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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안되면 일찌감치 포기하세요

도서관에 가보니 평일인데도 사람이 참 많다. 방학이 아니니 중고등학생은 없고 일반인들과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사람들이 열람실에 그득하다. 양 어깨를 죄어오는 열람실 책상의 칸막이가 부담인지 서고의 작은 책상도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 PC를 사용할 수 있는 방에는 인터넷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많다. 휴게실는 그룹스터디를 하는 모습도 보이고 커피 한잔의 여유를 만끽하며 시험에 대해 정보를 나누고 수다를 떤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 하다. 얼굴은 그렇게 밝지 않다. 지역마다, 직렬마다, 급수마다 다르겠지만 행정적 공무원 시험의 평균 경쟁률만 해도 두자리 수는 기본이고 사람들이 많이 몰릴 때는 경쟁률이 세자리 수까지 간다고 한다. 400 여석의 도서관 열람실을 채운 사람들의 절반이 공무..

직장에서의 왕따,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언젠가 직장인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새로 들어간 회사에 직원들 일부가 자신을 따돌려서 힘들다는 얘기였다. 어느정도냐 하면 지하철을 함께 탔다가도 자기만 빼놓고 다른 칸으로 무리지어 옮겨간단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짓거리지만 당사자는 무척이나 속상한 얘기다. 집단 따돌림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 따돌림을 피하기 위한 행동 양식들을 얘기한다. '자신감을 가져라', '당당하게 행동하라', '기죽지 마라', 심지어는 '따돌림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나의 행동을 고쳐라' 같은 말을 한다. 피해를 당하는 사람에게서 해결 방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한참 잘못된 생각이다. 집단 따돌림은 개인에 대한 집단의 폭력이다. 피해자에게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가해자의..

이범균 판사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여기가 뉴스가 끝이었다면 '너무하네~' '그러면 그렇지~' '아놔~ 씨X~'정도의 한탄이 쏟아져나왔을 것이다.(물론 현 정권의 지지자들은 빼고) 그런데 이번 법원의 판결은 그런 한탄조차 삼키게 했다. 대선개입 혐의는 무죄지만 정치관여 혐의는 유죄라는 실로 창의적이기 이를 데 없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선 정국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정치적 관여를 했는데 그 둘은 연관성이 없다는 희한한 판단을 법원이 들고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대부분 어안이 벙벙해서 '이게 뭔 소리야...' 하고 있는 마당이다. 상식의 눈으로 봤을 때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 정국에 개입한 것은 너무 명백하다. 대통령제를 선택한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 ..

커뮤니케이션 오류를 줄이는 방법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직장 내에서 풀어야 할 영원한 숙제 중에 하나다. '영원하다'라고 한 것은 어쩌면 풀지 못할 숙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상호간의 의사소통인데 '상호'가 다른 사람, 서로 다른 인격체를 가리킨다. 내가 어떤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떤 행위를 한다고 하자. 이 때 내가 그 일을 직접 할 수도 있고, 남이 대신 할 수도 있다.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뭘 필요로 하는지 알기 때문에 내가 직접 하는 것이 남이 대신 하는 것보다 원하는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다. 남은 그 행위와 목적에 대해 내가 인식하고 있는만큼 인식하지 않아서다. 서로 다른 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해 완벽하게 일치하는 인식이나 견해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놓고도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

