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국회의원)에게 질문합니다

김성열 2014. 11. 2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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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면 질문은 없다. 질문 할 생각도 없고. 그냥 꼬집고 할퀴고 깨물어주고 싶은 마음만 있다. 그가 지난 25일 세미나에서 했다는 발언을 두고 괜한 딴지를 걸어보고 싶다는 얘기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들이 겁이 나서 정규직을 못 뽑다 보니 비정규직만 양산되고 있다."

왜 이러실까? (부총리님도 차암~) 기업들이 겁이나서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만 뽑는다니? 여물 되새김질 하던 소가 박장대소하다 사레 들릴 일이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쓰는 것은 정규직보다 돈이 덜 들어가기 때문이지 정규직 뽑기가 부담 되서가 아니다. 비용이 줄면 이윤이 늘어나는 태생적인 구조 안에서 정규직을 택하느냐 비정규직을 택하느냐는 기본적으로 돈 문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두 사람이 같은 수준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경우 비정규직을 뽑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규직 뽑으면 관리도 어렵도 부담되고 겁이 막 나서 정규직을 뽑고 싶은데도 눈물을 머금고 비정규직을 뽑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회사에 밥줄과 목을 맡기고 있는 노동자가 무슨 수로 기업을 겁박한다는 말인가? 겁을 줘봤자 코웃음만 치는게 현실인데.


그리고 정규직을 뽑는 것이 '부담'이라고 했는데, 기업이 직원을 먹여 살리기 위해 뽑는 것이 아니잖는가? 기업은 노동자를 먹여 살리는 집단이 아니라 돈을 주고 노동자의 노동을 사는 집단이다. 획득한 노동만큼 돈을 지불하는 것이 왜 부담되는 일인가? (기업이 느끼는 부담을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느끼는 건 또 뭐고...) 게다가 기업 처지에서는 주는 돈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노동을 제공받으면 그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원래 져야할 책임과 의무가 왜 부담스러운 일이며 얼마든지 알아서 그 부담을 벗어날 수 있는 기업 걱정을 왜 이리 열심히 하시는지 모르겠다.


비정규직이라는 허술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는 것이 걱정되어서 하신 말씀이라면 (그 걱정은 고맙수다) 해결 방법은 잘못 잡았다고 지적질을 아끼지 않겠다. 비정규직이 그렇게 걱정되면 비정규직의 보호 수단을 강구하면 될 일이지 (비정규직을 아예 없애면 게임 끝 아닌가?) 정규직을 갈굴 생각을 왜 하는가? 정규직의 보호 수준을 깎아내려서 비정규직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여주겠다는 창조적 발상이라면 노땡큐다. 아무 데나 하향 평준화를 갖다 붙이지 마시라.


"제대로 개혁한 나라는 다 잘나가지만 이것을 못 한 나라는 다 못 나간다."

몇몇 나라의 예를 들어 당위성을 주장하지만 귀납적 추론이라고 해서 만고불변의 진리를 알려주진 않는다. 개혁 안하고도 잘 나가는 나라, 개혁 하고도 못하는 나라가 있으면 아무 짝에 필요 없는 논리니까 말이다. 그리고 '제대로' 개혁해야 잘 나가지 개혁만 한다고 잘 나가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하려는 개혁이 제대로 된 개혁인지는 뭘로 담보하려는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바뀌어야 한다."

그나마 양질이라고 할 수 있는 정규직의 질을 깎아내리려 들면서 그것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다니, 앞뒤가 안맞는다는 생각 안해봤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가 기업 입장에서인지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인지 명확하게 밝혀줬으면 좋겠다. 굳이 말 안해도 알 것 같지만...


"정규직은 계속 월급이 오르는데 감당이 안 된다." 

이 말은 누가 봐도 회장님, 사장님이 할 말이지 한 국가의 부총리가 할 말이 아니다. 혹시 정규직 월급 계속 오르는게 샘이라도 나서 그러는 건가? (부총리님도 차암~) 감당이 되든 안되든 그것은 기업 경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언제부터 국가가 사기업의 월급에 관여했는가? (혹시 사회주의자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사회주의자가 기업 편일 리가 없으니 말이다.) 적자투성이 공기업들 성과급 잔치하는 것은 눈에 안보이고 일반 기업 정규직들 급여 올라가는 것만 들여다 보시다니, 시각이 너무 앙증맞으시다.


"나이 들면 월급을 많이 받는 것보다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나이가 들던 나이를 헛먹던 일하고 싶은 사람 없다. 일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생활을 할 수 있으니 일을 하는 것 뿐이다. 노동자에게는 월급이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현실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일 한해도 월급 준다면 누가 싫어하겠는가? 노동자에게 일이 중요한 것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혹시 직업을 통한 자아실현 어쩌구 저쩌구 하실거면 정중히 사양하겠다. 그건 배부른 사람들, 기득권을 가져서 배가 빵빵한 사람들이 사람 부려먹으려고 지어낸 말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노동자의 마음과 처지를 재단하고 곡해하지 마시라. 나이 들면 지난날의 영광과 추억만 먹고 살라는 얘긴가? 그럴 수 있다면 당신부터 봉급 내놓으시든가. (부총리 자리 살려는 드릴께...)


"사회 대타협으로 조금씩 양보를 하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

윈-윈 좋다. 아무렴 좋고 말고. 그런데 노동자들이 지금까지 충분히 양보하지 않았던가? 군사독재 시절 그렇게나 양보해서 지금 대기업들 만들어지지 않았나? 이미 내놓라 하는 기업들은 충분히 윈을 했은데 이제와서 또 윈을 시켜주려는 것은 좀 염치 없다는 생각 안드시는가? 도대체 얼마나 져줘야 '이제 같이 잘 살자'라는 얘기가 나올까? 이번에 해주면 된다고 말하지 마시라. 그 놈의 낙수효과는 진절머리가 난다.


"돈이 돌고 사람이 고용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는 것"

이 말 한마디로 최부총리의 사상을 충분히 알 것 같다. 사람이 고용된다는 것은 벌이를 한다는 뜻이다. 왜 버는가? 쓰기 위해서 번다. 돈을 쓰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도는 돈도 많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실질적인 실업자 수가 300만명에 가까운 판국이다(287만명). 그러니 그만큼 돈이 안도는 것이다. 아유언더스탠? 


최부총리가 하는 돈이 돌고 사람이 고용된다는 말은 결국 기업의 돈이 돌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고용도 더 할 수 있다는 그런 뜻이다.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런 뜻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짚으셨다고 지적질을 해드리고 싶다. 정규직 임금체계를 손대시기 전에 10대 대기업이 갖고 있는 477조의 사내유보금을 터는게 더 빠를테니 말이다. 아니, S그룹이 갖고 있는 160조만 털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사내유보금만 하청업체, 협력업체에 제대로 풀어도 일자리는 늘어날텐데? 얼마나 더 퍼줘야 돈이 돌지 모르겠지만 괜한 서민들 주머니 털 생각 말고 있는 돈이라도 제대로 돌게 하는게 낫다. 


결론

이 분이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신지 전경련 회장이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한가지는 명심하셨으면 좋겠다. 최부총리도 엄연한 국회의원이고 세금으로 봉급 타가시는 분 아닌가? 그렇다면 국민을 대표해서 일을 하겠다는 최소한의 신념은 있어야지 않을까? 우선 순위를 기업에 두지 말고 그 자리에 국민을 놓고 생각하시길 바란다. 국민을 1순위로 잡으면 아마 내일 아침이라도 당장 비정규직 제도를 없애자는 말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 아닌가! 물론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니 괘념치는 마시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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