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읽고 생각하기

감정독재 - 나를 움직이는 감정에 관한 이론 50개

김성열 2014. 1. 6. 01:16
728x90



감정독재(강준만, 인문과사상사, 2013)


인간은 참 허술하다. 나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라고 얘기들 하지만 몇몇 이론만으로 껍데기가 훌러덩 벗겨진다. "몇몇의 이론만으로 인간을 일반화시키지는 마시옵소서~"라며 엉기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강준만 교수가 소개한 50개의 이론 앞에서는 솔직히 속수무책이다.


게다가 강준만 교수는 "내 목표는 앞으로 수백 개의 이론과 유사 이론을 시리즈로 계속 소개하는 것인데, 우선 책 한 권 분량에 적합한 수치가 50개여서 그렇게 한 것뿐이다."라고 머릿말의 말미를 엄포(?)로 장식해두었다. 이 양반의 성격을 생각해보면 웬만한 인간은 빠져나가긴 글렀다 싶다.


빠져 나가는 방법이 없진 않을 것 같다. "맞아, 내 주위 사람을 보면 그래"라고 하면 된다. 마치 나는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썩 괜찮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내 문제는 '세상 탓' 남의 문제는 '사람 탓'을 하는 기본적 귀인 오류나, "우리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제3자 효과'이론, 또는 대부분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과신 오류에 대해서 알고 나면 나의 허술함이 민망하다. 진퇴양난, 사면초가. 외통수. 이쯤이면 나의 허술함을 인정하는게 속편할 지경이다.


'인간적으로' 다행인 것은 인간인 우리가 우리의 허술함을 안다는 것이다. 어쨌든 수백 개의 이론이나 유사 이론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 스스로가 자신의 허술함을 매우 잘 안다는 것 아니겠는가? 아나 모르나 변화할 생각이 없거나 관심이 없는 경우는 제쳐두고, 어쨌든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인만큼(문제가 무엇인지 알기 전에 그 무엇이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계다)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일이다.


이 책에서 소개한 이론들은 뭔가를 읽기 좋아하는 사람들, 듣기에 익숙한 사람들, 묶어서 '사람에게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낯익은 것들이다. 특히 노벨 경제학을 받은 심리학자(생각할수록 재밌는 수상이다)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man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었다면 제대 후 개과천선한 예비역 형님의 중간고사 대비 노트필기 정리본을 읽는 듯한 느낌도 진하다.


강준만 교수의 욕심(?) 덕에 책은 아주 쉬이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기대도 살짝 된다. 강준만 교수가 시리즈로 엮고 싶은 욕심을 대놓고 드러낼만큼 아직 우리가 잘 모르는 이론들이 무수하다니, 다음 책에는 또 어떤 이론들이 인간의 껍데기를 벗길지 궁금하기 이를데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을 움직이는, 나를 움직이는 이론들. 몰라도 그만이지만 알고 나면 남의 알몸을 보는 듯한 야릇함이 맛이 있다. 물론 남의 알몸을 보는 나는 일찌감치 알몸이어야 한다. 감기 조심할 일이다.

300x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