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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피커와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체리피커(cherry picker)'체리피커(cherry picker)'라는 말이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지 않으면서 혜택만 누리는 소비자를 뜻한다. 원래 이 말은 신용카드 분야에서 나왔다고 한다. 신용카드는 사용하지 않으면서 부가서비스 혜택만 누리는 고객을 이렇게 부른다. 편하게 얘기하면 (듣는 체리피커는 불편하겠지만) 자기 실속에만 관심이 있어서 상대의 처지나 상황은 나몰라라 하는 사람이다. 우리말로 하면 '깍쟁이'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체리피커나 그런 (깍쟁이) 성향의 사람이 꼭 시장에만 있지는 않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체리피커가 있다. 관계 안에서 자기가 누릴 편함이나 실속에만 관심이 있고 불편이나 손해는 감수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체리피커다. (가수 김현정이 불렀던 '멍'이라..

여행자와 방랑자

여행의 가치여행만큼 팍팍한 삶에 활력을 주는 것도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일상이 무료하다 여겨질 때 여행을 계획한다. 평소에 가고 싶던 곳이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가보지 못했던 낯선 곳을 찾는다. 가깝게는 집 근처, 멀게는 물 건너 해외까지 그 영역은 한계가 없다. 한계라면 금전이나 시간의 한계 정도가 있을 뿐이다. 익숙하던 것들에서 벗어나 새롭고 낯선 곳에 나를 던져놓는 것은 참 신선한 일이다. 일상에서는 겪지 못한 경험이 주는 이질감은 마음을 들뜨게 하는 데 충분하하다. 아쉽게도 그런 기쁨이나 즐거움은 순간이다. 그래도 그 산뜻했던 기분은 좋은 기운으로 남는다. 다음 여행을 위해서라도 다시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정서적인 혜택 말고도 여행이 주는 좋은 점은 또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자빠진다

얼마전 출근길에 버스에서 내리다 인도에 발을 딛지 못하고 허공답보를 시전했다. 30센티미터 쯤 되는 인도와 차도의 높이 차이는 예상하지 못한 헛다리질 덕분에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인도에 쳐박힌 무릎에서 흐르는 피가 어린아이 주먹만하게 난 정장바지의 구멍으로 잘도 보였다. 눈을 뜨고 있었기에 마땅히 인도의 턱이 각막에 맺혔을게다. 하지만 머리는 눈의 감각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허공에 발을 딛기 직전까지 나는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데카르트 선생의 말을 빌면 이렇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자빠진다(Cogito ergo Japparing)."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이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 직원을 우연히 만났다. 넉넉 잡아 3년여 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서로 바쁜 출근길이라 짧..

아직도 묻어가는 법이 궁금해? (김성열 지음, 피커북, 2015)

아직도 묻어가는 법이 궁금해? -밟히는 삶을 피하기 위한 직장인 본격 생존백서(김성열 지음, 피커북, 2015) 글쓰기의 효용과 목적은 여러 가지다. 의사전달, 감정표현, 설명, 주장, 묘사, 감상, 정리, 반성, 다짐, 결심. 인지하고 의식한 모든 것들은 글이 될 수 있다. 2년여 동안 써온 나의 글들도 제 각각 나의 인지와 의식을 드러낸다. 살펴보면 나의 글들의 대부분은 무엇을 설명하고 주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람들이 애써 부정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직장생활의 이면, 애정과 사랑의 현실성, 세상과 관계를 맺는 태도 따위가 글감들이다. 처음부터 어떤 설명과 주장이 목적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저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아는 것, 나의 생각, 나의 인식을 표현하고 싶었고, 생각을 정리..

딴소리 정부와 기름 강아지 여당

새누리당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천명하며 박근혜 정부에 등을 돌렸다. 치사하고 비열하다는 소리를 피하기는 어렵다. 대통령 선거를 할 때 새누리당이 증세 없는 복지 공약에 딴지를 건 적이 있던가?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으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을 열심히 밀어서 대통령 자리에 앉혔다. 그 대통령이 인기가 떨어지고 공약의 실현성 때문에 욕을 먹으니 이제와서 그런 공약으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한다. 이제라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고 국민 앞에 반성하는, '개과천선'의 태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속내를 그렇게 담백하고 순수하게 보기에는 뭔가 께름칙하다. 아무래도 인기 없는 정부와 결별하여 일단은 자기들만이라도 살고 보자는 속셈이 짙어 보인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해법..

