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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2007)

김성열 2014. 1. 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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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amaritans)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2007)

 

- 세계화의 주된 추진력은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주장하듯 기술이 아니라 정치, 즉 인간의 의지와 결정이다.

 

이 책은 [사다리 걷어차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와 함께 장하준 교수의 신자유주의 대한 비판론 연작을 이룬다. 국제경제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자들의 경제역사 해석이 얼마나 아전인수 격이며, 국제경제의 안정과 발전을 위하는 '척' 하면서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부富를 위해서 어떤 식으로 책략을 쓰는지 장하준 교수는 오래전부터 끈질기게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에 이어 읽은 이 책을 통해 나는 신자유주의가 더이상 담론이나 사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산주의, 민주주의, 사회주의, 자본주의, 마르크스주의, 엘리트주의, 다윈주의 기타 등등. 대부분의 사상이나 설說은 논리적 범용성을 지니기 마련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국제경제체계에서 권력을 가진 특정한 자(국가 포함)들의 이익의 지속과 확대를 위한 도구일 뿐, 범용성이 낮다. 더구나 실제 경제역사를 왜곡한다는 논리적 흠결마저 있다.

 

이미 배가 부른 그들은 나눠주기가 싫고,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자리까지 올라와서 이익을 갉아먹는 것이 못마땅하다. 그러니 먼저 올라온 그들은 사다리를 걷어차려는 것이고, 막무가내로 차버릴 수 없으니 '신자유주의'라는 그럴싸한 말을 하는 것 뿐이다. 신자유주의는 그들의 이익을 위한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신자유주의에 끌려다니는 자들은 인터넷판 막말로 호구인증한 셈이고, 신자유주의자들의 전략을 위한 도구의 영광스러운 명예를 누리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가 말하듯이 세계화의 추진력이 인간의 의지와 결정이라면, 신자유주의를 깨뜨릴 방법 또한 거기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볼셰비키 혁명 같은 집단적 저항이든, 온건한 인식전환이든, 논리적 승리든 간에 - 대다수의 신자유주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잘 먹고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방적으로 자신의 안위만 챙기는 것은 인간으로서 감정적 연대조차 포기함이다. 신자유주의가 조장하는 그런 삭막함은 세상 모든 사람들의 '팔자'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지나쳐볼 것이 아니다. 적어도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팔자가 정해지는 것이 싫다면, 나의 팔자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서의 팔자가 되는 것이 싫다면,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까지는 아니어도 - 실패 한 것을 뭐하러 또 해 - 많은 이들이 같이 해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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