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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읽고 생각하기 49

공리주의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서병훈 옮김, 책세상, 2007)

벤담이 공리주의를 주창한 것은 도덕 철학의 기초를 역설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벤담은 공리주의를 현실의 제도와 법을 상정하기 위한 객관적 기준으로 쓰고자 했으며 그것을 위해 사물의 효용을 정량화하는 방법까지 고안했다. 실제로 벤담을 중심으로 한 영국의 공리주의자들은 1830~1850 년대의 여러 정책과 제도 등에 영향을 주었다. 즉, 공리주의는 사회적 제도와 정책에 대해 효용(행복) 증대를 통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 추구라는 논리적 배경을 제공했던 것이다. 벤담과 함께 공리주의를 기초했던 존 스튜어트 밀은 후에 벤담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밀은 공리주의의 기본적인 논리적 틀인 '효용'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벤담과는 달리 사물이 가지는 가치(효율)의 객관적 차이를 인정했다.(벤담은 빵 하나의 효용과 시 ..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유성인 옮김, 하서출판사, 2007)

죄와 벌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유성인 옮김, 하서출판사, 2007) '죄와 벌'의 주인공은 라스콜리니코프지만 이야기의 맺음을 이루는 사람은 소냐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세상은 커녕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마저도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르며 자기애(自己愛)가 현저히 부족한 인물이다. 그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우월한 직관으로 세상을 본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애정을 품기에는 비탄과 절망, 곤궁함이 너무 많다. 그런 세상을 더 알아갈수록 라스콜리니코프는 자기 안으로 침전하며 결국 자기 자신을 포함한 그 누구도, 무엇도 사랑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라스콜리니코프는 사적인 목적으로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고도 마치 대의가 있는 듯이 변명을 하는 용렬한 허무주의자가 된다. 죄가 확실한만큼 그에 상응하는 단호한 벌 또한 아깝지..

혼.창.통 -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이지훈 지음, 쌤앤파커스, 2010)

혼.창.통 -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이지훈 지음, 쌤앤파커스, 2010)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성공이란 단순한 입신양명이 아니라 나를 최고의 상품으로 만드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성공'을 위해 불철주야 인내하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세상의 흐름은 출간되는 책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말하는 '자기개발서'라는 장르의 책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며, 그 중에서는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러면 그 베스트셀러의 작가는 '성공'한 사람이 된다) 사실 자기개발서의 대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숱하게 했던 얘기들의 끊임 없는 방법론이다. 무대 가운데 놓인 물건을 이쪽에서 보느냐 저쪽에서 보느냐의 문제일 뿐이지 그 물건 자체의 속성은 자본주..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유시민, 푸른나무, 1992)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유시민, 푸른나무, 1992) 꽤 매력있는 '지식소매상' 유시민씨의 오래된 이 책은 경제학이 과학으로 취급받기 시작한 시대부터 현대까지 명망을 드날린 경제학자와 그들의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복잡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어설프지 않게 중요 인물과 사상을 잘 정리해 놓은 것이 우등생이 기말고사를 위해 만들어 둔 '족보' 같기도 하다. 20여명의 경제학자가 등장하여 각자의 의견과 이론을 풀어놓고 있지만 그다지 머리가 아프지 않은 것은 정리가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에서 정리의 틀거리가 이미 눈에 보인다. 부자를 옹호하는 경제학과 빈민을 옹호하는 경제학이다. 유시민씨는 이 기준으로 '진영'을 나눴고 양 진영의 이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격렬하고 다이내믹한 논쟁을 벌인..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8.0, 2011)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8.0, 2011) 무엇을 얻는다는 것은 타자(他者)와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무엇을 얻기 위한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협상이나 비즈니스일지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 소통이 기본이므로 일단 상대의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염두할 수 밖에 없는 표준(규칙)을 적절한 프레이밍(상대에게 표준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제시한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원하는 것을 얻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감정을 공유하면 대화가 더 부드러워진다는 것은 다들 아는 얘기다. 의사 소통을 할 때 상대의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이 말과 다름 없다. 다만 표준과 프레이밍이라는 약간 생소하다. 책에 나오는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면 쉽..

