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읽고 생각하기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옮김, 상상의숲, 2009)

김성열 2013. 12. 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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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맨디 하기스 지음, 이경아 옮김, 상상의숲, 2009)

 

가벼운 종이 한장이 우리의 삶과 그 터전인 자연을 무서운 무게로 내리 누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종이의 역사로부터 시작해 종이의 라이프사이클, 종이의 제작 과정, 종이로 인한 숲 파괴의 실제와 그로 인해 우리가 잃어야 하고 잃은 것들, 그리고 숲과 건강한 환경을 위해 종이를 대해야 하는 자세와 생각에 대해, 잔잔하지만 생동감을 잃지 않는 시리즈 다큐멘터리처럼 이야기한다.

 

흔하고 쉽게 접하는 것들의 가볍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레제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과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육식의 종말보다는 훨씬 쉽게 읽을 수 있다. (육식의 종말은 6개월 분할 책읽기였지만 이 책은 오후 6시에 택배 수령하여 다음날 오후 2시 30분에 책읽기가 끝남. 러닝타임 3시간...)

 

알고 나면 새삼스러운 것 투성이인 세상살이에서 우리가 가볍고 흔하다고 생각한 많은 것들이 우리가 모르는 사연과 무게를 갖고 있으리라 막연히 짐작은 했었다. 하지만 단 하루도 없이 살기 어려운 종이 한장에 이렇게 많은 이기심과 파괴성이 스며 있는지는 몰랐다.

 

책읽기를 끝내는 순간 머그컵과 개인 수건, 이면지, 재생종이로 만든 노트 따위를 찾기 시작했다. 글쓴이가 나의 머릿속에 종이 한장을 들이미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아마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 글쓴이의 전략이 제대로 먹혔기 때문일 것이다. 글쓴이가 종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기에 투쟁의 기치나 도발성, 용맹함을 찾을 수 없어 오히려 쉽게 이야기에 빠져든 것이 아닌가 싶다.

 

짧은 시간에 말등 위에 올라타고 후드드 스쳐가듯 보았던 것들이지만 그렇게 자리잡은 생각들은 가벼운 종이 한장에 감춰진 무게만큼이나 오래 갈 듯 하다. 

 

"갈색 빵이 건강에 더 좋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게 된 것처럼 소비자들도 하얀 종이를 꼭 써야 할 필요가 없으며, 표백을 하지 않을수록 종이가 훨씬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갈색이든 흰색이든 빵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부터 종이는 좀 누런 놈을 좋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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