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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자의 불안 – 고용불안(1) 세상은 넓고 내가 할 일은 적다

40대 남자의 불안 – 고용불안(1) 세상은 넓고 내가 할 일은 적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초등학교(40대에게는 ‘국민학교’) 시절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른이 되면 마음껏 콜라를 사먹어야지!” 5학년다운 소박한 소원이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직장을 갖고 돈을 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갈래를 더 뻗어나가서 나의 아버지처럼 직장인이 되어서 월급을 받아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라는 데까지 닿았다. 비록 어린 나이었지만 그 불안은 제법 크게 느껴졌다. 딱히 철이 든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나 핏줄, 유전자의 공유 차원에서 내 아버지를 공감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라는 보편적 지위와 그 지위에 부과되는 역할과 책임을 어쩌다 엿보게 된 것 뿐이었다. 나의 집은 그렇게 가난한 ..

40대 남자의 불안 - 아버지는 강하다, 그리고 세상은 더 강하다

40대 남자의 불안 - 아버지는 강하다, 그리고 세상은 더 강하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국민 동요’ 급의 노래 ‘아빠 힘내세요!’의 하이라이트 가사다. 양성 평등을 저해한다는 구설에 잠시 휘말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아빠’ 하면 떠오르는 첫 번째 노래다.(그 밖에는 '아빠와 크레파스' 정도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의 얼굴이 어두운 것을 보고 걱정이 든 아이들이 부르는 힘찬 응원가. 아빠를 걱정하는 아이들의 기특한 격려의 메시지에 밝고 활기찬 리듬까지 더해져서 얼굴에 웃음기가 생기고 힘이 불끈 솟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노래의 마지막 가사는 아빠들에게 때로 무서운 현실로 느껴진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

적폐청산진상조사위원회,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자들의 모임

자유한국당이 '적폐청산진상조사위'라는 위원회를 만들고 국민들의 과반수 이상이 지지하는 '정폐청산' 기조에 맞서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적폐청산 기구를 당장 해체하라고 촉구하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는 염치 없음이나 무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에 왕년에 잘나가지 못한 사람이 어디 있던가. 변호사요 판사요 기업가요 교수요 하는 똑똑한 사람들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라고 별다르지 않다. 적폐가 무슨 뜻인지, 정폐청산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몰라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적페청산을 무력화 하려는 것은 그 서슬 퍼런 칼날이 무섭기 때문이다. 무서운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다. 적폐청산의 칼날을 겁내는 사람은 당연히 적폐 당사자, 혹은..

40대 남자의 마음 - 감정을 무시당하는 40대 남자들

40대 남자의 마음 - 감정을 무시당하는 40대 남자들 사람이 병을 앓거나 죽음에 이르는 것은 몸의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정신, 마음의 상태에 따라 몸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니 남성이 40대에 들면서 갑자기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전에 없이 피폐해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몸이든 마음이든 스스로 치료할 수 없는 수준의 상처를 받거나 상처들이 낫지 않은 채 늘어가기만 하면 그 상처들은 곪고 썩는다. 그런 상처들이 삶에 제대로 영향을 주기 시작하는 때가 남자에게는 40대인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체력도 괜찮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편에 속한다. 경험도 어느 정도 쌓였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지속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미 속으로는 골병이 들었거나, 골병이 들 ..

40대 남자의 현재 - 자살을 참았더니 암이 오더라

하루 살기 바쁜 40대모든 연령층은 저마다의 현실을 짊어진다. 10대는 학업을, 20대는 사회 진출을, 30대는 삶의 안착과 발전을, 50대는 생활의 안정과 노후준비를, 60대는 남은 삶의 안위를 짊어진다. 서로 모양새는 다르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방향성을 갖는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40대 남자의 현실은 미래에 대한 방향성이 약하다. 가족을 부양하고, 가정을 유지하고, 직업을 지속해 현실을 유지하는 쪽으로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자녀들은 아직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정도로 자라지 않아 앞으로 몇 년 간은 부모의 손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아이들이 자랄수록 돈은 더 많이 들어간다!) 가정의 유지를 위해서도 많은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을 치르기 위해 일정한 수입이 보장되어야 하며, 그 수입을 위해서..

