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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8.0, 2011)

김성열 2014. 2. 2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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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8.0, 2011)


무엇을 얻는다는 것은 타자(他者)와의 의사소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무엇을 얻기 위한 건조하기 이를 데 없는 협상이나 비즈니스일지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 소통이 기본이므로 일단 상대의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가 염두할 수 밖에 없는 표준(규칙)을 적절한 프레이밍(상대에게 표준을 제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통해 제시한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원하는 것을 얻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감정을 공유하면 대화가 더 부드러워진다는 것은 다들 아는 얘기다. 의사 소통을 할 때 상대의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은 이 말과 다름 없다. 다만 표준과 프레이밍이라는 약간 생소하다. 책에 나오는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 학생이 밤 11시 5분 전에 맥도날드에 가서 감자튀김을 샀다. 그는 감자튀김이 눅눅한 것을 보고 새 걸로 바꾸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점원은 5분 뒤면 문을 닫는다며 거절했다. 학생은 말없이 카운터 한쪽 끝에 있는 광고지를 들고 다시 점원 앞에 섰다. 유인물에는 언제나 신선한 제품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여기 맥도날드 맞죠?"

점원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 광고지에 언제나 신선함을 보장한다고 적혀 있네요. 문 닫기 5분 전에는 신선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는데요?"

결국 학생은 새 감자튀김을 먹을 수 있었다.


맥도날드가 신선함을 보장한다는 광고지의 내용이 바로 표준이다. 그리고 "문 닫기 5분 전에는 신선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없는데요?"라는 멘트가 프레이밍이다. 책에 숱한 예가 나오지만 다 이정도 수준의 것들이다. 호텔에서 방을 바꾸거나, 수수료 없이 비행기표를 바꾸거나, 할인이 안되는 비싼 구두를 할인해서 사거나 뭐 그런 것들이다. 상대의 감정과 표준을 이용해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 이것이 저자가 말하는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이다. 로직만 파악하면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다. 대략 이런 식일 테니까.


하루 종일 일하느라 피곤하지? 나도 비슷한 일 해봤는데 피곤하더라고. 근데 고향이 어디야? 거기야? 나도 거기 가봤는데 좋더라. 고향 가본지 얼마나 됐어? 나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 우리 처음 봤는데도 마음이 잘 통한다 그치? 근데 나 이것 좀 해줄 수 있어? 설명서 보니까 절대 안된다고는 안써있던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비애를 느꼈다면 오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그렇게 느꼈다.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상대와 감정을 공유하고, '아니요'라는 대답을 하지 못하도록 표준의 틀에 몰아넣는다.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들어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물질이 우선하는 자본주의라서 먹히는 얘기다. 내가 원하는 '것'이 (어쩌면 두번 다시 못 볼)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한 자본주의 사회니까 말이다. 


누군가가 나로부터 혹은 나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면 (그 사람이 그런 진의를 나에게 들켰다면 - 이 책을 읽었으니 내가 알아챌 확률이 낮진 않을 것 같다) 난 그를 가식적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기분 나빠 할 것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를(나의 감정을) 수단으로 삼은 것뿐이고 내가 협상이라고 느끼지 못하도록 감정의 공유라는 분위기로 상황을 포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무언가를 원할 때는 그것을 얻는 방법으로 유용할 것도 같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가며 신발 가격을 깎거나, 수수료 없이 비행기표를 환불하거나, 바삭한 감자튀김을 먹고 싶지는 않다. 고리타분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나는 인간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라고 했던 칸트의 정언명령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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