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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지만원의 말을 정말 믿을까?

지만원의 활약이 한겨울을 후끈 달구고 있다. 평소 하던 얘기를 좀 더 세게 하는 것 뿐이니 굳이 관심 갖지 않는게 정신건강에 좋을테지만, 그가 평소 하던 얘기가 뭔지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간만에 맛보는 신선함일 수도 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특수부대에 의한 게릴라전이었다는 산뜻한 주장이야말로 압권이다. 사진에 찍혔던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을 북한 사진에서 찾았다면서, 그들이 바로 광주에 투입되었던 북한 특수부대라는 게 지만원의 주장이다. 지만원과 그의 의견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이 '광수 찾기'는 600명 이상의 북한 특수부대원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안그래도 살기 퍽퍽한 세상에 이렇게 큰 웃음을 주니 경멸하기는 뭣하고 그저 기가 찰 뿐이다. 지만원이 북한군 ..

중년 남자의 눈물 (2) - 중년 남자의 눈물을 허하라

중년 남자가 눈물이 많아지는 이유중년 남성들은 눈물의 현실성과 남자다움이라는 관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남자다움 쪽으로 타협을 본다. 하지만 그런 노력과는 별개로 눈물은 많아진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책을 보다가, 예전 같으면 별 것 아닌 장면에서 코끝이 찡해진다. 어떤 때는 넋 놓고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전보다 눈물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자신도 알아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자리를 잡고 있는 눈물에 대한 금기 의식 때문에 흐르는 눈물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가 눈물을 들켜서 “당신, 지금 우는 거야?”, “엄마, 아빠 울어!” 같은 얘기를 듣게 되면 얼른 눈물을 훔쳐내고 너스레를 떨며 무안해 한다. 자기 눈에서 흐르..

중년 남자의 눈물 (1) - 그들에게 눈물이란

눈물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눈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고 했다. 의학이나 생리학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엄연히 틀린 말이다. 눈물은 머리도 아니고 가슴도 아닌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체액이다. 눈물은 이물질이나 감염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눈을 적시고 있다. 때로는 눈에 무엇이 들어가거나 자극이 있을 때도 눈물이 나온다. 이런 과학적인 해석에도 불구하고 눈물은 기쁨, 슬픔, 분노 같은 감정의 부산물이자 그 감정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눈을 촉촉하게 적시기 위해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눈물이 하루 1그램 정도지만 감정이 북받쳐서 흘리는 눈물은 그 수 십 배 이상은 되고도 남으니 눈물을 감정과 연계시키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과학자들도 눈물과 감정의 연관성을 부정하지..

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다산초당, 2018)

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다산초당, 2018) 마흔에 접어들 때 특별한 감정이 있진 않았다. '내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 하는 정도였다. 미처 알아채지 못하거나 숨기고 싶은 서글픔이나 설렘이 마음 한 켠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일상에 쉽게 용해되고 만다. 그러다 마흔 하나가 되고 마흔 둘이 되고 마흔 셋이 된다. 나이 먹음도 일상의 한 부분이었다. 나는 줄곧 나이를 그렇게 먹어왔던 것 같다. 특별할 것 없었던 40대가 부담스럽게 다가온 것은 나이 50까지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다. 이제 지나온 40대의 절반만 살면 쉰이다. 전에 그랬듯이 나이듦을 자연스러운 삶의 진행으로 받아들인들 누가 뭐라 하겠냐만, 그래도 사뭇 느낌이 다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만큼..

때로, 기자의 중립은 침묵만큼이나 나쁘다

때로, 기자의 중립은 침묵만큼이나 나쁘다 기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꼽아보자면 진실, 공정, 중립, 객관 같은 것들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미디어나 저널리즘에 대해 특별히 공부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정도는 추려내기 마련이다. 기사나 뉴스를 통해 세상과의 접점을 많은 부분(거의 대부분) 확보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기사나 뉴스가 최대한 진실하고 공정하며 중립적이고 객관적이길 원한다. 그래야 내가 알게 될 세상이 편향되거나 왜곡되는 일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기사로서 말을 하는 기자에게는 갖추어야할 덕목으로 요구될 수 밖에 없으며, 기자 스스로도 이를 인정하고 있음을 한국기자협회의 윤리강령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기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최일선 핵심존재로서 공정보도를 ..

