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남자의 자기소개서 (2) - 군대, 취업 그리고 결혼


진학을 하든, 취업을 하든 스무 살(만 나이로 19세)이 되면 국가, 정확하게는 병무청으로부터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온다'. 신체검사 통지서의 안내에 따라 신체검사를 받고 나면 학력과 신체등급에 따라 병역의 종류가 정해진다. 앞서 말했지만 지금의 40대는 출생아 수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입영 대상자도 그만큼 많았다. 그래서 요즘처럼 원하는 날짜에 입영을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다. 또 일반 현역병보다 복무 기간이 짧은 (지금은 없어진) 방위병으로 근무한 경우도 많았다. 


40대 후반 남자들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폭력적이었던 군대 문화를 마지막으로 겪었던, 소위 말하는 '쌍팔년도(88) 군번 세대였다. 부대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1990년 초중반에 입대한 사람들도 세습화된 폭력에 시달린 경우가 빈번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군대에서 일어난 사고가 뉴스를 타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군대라는 곳이 그만큼 고립되다 보니 권위적, 폭력적으로 굴러가기가 그만큼 쉬웠다. 그리고 그런 권위주의가 40대 남자들의 의식 안에 은근히 베어 있음도 부정하지 못한다.


전역을 한 후 남자들의 삶은 다소 진지해진다. 20대 중반의 나이이기 때문에 곧 닥쳐올, 상황에 따라서는 이미 눈 앞에 와 있는 사회생활을 준비해야 했다. 지금 40대 중반이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할 무렵 외환위기가 터졌다. 당시 대학 1, 2학년을 다니던 지금의 40대 초반 남자들 중 많은 이가 휴학이나 입영을 택했다. 졸업을 할 나이가 된 40대 중반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이미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이들도 외환위기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많은 기업들이 쓰러지면서 대량 해직으로 이어졌다. 사회진출을 준비하고 있거나 갓 사회에 나왔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있었던 지금의 40대 남자들에게는 고통의 시절이었다.


외환위기 사태가 정리되던 1999년을 전후로 IT(정보통신) 산업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에서는 정책적으로 IT 산업 분야를 키웠고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당시 사회 진출에 목전에 둔 지금 40대 남자들의 많은 수가 벤처기업에 종사를 했다. 하지만 2000년에 들어서며 IT 산업 분야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고 그 많던 스톡옵션(당시 벤처기업들은 낮은 임금 대신 스톡옵션을 조건으로 직원들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들이 휴지가 되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다시 한번 자신을 '구조조정' 해야 했다. 



외환위기로 한껏 경직된 상황은 쉽게 풀리지 않았고, 모두들 팍팍한 삶에 익숙해져만 갔다. 그런 와중이었지만 결혼적령기가 된 지금 40대 후반들을 필두로 가정을 꾸리기 시작했다. 2016년의 남자 평균 혼인 연령이 32.8세인 것에 비해 지금 40대 남자들의 결혼 적령기 시절 평균 혼인 연령은 평균 29~30세 정도로 무척 낮았다. 덕분에 40대 남자의 맏형 격인 49세 남자들의 자녀가 2017년 현재 대학 1, 2학년인 경우도 그렇게 드물지 않다.


2002년을 기점으로 지금 40대 남자들의 절반이 30세를 넘어섰다. 30세를 넘어선 남자들은 각자의 자리매김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던 지금 40대 초반의 남자들은 자격증 시험, 공무원 시험, 토익, 토플 따위에 매달렸다. 갑갑한 미래 앞에서 30대와 20대의 불안과 초조함은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2007년을 기점으로 지금의 40대 남자들은 모두 30대가 되었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한 고군 분투를 이어갔다. 


30대 이후부터 남자들의 삶은 극적인 변화가 드물다. 삶을 유지하고 이어가기 위한 경제활동, 가정의 유지, 육아로 집중된다.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른 길을 택하는 일은 드물 수 밖에 없다. 쳇바퀴를 도는 듯한 삶의 궤도에 몸을 실은 것이다. 


2017년, 1968~1977년 생들은 모두 40대가 되었다. 그리고 30세가 넘어서면서 고정되어버린 삶은 지난하게 이어지고 있다.

Posted by 김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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