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읽고 생각하기

장자 莊子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2010)

김성열 2013. 11. 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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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莊子

장자 지음. 김학주 옮김. 연암서가. 2010(30주년 기념판)


장자는 무언가를 뒤쫓고, 얽매이는 삶을 우려했다. 기교를 부리고, 힘을 다투고, 음모를 꾸미고,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처신하는 삶은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이며(순리에 어긋나는 것이며), 삶과 세상을 위태롭고 비루하게 한다고 했다. 내가 사는 현실은 이런 것들로 가득 차 있으며, 현실에 사는 나는 그것을 벗어날 수 없다. 장자의 뜻대로라면 나는 지금 비루한 삶을 위태롭게 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것을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책의 말미에 있던 구절에서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다. 


뱃속의 태 안에도 넓은 공간이 있고, 마음대로 자연스럽게 노닐 공간이 있는 것이다. 집안에 빈 공간이 없으면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서로 반목하게 된다. 마음에 자연스럽게 노닐 공간이 없으면 여러가지 정욕이 서로 다투게 된다.


胞有重閬(포유중랑) 心有天遊(심유천유)

室無空虛(실무공허) 則婦姑勃谿(칙부고발계)

心無天遊(심무천유) 則六鑿相攘(칙육착상양)


우리가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것은 무엇가에 얽매어 있거나, 무엇가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의지와 생각은 그런 안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한 인위적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얽매이고 집착하는 것들은 삶을 위한 것들이다. 이것을 없애는 것은 현실에서 완전히 떠나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얽매이고 집착하는 것들을 위한 의지와 생각에 공간을 마련할 수는 있다. 그 공간은 완충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피난처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떤 일의 성공에 집착하여 머리가 아프고 신경이 날카롭다. 그 때는 공간을 마련해 실패를 그 곳에 둔다. 삶에 대한 집착이 가득하여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 그 때는 공간을 마련해 죽음을 그 곳에 둔다. 마음 속에 공간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이 같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노닐 공간"이 되는 것이다.


현실에서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는 사실 모르겠다. 성공과 실패를 같이 생각한다고 해서 실패가 무조건 관용을 얻을 수는 없는 세상이라 쉽지 않을 것이라 짐작만 할 뿐. 하지만 '사람들 자신이 자기의 구멍을 스스로 일부러 막는(人則顧塞其竇 인칙고색기두)' 행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나의의 구멍을 조금이라도 넓혀서 순리에 어긋남을 덜 수 있다면, 그 정도로도 족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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