이언주 의원 '감정정치'의 길을 가다

신념윤리와 책임윤리100년 전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강연을 통해 정치인은 신념윤리(심정윤리)와 책임윤리의 두 가지 자질을 조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념윤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의에 열정적으로 헌신하는 자질을 말한다. 책임윤리는 자신의 결정으로 인한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질이다. 기본적으로 막스 베버는 이 둘을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았지만, 결국 정치가는 이 둘의 조화를 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막스 베버가 뮌휀대학에서 강연을 한 지 100년이 지났지만 그의 통찰은 여전히 빛이 난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그가 말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의 잣대로 얼마든지 가늠이 가능하니 말이다. 일례로 야당인 자유한국당(이라는 정치인들의 집합체)이 여당과 청와대의 정책을 일단 발목부터 잡고 보는 ..

40대 남자의 슬픔 - 수저의 대물림 III

40대 남자의 슬픔 - 수저의 대물림 III. 이 수저가 너의 수저냐?‘흙수저’라는 말이 불편한 사람도 분명 있다. 왜 아버지들을 수저의 구성 물질 따위로 구분해야 하냐고 항변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해서 있는 것을 없다고 정신승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의 92%가 ‘수저계급론’을 현실이라고 답했다. 수저계급론을 부정한 8%의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이론적이거나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그런 현실이 싫어서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 설문에서 자신을 ‘흙수저’라고 답한 사람이 66.5%였고, 노력만으로 흙수저가 금수저가 될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8.8%에 그쳤다. 그저 보통 사람들이 보는 현..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생각연구소, 2017)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리사 펠드먼 배럿, 생각연구소, 2017) 감정의 보편적이고 고전적인 정의는 '어떠한 현상이나 일, 사물에 대한 심정이나 기분'이다. 나는 이 정의를 '외부 자극에 대한 마음(정신)의 반응'으로 표현한다. 이 정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받아들여져 왔으며, 감정은 이런 정의에 근거하여 해석되고 논의되어 왔다. 반면에 감정의 목적이나 형태, 발생의 메커니즘 따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의견이 있어 왔으며 지금도 새로운 의견들의 등장이 계속 되고 있다. 특히 근래에는 과학기술의 발달 덕에 뇌과학, 신경과학 분야에서 감정에 대해 좀 더 계량적이고 물리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350여년 전 르네 데카르트가 정신과 신체가 분리되어 있다는 심신 이원론을 바탕으로 '정념'을 논할..

40대 남자의 슬픔 - 수저의 대물림 II

40대 남자의 슬픔 - 수저의 대물림 II. 개천에는 용이 없다.옛날처럼 개천에서 용이 나는 자수성가 스토리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깨끗하고 쾌적한 대형 수족관에서 용이 양식되는 세상이다. 실제 통계를 봐도 그렇다. 신한은행이 발표한 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1천만원 이상인 가구의 자녀 1인당 총 교육비는 1억 4천 484만원이다. 이는 월평균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가구의 4천 766만원의 3배에 이른다. 또, 월소득 1천만원 이상인 가구의 자녀가 해외 유학을 하는 경우는 41.7%인 반면 월소득 300만원 미만인 가구가 자녀를 해외에 보내 교육을 시키는 것은 14.4%에 불과하다고 한다. 교육을 더 많이 받은 사람이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다는 통설을 감안하면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었던..

40대 남자의 슬픔 - 수저의 대물림 I

40대 남자의 슬픔 - 수저의 대물림 I. 자본이 자본을 낳는 세상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대해 불안한 감정을 갖고 있다. 교육에 비용을 많이 투입할 수 있는 부모나 그렇지 않는 부모나 마찬가지다. 불안은 불확실에서 온다. 자녀가 얼마나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지,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을 지 없을 지, 대기업 입사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을 합격할 공부머리가 될 지가 불확실한 것은 부유한 부모나 가난한 부모나 마찬가지다. 때문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과 관계 없이 자녀 교육에 대해서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부모들이 처음부터 자녀 교육에 불안해 하지는 않는다. 자녀가 갓난아이 때는 아프지 말고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충만하다. 하지만 자녀가 교육 체계 안으로 들어가는 나이가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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