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게임중독법, 그 안에 숨겨진 사상의 위험성

김성열 2014. 1. 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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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중독법으로 동네가 떠들썩하다. 입법발의를 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의 입법 취지는 게임중독으로 인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지금까지의 행정적 규제를 보건 복지적 예방 치료 시스템 구축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신의진 의원의 말대로 하자면) 현실에 존재하는 "중독자"등과 그 가족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법안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 논쟁의 양상은 그 취지를 무색 무취로 만들었다. 


게임중독법 입안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게임을 왜 중독물로 규정하는냐라는 반론을 필두로 해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을 잠재적 중독자로 몰아간다, 현 정부가 외치는 창조경제의 큰 부분인 게임 산업을 위축시킨다, 게임 업체로부터 돈을 뜯어 내기 위한 술책이다 등의 의견을 내세우며 입법을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발의자인 신의진 의원은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대한 오해와 진실(http://blog.naver.com/yjshin674/)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게재하여 입법의 취지와 배경에 대해 다시한번 설명하고, 설득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취지는 인정

게임을 알콜, 마약, 도박과 같은 위치에 두느냐의 문제는 여기에서 풀기에는 복잡하니 논외로 하고, 신의진 의원의 블로그 해명글이나 법률 자체를 살펴보면 입법발의 취지와 배경은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중독예방치료법은 게임을 하거나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를 제한하는 규제법이 아닙니다"라고 한 해명글과는 달리 그 법률의 내용이 행위의 규제를 동반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결국 규제 없이는 불가능

법안의 중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양한 정책과 시책을 강구한다라는 정도만 되어 있을 뿐, 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항목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법안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정책과 시책은 행위의 규제를 일정 정도 동반할 수 밖에 없다.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남용과 과몰입을 막아야 하며, 그렇기 위해서는 행위를 규제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새누리당이 내세우고 있는 게임 관련법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내용이 실질적인 행위의 규제로서는 더없이 알맞기 때문이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을 중독 및 중독폐해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하고 건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중독 및 중독폐해 유발 환경 및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실시하도록 함 (안 제12조)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중독폐해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중독물질 등의 생산, 유통 및 판매를 적절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해야 함(안 제13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중독을 예방하고 중독폐해를 방지/완화하기 위하여 중독물질 등에 대한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하는데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도록 함(안 제 14조)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의 입법 내용 중 일부



이번 게임중독법과 관련한 혼란함은 게임 자체를 어떻게 보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시민의 특정 행위를 규제한다는 점이 갖는 위험성이 더 크다. 


행위의 규제가 더 심각한 문제

행위의 규제라는 것은 행위를 못하게 하는 것, 강제로 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행위를 위축되게 하거나 장려하는 효과까지 포함한다. 위에서 본 입법안들은 국가가 권력으로 시민의 행위를 통제하겠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럴싸한 논리에 넘어가서 시민의 행위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주기 시작하면 어느순간부터 국가의 통제가 당연시 여겨지고 국가의 권력이 시민 위에 올라서게 된다. 


심각하게 여겨야 할 것은 사실 관계나 취지 아래 깔려 있는 사상이다. 하나의 문제가 하나의 논쟁점만을 갖을 필요는 없다. 이번 같은 경우는 시민의 행위에 대한 국가 권력의 통제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논의가 동반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가 권력이 국민의 위에 있다는 사상을 가진 정권 아래서는 더욱 그래야 한다. 그래서 국가권력이 시민의 행위를 함부로 규제할 수 없다는 사상이 사회 전반에 깔려야 한다. 그것마저 없다면 우리는 30년 전으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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