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은 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가

김성열 2014. 11. 1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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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개혁을 두고 의견 대립이 굳어지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개혁안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의 문제를 하향평준화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며 국가가 부담해야할 책임을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행태라고 비난한다. 반면에 지금 손을 대지 않으면 메꿔야야할 연금 적자만 늘어날 뿐이며 하향평준화를 하더라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혁안의 수혜자인 공무원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10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여의도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50여개 단체가 44만 5천여 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98.64%가 반대를 선택했다.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대다수 공무원이 반대하고 있음을 확실하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발표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찬성이 65%, 반대가 28%로 (공무원 자체 찬반 투표만큼은 아니지만) 찬성하는 쪽이 압도적이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사람들마다 이해가 엇갈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정도로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임에 분명하다.


찬성과 반대, 양쪽 의견 모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연금 하나 바라보며 많지 않은 보수를 견디며 산다. 그런데 제도의 헛점으로 인한 연금의 고갈을 연금을 깎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찬성할 수가 없다. 사실 국민에 대해 봉사가 공무원의 사명이니 어쩌니 하지만 그런 것은 사라진지 오래다. 3000명 뽑는데 20만명 가까이 응시하는 것을 누가 사명감 때문이라고 하겠는가.


반대하는 대중, 즉 국민들의 이해타산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볼 때 공무원 연금 제도를 만들고 운용하는 곳은 정부다. 그들이 한 일로 인해 모자란 공무원 연금을 세금으로 메꾼다는 것은 흔쾌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임에 틀림 없다. 국민들 역시 공무원들에게 봉사의 사명 따위를 바라지도 않는 판국이라 이러한 이해타산은 피할 수가 없다. 국민들에게 공무원은 그냥 조건이 꽤 괜찮은 직업일 뿐이다. 그것도 내 주머니에서 보수가 나가는.


문제는 반대 의견을 낸 공무원들이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것이다. 개혁안을 낸 새누리당이나 개혁을 추진하려는 정부는 여론이라는 근사한 우군을 얻었다. 새누리당이나 정부는 그들의 논리가 먹히지 않으면 "국민들이 원해서"라는 이유를 들이대면 된다. 공무원들이 일치단결해 (이미 그런 상황이다) 개혁안을 저지한다 해도 "공무원들 철밥통 깨기 쉽지 않네요"라고 엄살을 떨면 그만이다. 


정작 당사자인 공무원들은 편이 없다. 개혁안을 놓고 공무원과 정부-여당이 승부를 벌이는 양상이라고 한다면 중간에 있는 국민들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지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 자기들끼리는 똘똘 뭉쳤지만 많은 국민들이 내 돈으로 연금까지 보존해주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많은 국민들이 공무원들 편이 아니라는 사실은 아마 공무원 자신들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을 얘기하고 있다. 국민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려는 설득은 없고 내 것을 빼앗기기 싫다는 목소리로만 뭉쳐 있다. 이제 와서 개혁안의 당사자인 공무원 자신들과 미리 얘기 안한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한가? 새누리당이 개혁안을 공무원들에게 미리 공개했다고 해서 찬성 의사를 표시할 것도 아니잖는가? 보수의 수준을 따져보면 연금이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그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지금 상황에서 먹히지 않는다. 그렇게 안좋으면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편이 더 낫지 않냐는 반론에 딱히 대응할 길도 없다.


사실 국민들은 공무원에 대한 호감도가 높지 않다. 봉사의 사명을 다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아니고 보수를 많이 챙겨 가서 그런 것이 아니다. 공무원이 직업으로서 매력이 있다는 것은 다 인정한다. 공무원 시험에 매달린 사람은 차고 넘치며 자기의 아들 딸이 공무원 되기를 바라는 부모들도 부지기수다. 또, 실제 중하급 공무원들의 수입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것은 논리 때문이 아니라 정서 때문이라서다.


공무원은 매우 안정적인 직업이다. 비리를 저지르면 끝장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 사는 곳이면 다 그렇다. 어디 민간 기업은 안그런가. 오히려 아무 잘못을 안해도 자리를 잃을 수 있는 곳에서 보통 사람들은 생활한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위험을 적당히 감수하면) 쭉 가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꽤나 안정적인 직업이 공무원이다. 


정리해고, 감봉, 연봉 동결, 급여 미지급, 실직 따위가 일상이 공포인 보통 사람들이 공무원에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겠는가? 부러움, 열등감, 경쟁심, 반감, 동경 등등 여러 감정이 있겠지만 공통적인 감정은 질투다. 사람들이 보기에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그렇게 위태롭지도 않고 그들이 일하는 모습도 그렇게 치열해 보이지 않는다. 크게 안달복달 하지 않으면서도 안정된 직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질투심을 일으킨다. 질투가 안생긴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지만 질투를 갖는 것도 이상할 일은 없다. 감정은 외부에 대한 개인의 심정적 반응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질투라는 감정의 속성은 그렇게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스피노자가 말했듯이 질투는 그 대상의 행복을 보면 슬프고 대상의 불행을 보면 기쁜 감정이다. 한마디로 질투하는 대상이 기뻐할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질투심을 가진 사람들의 태도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이나 진실이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개혁안을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생각에는 국민들이 사실을 인지하고 진실을 알아주면 자연스럽게 내 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마주한 진실보다 감정이 명령을 따르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돌아서 있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려 세워야 한다. 그래야 사실과 진실에 대해 제대로 말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지금 새누리와 정부가 내놓은 개혁안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라는 공무원들의 주장은 국민들에게 "공무원 연금 개혁 절대 불가"라는 말로 밖에는 안들린다. 이 함정에 빠지면 안된다. 오히려 개혁을 하겠다고 해야 한다. 개혁은 하되 이 개혁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해야지 개혁안 수용 불가만 외쳐서는 '개혁 불가'의 프레임에 자신들을 가두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그 프레임에 갇혀 나오지 않으면 새누리당과 정부에게 승리를 갖다 바치게 됨은 불 보듯 뻔하다.


이성과 논리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감정이 먼저 닿아야 한다. 노골적으로 말해 국민들의 세금을 가져다 써야 하는 이유만 들이댈 것이 아니라 공무원 연금을 위해 세금을 써야겠다는, 써도 되겠다는 마음이 국민들에게 생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결국 공무원도 노후에 파지나 주우라는 겁니까?"라는 식의 슬로건으로는 절대 안된다. 공무원들 파지 안줍게 하려고 10년 동안 수십조의 세금을 때려 붓겠다면 어느 국민이 좋아하겠는가? 그 세금에는 파지 줍는 사람들의 돈도 들어가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못했으면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 여의도에서 보여준 것처럼, 투표에서 99% 반대가 나왔던 것처럼 똘똘 뭉칠 수 있다면 국민들의 마음에 드는 행동도 못할 것 없다. 그렇게 마음의 문을 두드리지 않으면 절대 국민들이 편들어 주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이 편들어 주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공무원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국민들의 마음에 닿는 것,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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