에크리 :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김석 지음, 살림, 2007)

에크리 :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김석 지음, 살림, 2007) 자크 라캉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집어든 것이 에크리에 수록되어 있다는 논문 몇 개와 세미나 발표 몇 개를 모은 “욕망 이론(권택영 엮음, 문예출판사)”이라는 책이었다. 해설 부분을 지나 (해설은 그나마 읽을 만 했다) 논문의 본문으로 가는 순간 뇌가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내가 읽을 책이 아닌갑다’ 싶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잡은 책인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에크리’를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일종의 매뉴얼이다. 라캉의 일생과 ‘에크리’의 시대적 배경, ‘에크리’의 주요 내용, 핵심 사상, 참고문헌 등이 정리되어 있다. 물론 라캉의 연보나 시대적 배경을 안다고 해서 에크리의 내용이 잘 이해될 ..

역사란 무엇인가(E.H.카 지음, 권오석 옮김, 2013, 홍신문화사)

역사란 무엇인가(E.H.카 지음, 권오석 옮김, 2013, 홍신문화사) E. H. 카 교수는 이 책의 시작에서 역사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내린다. 널리 알려진 대로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 없는 대화"이며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역사를 정의한 카는 역사가의 임무에 대해 사회, 개인, 과학, 도덕과 연관지어 얘기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역사는 어떻게 써내려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특히 카 교수는 역사가의 임무에 큰 중요성은 부여한다. 카 교수가 말하는 역사가의 임무는 단순히 사실만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 인과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야 하며("역사가가 어떤 원인을 채택했느냐에 따라서 그가 어떤 역사가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달과 6펜스(서머싯 몸 지음, 송무 옮김, 민음사, 2000)

달과 6펜스(서머싯 몸 지음, 송무 옮김, 민음사, 2000) 나이가 마흔쯤 되면 속앓이를 하기 마련이다. 또한 살아감을 위해 노동에 나를 던져넣고 감성 대신 이성을 주인으로 삼아 합리성이라고 이름 지은 안락의자에 앉아서 인생을 찬미하는 것도 40대다. 문득 잊었던 것들이 생각나면 약간의 일탈을 시도하기도 한다.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을 만나거나 술에 빠져보거나, 등산에 빠져보거나 한다. 남은 삶 동안 계속 그런 것들에 빠져 살 수도 있지만 역시나 합리적인 생각이 앞서서 적당히 절충을 한다. 그렇게 살다 보면 50이 되고, 60이 되고, 마지막 가는 길목에서야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다. 대부분 그렇게 산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나이 마흔에 이르러 안정된 직업과 행복한 가족을 벗..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2007)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2007) - 세계화의 주된 추진력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주장하듯 기술이 아니라 정치, 즉 인간의 의지와 결정이다. 이 책은 [사다리 걷어차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함께 장하준 교수의 신자유주의 대한 비판론 연작을 이룬다. 국제경제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경제역사 해석이 얼마나 아전인수 격이며, 국제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하는 '척' 하면서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부富를 위해서 어떤 식으로 책략을 쓰는지 장하준 교수는 오래전부터 끈질기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에 이어 읽은 이 책을 통해 나는 신자유주의가 더이상 담론이나 사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산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

톨스토이 단편선 1, 2 (L. N. 톨스토이 지음, 권희정/김은경 옮김, 인디북, 2006)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 시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순간을 행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순간이 살아있는 동안 오래되길, 계속되길 빌었을 것이다. 무엇이 행복인지 고민하고 정의하려 애를 썼을 것이고 때로는 진정으로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른 채 세상이 말하는 행복을 위해 살기도 했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민화를 바탕으로 한 작은 이야기들을 통해 행복을 이야기 한다. 비록 종교적 색채가 썩 묻어나지만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행복을 말이다. 톨스토이도 세상이 말하는 행복을 들었을 것이고, 그것으로부터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 행복은 무엇을 갖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 행복은 세상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행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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