[직장인 글쓰기] 4.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작은 실천

[직장인 글쓰기]의 마지막 순서로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작은 실천 사항 몇가지를 소개한다. 1. 맞춤법, 오타 검사는 기본이 이야기는 골백번도 더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 틀린 글자다. 요즘 직장인들을 보면 오피스 프로그램에 자동 교정 기능이 있어 오타에 대한 긴장도 덜할 뿐더러 문서에 한두군데 틀린 글자가 나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글은 글쓴이의 인격이나 마찬가지다. 글을 보면 글쓴이의 태도를 알 수 있다. 업무에 관한 글이라면 업무에 대한 태도와 열의, 정성이 보인다는 얘기다. 그러니 틀린 글자가 있는지 없는지,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기가 있는지 확인하는 일은 필수다. 소프트웨어의 기능만 무조건 믿지 말고, 헷갈릴 때는 귀찮다 생각말고 사전을 찾는 버릇을 들이자..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지음, 돌베개, 2014)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지음, 돌베개, 2014) 이 책은 지난 55년의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빠짐없는 기록이 아니라 내가 그 시대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실들에 대한 기록이다. – 에필로그 中 는 작가 유시민(그는 요즘 그를 이렇게 불러주길 바란다)이 지난 55년 동안의 대한민국 역사에서 자신이 주목한 사실을 기록한 책이다. '역사의 사실'을 기록했으니 역사서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건조한 책은 아니다. 역사가의 의무는 사실의 정확함을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의 연구 주제나 방향성을 가진 해석이 사실과 관련되어 있음을 그려내야 한다는 E.H.카의 견해를 놓고 봐도 이 책을 명백한 역사서로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과거 사실에 대한 그의 시각이 현재의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4)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4) 책 제목부터 신이 난다. 글줄기도 시원시원하고 내용도 명쾌하다. 진보는 싸가지가 없어서 욕을 먹으며 그 싸가지 없음은 우월감에서 나온다. 우월감의 대상은 여당 뿐만 아니라 민심까지 포함한다. 결국 우월감은 소통을 방해하며 무능으로 귀결된다. 극복하는 방법은 존중이다. 경쟁자를 존중하고 서비스의 수혜자(민심)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면 일패도지의 제로섬 게임을 극복할 수 있는 타협을 끌어낼 수 있다. 무력혁명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면서, 즉 선거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면서 일반 유권자들의 정서를 무시해서 어쩌자는 건가. 진보적 지식 엘리트는 자신의 학벌 자본을 이용해 경제적으론 풍요를 누린다. 당위만을 놓고 보자면 진보가 보수에 비해 멋져 보이는 데다..

피할 수 없는 감정의 포장

감정의 포장이란 이렇다. 어떤 감정이 일어 그것을 밖으로 들어내야 할 때, 원래 일어난 감정보다 크게 부풀리거나 작게 쭈그러뜨리는 것, 또는 원래 가진 감정이 아닌 다른 감정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살다보면 이렇게 감정을 포장해야 하는 경우가 꽤나 많다. 직장에서 상사의 별로 웃기지 않는 농담에 함박 웃음을 짓고, 영업하는 사람이 고객의 반응에 150% 반응하고, 선배의 위엄이 같잖아도 두려운 듯 굴고, 부모님의 잔소리를 새겨 듣는 척 비장한 표정을 짓는 것이 다 감정의 포장이다. 언제 포장하나이런 감정의 포장은 대부분 내가 누군가의 아래에 있을 때, 상대가 나보다 강할 때 하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지위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나보다 지위가 높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작은 부분에서나마 권력을 가지고..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문학사상사, 2005)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문학사상사, 2005) 제목이 말하듯이 저기 콜롬비아 구석에 붙은 마콘도에 터를 잡을 부엔디아 가문은 5대 100년 동안 고독했다.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새로운 낙원을 찾았던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부터 5대를 걸치는 동안 부엔디아 가문은 고독에서 벗어나려 애를 쓰는 사람 투성이었다. 그러나 그 어느 누구도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결국 돼지꼬리 달린 아이가 가문의 종지부를 찍는다. 부엔디아 가문이 고독했던 이유는 그들이 철저한 타자(他者)였기 때문이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가 터를 잡은 마콘도는 그에게 이름을 부여받았을 뿐, 이름이 없었던 그 곳의 입장에서 그는 외지에서 온 타인이었다. 또한 그는 서서히 밀려드는 새로운 문명과 이..

고향 (이기영 지음, 문학사상사, 1994)

고향 (이기영 지음, 문학사상사, 1994) 그의 문장은 멋스럽지만 가식이 없다. 넘실거리는 생생함이 있다. 잘 익은 나락, 고즈넉한 오후의 부락 어귀, 달빛이 쨍한 여름밤 밭둑, 비늘처럼 반짝이는 개천의 풍경을 열두폭 병풍처럼 눈 앞에 훤히 펼친다. 그런 글재주로 농촌의 안락함과 따스함만을 그렸다해도 아주 좋은 글이 되었겠지만 은 그렇지 않다. 그 풍경 속에서 움싯거리는 사람들은 결코 서정의 주인공들이 아니다. 기아에 전복되어버린 노동의 가치와 극복을 선택할 수 없는 환난과 비참, 그 안에서 아둥거리는 힘 없는 사람들의 지난한 삶, 이론과 지성의 무력함에 힘이 빠진 자발적 선각자들의 절망과 갈등이 풍경의 속살이다. 자본이 득세하면서 가난과 노동은 대를 잇는 순환의 출발점에 선다. 토지의 신성함과 노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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