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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菜根譚 (홍자성 지음, 이기석 해석, 흥신신서, 1983)

김성열 2013. 10. 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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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 菜根譚 (홍자성 지음, 이기석 해석, 흥신신서, 1983)

채근담은 명나라 말기에 홍자성이라는 사람이 지은 책이다지혜로운 인생의 태도에 대해서 짧은 글을 통해 알려주는데, 그 깊이가 녹록치 않다채근담은 유교, 불교, 도교의 사상이 적절히 녹아 들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인데, 짧디 짧은 나에게는 노자의 무위자연이 많이 떠오른다복지부동의 느낌이 들어 너무 자신을 감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너무 유유자적과 청빈낙도 위주로 얘기를 한다는 느낌도 든다.

채근담은 전집 225, 후집 134편으로 되어 있는데, 전집의 막바지와 후집은 유독 유유자적한 삶의 태도를 많이 얘기하고 있다. 물론 나의 짧은 지식 덕에 그렇게 보일 확률이 매우 높다기본적인 정서는 노자의 무위자연과 자사의 중용인 것처럼 보인다.(내 눈에는)  

천금으로 한 때의 환심을 사기가 어렵지만 한 그릇 밥이 오랫동안 감동을 준다. 대체로 사람이 지나치면 도리어 원수가 되고, 후하지 않는 대접이라도 지극하면 도리어 기쁨이 된다. - 전집 115

이런 구절에서는 지나침과 모자람이 없는 평상의 이치를 추구하는 중용의 모습이 보이고,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흔히 사람을 피해서 고요함을 구한다. 그러나 사람이 없는 것에만 뜻을 둔다면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고, 고요한 것에만 마음이 가 있는 것 자체가 마음 흔들림의 뿌리다. 어떻게 남이 나와 같고, 고요함과 움직임이 모두 사라질 수 있는가? - 후집 105.

, 이런 구절에서는 중용의 이치와 함께 나 이외의 타자를 인정하는 노자의 뜻도 어스름하게 보인다.

몸가짐을 지나치게 깨끗하게 하지 말라. 때묻고 더러움도 용납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의 사귀는 데 있어 (그 관계를) 너무 분명하게 하지 말라. 모두 좋은 것과 나쁜 것, 현명한 것과 어리석은 것을 포용해야 한다. - 전집 189

이런 구절은 더럽고 때묻음, 좋고 나쁨, 현명하고 어리석은 모든 것들을 포용하는 무위자연의 섭리가 물씬 녹아있다.

이러니 한번만 읽고 던져 놓을 책은 절대 아니며, 그 속을 보려면 유교나 불교에 대한 지식도 어느정도 필요할 것 같다책 제목처럼 오랫동안 씹어야 맛이 나는 풀뿌리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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