직장생활의 성공을 좌우하는 8가지 감정

직장생활의 성공을 좌우하는 8가지 감정(김성열 지음, 이원이 감수, 인포더북스, 2017) 소담하게 얘기하면 감정에 대한 되돌아봄이고, 거창하게 말하면 이성만능주의, 이성중심주의에 대한 반기다. 더 있어보이게 말하면 '이성'이라는 프레임으로 성공과 우월을 과시하는 자들에 대한 부정의 시작이다. 이성과 논리, 그것들을 시스템으로 구조화하여 옳고 그름, 성공과 실패, 우월과 열등을 가르는 근대적 사고에 대한 저항이다. 아쉽게도 그런 큰 그림은 글쓴 이의 머릿속에만 있다. 이 책은 그저 하루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직장'이 배경일 뿐이다. 이성과 논리를 배격하지도, 감정의 우월함을 말하지도 않는다. 생각보다 많은 판단과 행위에 감정이 제법 녹아들어 있음을 얘기하는 정도다. 아마 그 영역을 넓혀가면 이성에 대..

40대 남자의 자기소개서 (2) - 군대, 취업 그리고 결혼

40대 남자의 자기소개서 (2) - 군대, 취업 그리고 결혼 진학을 하든, 취업을 하든 스무 살(만 나이로 19세)이 되면 국가, 정확하게는 병무청으로부터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온다'. 신체검사 통지서의 안내에 따라 신체검사를 받고 나면 학력과 신체등급에 따라 병역의 종류가 정해진다. 앞서 말했지만 지금의 40대는 출생아 수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입영 대상자도 그만큼 많았다. 그래서 요즘처럼 원하는 날짜에 입영을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또 일반 현역병보다 복무 기간이 짧은 (지금은 없어진) 방위병으로 근무한 경우도 많았다. 40대 후반 남자들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폭력적이었던 군대 문화를 마지막으로 겪었던, 소위 말하는 '쌍팔년도(88) 군번 세대였다. 부대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990년..

40대 남자의 자기소개서 (1) - 전자오락실과 농구대잔치

김기찬 작가의 골목 풍경 40대 남자의 자기 소개서 (1) - 전자오락실과 농구대잔치 대한민국의 40대 남자들은 골목길을 뛰놀며 자랐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사람이 많지도, 차가 많지도 않았다. 등록된 자동차의 수가 2000만대를 넘어선 것이 불과 몇 년 전이지만, 1985년만 해도 자동차 등록대수는 고작 100만대 정도였다. 그래서 그 시절에는 집밖에서 노는 것이 그리 위험하지 않았었다. 더구나 당시에는 TV나 전자오락실 정도를 빼고는 아이들이 실내에서 즐길거리도 많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처럼 어린 나이 때부터 하루를 꼬박 채워 학원을 다니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놀 시간도 넉넉한 편이었다. 골목길이든, 공터든, 학교 운동장이든 공간이 있으면 놀거리는 얼마든지 있었다. 이전 세대가 즐..

40대의 연혁 (3) - 밀레니엄 시대와 중년

40대의 연혁 (3) 1992년 12월 18일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김영삼이 노태우 정부로부터 정권을 이어 받았다. 지금 40대의 절반이 그 당시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참여했다. 번영의 축복은 계속될 것 같았고 어느 정도는 그러한 기조가 이어졌다. 하지만 1997년에 터진 외환위기는 지금의 40대에게 눈 앞의 삶을 현실의 문제로 제시했다. 당시 20대였던 지금의 40대는 서태지와 아이들에 매료되어 있던 X세대였고, 급속하게 보급되던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던 IT 1세대였다. 하지만 그런 추상적인 감투는 외환위기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많은 이들이 대학을 휴학, 포기했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갓 들어간 직장을 잃는 일을 경험했다. 심한 경우 가계가 파탄 나는..

40대의 연혁 (2) - 서울올림픽과 6월 항쟁

40대의 연혁 (2) 40대 후반을 제외한 대부분의 40대들이 대통령이 어떤 지위인지 대충이라도 인식하게 된 때는 1980년대 이후라고 봐야 한다. 그 때가 되어서야 국민학생이 되어 벽에 걸린 대통령 사진을 보면서(당시에는 교실이나 복도, 혹은 교무실에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었다) 국가 중심적인 교육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이었던 지금의 40대에게 세상 돌아가는 것은 관심 밖이거나 어른들의 어려운 얘기일 뿐이었다. 그 때의 대통령이 군사반란을 일으켜서 정권을 잡았다는 것, 대통령이 되기 전 5.18 광주 민주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했다는 것, 99.9%의 찬성률로 체육관에서 뽑힌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나중 일이었다. 엄혹했던 그 때도 국민학생, 중학생이었던 40대에게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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