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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읽고 생각하기 49

감정독재 - 나를 움직이는 감정에 관한 이론 50개

감정독재(강준만, 인문과사상사, 2013) 인간은 참 허술하다. 나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고 얘기들 하지만 몇몇 이론만으로 껍데기가 훌러덩 벗겨진다. "몇몇의 이론만으로 인간을 일반화시키지는 마시옵소서~"라며 엉기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강준만 교수가 소개한 50개의 이론 앞에서는 솔직히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강준만 교수는 "내 목표는 앞으로 수백 개의 이론과 유사 이론을 시리즈로 계속 소개하는 것인데, 우선 책 한 권 분량에 적합한 수치가 50개여서 그렇게 한 것뿐이다."라고 머릿말의 말미를 엄포(?)로 장식해두었다. 이 양반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웬만한 인간은 빠져나가긴 글렀다 싶다. 빠져 나가는 방법이 없진 않을 것 같다. "맞아, 내 주위 사람을 보면 그래"라고 하면 된다. 마치 나는 아닌 것처..

유능한 관리자(Firts, Break All The Rules)

유능한 관리자 Firts, Break All The Rules (커트 코프만 지음, 한근태 옮김, 21세기북스, 2006) 어느덧 때가 되어 직급이 오르고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되면 새로운 직장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진다. 준비된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대부분은 어두컴컴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암흑천지의 세계를 만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무엇을 해야하며 어떻게 해야할지 그저 막막한 판국에 뒤에서는 어서 걸음을 내딛으라고 아우성이다. 그런 이유로 "신참 관리자"들은 이러저러한 기능서, 개발서를 찾아 다니며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한다. 다행히 관리자의 스킬트리를 크리스마스트리처럼 화사찬란하게 해주는(해준다고 주장하는?) 책들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책들이 '왜?'를 뒷전에 ..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옮김, 상상의숲, 2009)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옮김, 상상의숲, 2009) 가벼운 종이 한장이 우리의 삶과 그 터전인 자연을 무서운 무게로 내리 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종이의 역사로부터 시작해 종이의 라이프사이클, 종이의 제작 과정, 종이로 인한 숲 파괴의 실제와 그로 인해 우리가 잃어야 하고 잃은 것들, 그리고 숲과 건강한 환경을 위해 종이를 대해야 하는 자세와 생각에 대해, 잔잔하지만 생동감을 잃지 않는 시리즈 다큐멘터리처럼 이야기한다. 흔하고 쉽게 접하는 것들의 가볍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레제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과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육식의 종말보다는 훨씬 쉽게 읽을 수 있다. (육식의 종말은 6개월 분할 책읽기였지만 이 책은 오후 6시에 택배 수령하여 다음날 ..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2004)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 2004) 나에게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가 사람과 관계맺기다. 세상에 나를 드러낸 이상, 죽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는 것이며, 수 없이 많은 경험을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투른 것이기에 두렵다. 실수와 실패를 경험하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맺기에서의 황금률이 무얼까 고민하지만, 실상 그런 정답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패배감과 두려움은 커진다. 두려움은 결국 결핍에서 오는 것이어서 그런지 정답이 없는 줄 알면서도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일까 고민한다. 이만하면 지칠만도 했을텐데, 사람과의 관계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의 바탕에 깔고 있으니 무시나 도망 따위는 차선 축에도 못끼는 것은 어쩌면 다행이다. 그런 눈으로 본 카네..

장자 莊子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2010)

장자 莊子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2010(30주년 기념판) 장자는 무언가를 뒤쫓고, 얽매이는 삶을 우려했다. 기교를 부리고, 힘을 다투고, 음모를 꾸미고,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처신하는 삶은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며(순리에 어긋나는 것이며), 삶과 세상을 위태롭고 비루하게 한다고 했다. 내가 사는 현실은 이런 것들로 가득 차 있으며, 현실에 사는 나는 그것을 벗어날 수 없다. 장자의 뜻대로라면 나는 지금 비루한 삶을 위태롭게 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책의 말미에 있던 구절에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 뱃속의 태 안에도 넓은 공간이 있고, 마음대로 자연스럽게 노닐 공간이 있는 것이다. 집안에 빈 공간이 없으면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서로 반목하게..

