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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E.H.카 지음, 권오석 옮김, 2013, 홍신문화사)

김성열 2014. 1. 2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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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E.H.카 지음, 권오석 옮김, 2013, 홍신문화사)


E. H. 카 교수는 이 책의 시작에서 역사에 대한 자신의 정의를 내린다. 널리 알려진 대로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 없는 대화"이며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과정"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역사를 정의한 카는 역사가의 임무에 대해 사회, 개인, 과학, 도덕과 연관지어 얘기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역사는 어떻게 써내려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특히 카 교수는 역사가의 임무에 큰 중요성은 부여한다. 카 교수가 말하는 역사가의 임무는 단순히 사실만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 인과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야 하며("역사가가 어떤 원인을 채택했느냐에 따라서 그가 어떤 역사가인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역사를 고립된 개인 행위자의 동기에 관한 사실이 아닌, 사회 내에서의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힘에 관한 사실임을 역사가는 염두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사가가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역사 그 자체에서 방향감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디선가 왔다는 믿음은, 우리가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믿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에 역사가는 그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며 미래를 향해서 진보하는 능력에 대한 믿음이 충만한 사회관을 수립하기 위해 과거의 진보에 대한 관심을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와 관련해서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과 대립을 카 교수의 시각으로 보면 과거의 진보에 관한 관심을 억누르려는 세력, 즉 역사에서 나타나는 방향감각 대신 정치적, 제도적 구조 아래서의 질서유지만을 주장하는 이들이 역사가를 자처하고 있어 진보하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우리 사회는 역사를 진보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카 교수의 말이 곧이 곧대로 먹혀들지는 않는다. 진보로서의 역사가 공격받고 때때로 권력을 위한 질서유지에 몰두한 권위에 의해 무릎 꿇는 모습이 참담하다. 절망까지는 아니지만 희망이 훤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카 교수가 책의 말미에서 말한 것처럼 여전히 낙관론자가 될 필요는 있다. 그래도 – 그것은 움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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