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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리 :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김석 지음, 살림, 2007)

김성열 2014. 2. 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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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리 : 라캉으로 이끄는 마법의 문자들 (김석 지음, 살림, 2007)


자크 라캉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집어든 것이 에크리에 수록되어 있다는 논문 몇 개와 세미나 발표 몇 개를 모은 “욕망 이론(권택영 엮음, 문예출판사)”이라는 책이었다. 해설 부분을 지나 (해설은 그나마 읽을 만 했다) 논문의 본문으로 가는 순간 뇌가 마비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내가 읽을 책이 아닌갑다’ 싶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서 잡은 책인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에크리’를 읽고 싶은 사람을 위한 일종의 매뉴얼이다. 라캉의 일생과 ‘에크리’의 시대적 배경, ‘에크리’의 주요 내용, 핵심 사상, 참고문헌 등이 정리되어 있다. 물론 라캉의 연보나 시대적 배경을 안다고 해서 에크리의 내용이 잘 이해될 리는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다만 담 넘어 꽃순이 훔쳐보는 정도의 수준으로 라캉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나 한번 들여다 본 정도로 만족했다.


다행히(?) 저자가 “난해하기로 소문난 라캉의 ‘에크리’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주는 해설서이자 입문서로서” 책을 썼고, “너무 전문적인 내용을 파고들면서 지나치게 어려워도 안 되고, 반대로 너무 피상적인 탐색에 머물러 마치 이야기를 하려다가 마는 느낌을 주어서도 안 되다 보니 적절한 선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짧은 분량에 ‘에크리’의 핵심 개념과 내용을 최대한 넣어보려고 노력” 했다는 것을 책의 시작에서 밝혔기 때문에 에크리의 내용을 어림짐작하는 수준이면 책값은 뽑은게 아닌가 자위(자기합리화에 가까운)를 해본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라캉에게 흥미를 느낀 것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욕망은 대타자의 욕망이다”라는 라캉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다. 라캉의 말대로 하자면 나의 이런 욕망은 결국 대타자에 대한, 혹은 대타자의 욕망인데, 그렇다면 그 대타자는 누구인가? ‘지적인 충만감’이라는 나의 욕망을 인정해주는타자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재미있는 호기심을 하나 건졌으니 이만하면 읽은 보람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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