내리고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한다. 직원들은 반긴다. 직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사장이 말한다. 


"직원 여러분과 소통하겠다. 오늘 이 자리가 바로 그 자리다. 나는 여러분들의 말을 열심히 듣고, 여러분들이 궁금한 것에 대해서는 정성껏 대답하겠다. 대신 나도 경영자로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이 있으며 그 원칙만은 바꾸지 않을 것이다. 이제 얘기를 해보자."


직원들이 원하는 것은 그 '원칙'에 대한 의견을 나누자는 것인데 그건 건드리지 말자면 소통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냥 나는 내 원칙대로 하겠다는 말이고 그냥 내 맘대로 하겠다는 말일 뿐이다. 이런 고압적 자세의 사장에게 직원들이 무슨 얘기를 하겠는가? 귀로만 듣고 마음에 담지 않는 것이 무슨 소통인가?


관심이 없으면 소통도 없다

이 사장이 직원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일까? 당연히 관심이 없다. 관심있는 사람의 말과 행동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크게 뜨는게 사람이다. 상대에게 관심이 없으면 상대의 의견과 생각을 내 마음에 담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사장의 관심은 비용을 줄인다는 '원칙'에만 있는 것으니 대화의 장은 '기계적 만남'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장의 태도는 "징징거리니까 내가 얘기 좀 들어주는 척 해야겠군"이라는 오만방자함일 뿐이다.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은 국민에게 관심이 없다. 오로지 '원칙'이라고 이름붙인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데만 관심이 있다. 그러니 소통을 잘 하자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원칙만은 양보 못하겠다는 '고집불통'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진정한 소통'은 가치관이나 신념, 의지, 원칙마저도 움직일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이런 소통을 하지 않을거라면 차라리 소통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는게 낫다. 그냥 국민에게 관심 없다고 고백하면 국민도 알아서 기대를 버릴 것이고 서로 편하다. 


자신의 신념에만 관심 있으면서 국민에게 관심 있는 척 하는 그 모습은 '어장관리'하는 것 같아서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편하게 해달라고는 안한다. 서로 불편하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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