돈에 대한 욕망과 속물근성

욕망은 이해의 관점직장생활의 동력은 욕망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네 가지 욕망이 있다. 명예와 명성에 관한 욕망, 돈에 관한 욕망, 관계에 대한 욕망, 성취에 대한 욕망이다. 뭔 얘긴지 모르겠다 싶으면 전에 내가 쓴 글을 읽어주시면 되겠다. (직원마다 먹히는 리더십은 다르다 ) 이 욕망들 중에 직장생활의 주된 동력으로 어떤 욕망을 삼았다는 말은 그 욕망의 차원에서 직장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명성에 대한 욕망이 직장생활의 주된 동력이라면 나의 이름을 알리고 나의 명예를 드높이는 곳으로 직장을 이해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직급이나 지위, 평가가 무척 중요하다. 돈에 대한 욕망, 금전욕의 관점에서 직장을 본다면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곳'이며 직장과 직장인은 노동과 보수를 주고 ..

사람이 그냥 싫은 이유

'싫음'은 감정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지성과 의지가 아닌 감정의 문제다. 미움, 증오, 혐오 같은 감정이 싫어함의 본질이다. 그래서 사람이 싫은 이유는 수 백, 수 천가지다. 외모, 말투, 옷차림, 행동, 신념, 종교, 정치성향, 능력, 말주변 등등, 한 사람의 모든 것은 그 사람을 싫어할 이유로 손색이 없다. 그런가 하면 이유 없이 사람이 싫고 미울 수도 있다. "나 저 사람 싫더라." "왜? 뭐가 맘에 안들어?" "아니, 그냥 싫어." 당사자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넌 천하의 X새끼야"라는 욕을 하길래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이라는 대답이 돌아온 셈이다. 얼마나 속이 터지겠는가? 당사자의 답답함을 떠나서 생각해도 '그냥'을 사람 싫은 이유로 삼기에는 뭔가 모자란다.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부..

성취욕과 일중독

일하는 맛직장에서 하는 대부분의 일은 재미가 없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내가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필요해서 하기 때문이다. 어디 일 뿐인가. 공부든 운동이든 연애든 결혼생활이든 회식이든 소개팅이든 헌팅이든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하면 뭐든지 재미 없는 법이다. 다행히 필요 때문에 하는 일이라도 일을 끝냈을 때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일의 결과까지 좋으면 짜릿한 성취감에 기분이 썩 좋아진다. 이런 맛이라도 없다면 직장생활은 글자 그대로 노동의 나날일 뿐이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맞다. 성취감이야말로 퍽퍽한 직장생활에서 한줄기 빛이다. 프로젝트를 잘 끝내고 고생한 동료들과 함께 들이키는 소맥 한 잔의 청량감은 필설로 표현 못한다. 이 맛에 직장생활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필요에 의해..

고민의 끝은 선택이어야 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들 한다. 그 선택에는 고민이 따른다. 무수한 고민들은 저마다 무게가 있다. 선택의 결과가 일상적이고 가벼운 고민도 있는가 하면 선택의 결과가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고민도 있다. 일상적이고 가벼운 고민은 고민 대접을 받지 않는다. 점심은 뭘 먹을 것인지,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술 안주는 뭘로 할 지 고민하는 것은 선택의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청혼을 받아들일지 말 지, 어떤 학과에 진학을 할 지, 어떤 회사에 취직을 할 지, 빚을 내서 집을 살 지 말 지 같은 고민은 비교적 심각하다.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확고한 신념이나 명확한 예상이 없을 때, 선택의 결과를 책임지지 못하거나 감당할 능력이 없을 때 우리는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한..

사랑의 유효기간과 터널시야효과

사람들은 사랑을 갖가지에 비유한다. 얄미운 나비, 새빨간 Rose, 거짓말, 미친 짓, 같은 방향을 보는 것, 자신을 위한 선물... 아마 사랑의 정의는 사랑을 해본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여기에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하나 더해본다. 이미 누군가 같은 비유를 했을 확률이 높지만. 사랑은 터널이다사랑이나 터널이나 일단 끝이 있다. 터널은 들어가면 반드시 나와야 한다. 사랑도 들어가면 나오기 마련이다. 사랑의 평균 유효기간은 18개월에서 36개월 정도라고 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랑을 시작할 때는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따위의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고, 시간이 지나면 호르몬의 왕성함은 사라지는데 그 시간이 대략 2년~3년이라는 얘기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호르몬 따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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