채근담 菜根譚 (홍자성 지음, 이기석 해석, 흥신신서, 1983)

채근담 菜根譚 (홍자성 지음, 이기석 해석, 흥신신서, 1983)채근담은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이라는 사람이 지은 책이다. 지혜로운 인생의 태도에 대해서 짧은 글을 통해 알려주는데, 그 깊이가 녹록치 않다. 채근담은 유교, 불교, 도교의 사상이 적절히 녹아 들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인데, 짧디 짧은 나에게는 노자의 무위자연이 많이 떠오른다. 복지부동의 느낌이 들어 너무 자신을 감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너무 유유자적과 청빈낙도 위주로 얘기를 한다는 느낌도 든다.채근담은 전집 225편, 후집 134편으로 되어 있는데, 전집의 막바지와 후집은 유독 유유자적한 삶의 태도를 많이 얘기하고 있다. 물론 나의 짧은 지식 덕에 그렇게 보일 확률이 매우 높다. 기본적인 정서는 노자의 무위자연과..

세계명화비밀(모니카 봄 두첸, 김현우 역, 생각의나무, 2010)

세계명화비밀(모니카 봄 두첸, 김현우 역, 생각의나무, 2010)제목이 예사롭지 않다. '세계명화비밀'이라니...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원래 제목을 보는 편이 낫다 싶다. The Private life of a masterpiece.이 책에는 8편의 유명한 미술작품이 나온다. 다비드(미켈란젤로), 모나리자(다빈치), 1808년 5월 3일(고야), 올랭피아(마네), 해바라기(고흐), 절규(뭉크), 아비뇽의 처녀들(피카소), 가을의 리듬(폴록)이런 작품들을 다룬 책은 많다. 그러나 느낌은 예사 책들과 다르다. 이 책이 남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그 미술작품 하나하나가 주인공이라서이다.작품은 작가의 정신과 육체의 활동이 낳은 부산물이다. 그래서 항상 어떤 작가의 작품이라는 꼬리표를 단다. 유명한 작품일수록 작가..

관촌수필 (이문구, 문학과지성사, 2000)

관촌수필 (이문구, 문학과지성사, 2000)일찍 읽지 않아서 다행인 책들이 있다면 나에게는 이문구 작가의 관촌수필이 그짝이다. 일찌감치 읽고 기억 저편으로 넘겼다면, 소설을 되짚어 읽지 않는 나의 버릇(현진건의 소설은 예외긴 하다) 덕에 기억 한켠에 먼지만 쌓여갔을테니까.이 유명한 소설을 왜 이제야 읽었냐고는 하지 마시라. 그나마 누군가의 추천이 없었더라면 기회를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었으니, 타박 대신 축하를 바라는 심정이다.산마루의 잇닿은 등성이처럼 넘실거리는 문체, 숨소리가 귓전에 흠흠대는 충청도 사투리, 여기에 내가 어설프게나마 겪었던 (진짜가짜 같은) 향촌 부락의 담벼락 아래 이야기들이 책에 그득하다.제목은 또 얼마나 멋있는지, 어느 옛날 선비가 지은 시의 한구절이라고 해도 좋을만하다. 일락서산..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창장과비평사, 2002)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창작과비평사, 2002) 아는 이가 추천한 세 작가 중의 한명인 성석제의 중단편 모음집이다. 이 책에는 모두 일곱개의 이야기가 있는데, 약간의 피식거림이 나도 모르게 입가로 새어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같은 이에게 소개 받아 읽었던 두 작가(이문구, 이청준)보다는 가볍게 느껴지는, (소설을 잘 모르는 나지만) 다소 내공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독후감을 쓰려고 3주 정도 만에 책 내용을 반추해보니 나의 피식거림이 섣불렀다는 (불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에서야 나름 말랑말랑한 재미가 있다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황만근은 또한 책에 나오는 예(禮)는 몰라도 염습과 산역같이 남이 꺼리는 일에는 누구보다 앞장을 섰고 동네 사람들도 서슴없이 그에게 그런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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