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직장생활

돈에 대한 욕망과 속물근성

김성열 2015. 1. 2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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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이해의 관점

직장생활의 동력은 욕망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네 가지 욕망이 있다. 명예와 명성에 관한 욕망, 돈에 관한 욕망, 관계에 대한 욕망, 성취에 대한 욕망이다. 뭔 얘긴지 모르겠다 싶으면 전에 내가 쓴 글을 읽어주시면 되겠다. (직원마다 먹히는 리더십은 다르다 )


이 욕망들 중에 직장생활의 주된 동력으로 어떤 욕망을 삼았다는 말은 그 욕망의 차원에서 직장을 이해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명성에 대한 욕망이 직장생활의 주된 동력이라면 나의 이름을 알리고 나의 명예를 드높이는 곳으로 직장을 이해한다. 그런 사람에게는 직급이나 지위, 평가가 무척 중요하다. 


돈에 대한 욕망, 금전욕의 관점에서 직장을 본다면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곳'이며 직장과 직장인은 노동과 보수를 주고 받는 계약의 관계다. 이런 관점을 가진 직장인에게 남들의 칭찬이나 인정, 동료들과의 관계, 무엇인가를 해냈을 때 얻는 성취감은 부수적이다. 약속한대로 일하고 제대로 보수를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


금전욕과 속물근성

금전욕을 드러내는 사람은 때로 오해를 산다. 금전욕은 가치중립적인 단어이지만 사람들은 그 욕망을 드러내거나 그 욕망이 눈에 띄는 사람을 두고 '속물'이라고 말한다. 그게 그거, 도찐 개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금전욕과 속물근성은 다르다. 금전욕은 생활의 안정과 풍요를 바라는 욕망이다. 금전욕이 변질되어 재화(돈) 자체를 모으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수전노, 자린고비가 되지만 일차적으로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려는 순수한 욕망이다.


속물근성은 재화에 자신을 투사하는 성향이다. 속물이란 소유한 재화의 가치가 높을수록 자신의 가치를 높아진다고 생각하며 그런 관념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사람을 말한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어(Wikipedia)는 속물을 '인간의 가치와 사회적 지위 사이에 방정식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지성, 재산, 교육, 가문, 권력, 체력, 계급, 아름다움 따위를 이유로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보다 본질적으로 열등하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 속물이다.


우리 식대로 말하면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사는지, 전세인지 자가인지,승용차가 중형인지 소형인지, 외제차인지 국산차인지, 지방대를 나왔는지 인서울 대학을 나왔는지, 대기업을 다니는지 중소기업을 다니는지, 집안에 재산을 얼마나 되는지,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두고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이들이 속물이라는 얘기다.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의 말을 빌면 '부분으로 전체를 평가하는 부류'가 속물이다.


금전욕과 속물근성은 돈이나 돈의 근거가 되는 것들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그것들을 취하는 목적이나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한 쪽에게는 삶의 물리적 수단이고 다른 한 쪽에게는 사람과 삶의 격을 구분하고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금전욕이 강하거나 그것을 드러낸다고 해서 속물이라고 일컫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결백한 금전욕

돈에 대한 욕망에는 현재 삶의 상황, 경험, 앞으로의 삶의 계획 등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된다. 따라서 좋고 나쁨을 쉽게 구분할 수 없으며 그렇게 구분하려고 해도 안된다. 이 말은 곧 금전욕을 이유로 누군가를 속물로 여기거나 저급한 인물이라고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는 자기 자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돈의 가치를 그 무엇보다 월등한 것으로 여겨 분별 없는 소유욕에 빠지거나 돈을 세상만사를 보는 평가의 잣대로 삼지만 않으면 금전욕은 비난 받을 일이 없다.


오로지 돈만 바라보는 직장생활을 원치 않을 수 있다. 직장생활을 통해 여러가지 욕망을 충족하기를 바라고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이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직장생활을 한다는 기본 전제를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런 전제를 억지로 거부하면 순수한 금전욕마저 속물근성으로 몰아가는 실수를 범하게 된다. 그것은 오만함이다. 그런 오만함은 직장에서도, 삶에서도 쓸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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