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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62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민주주의의 후퇴

민주주의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주권을 시민에게 두는 정치 체제의 한가지다. 민주주의 체제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나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자유를 보장 받는다. 거주/이전, 직업선택, 주거, 사생활, 통신, 양심, 종교, 집회/결사 같은 개인의 삶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의 자유를 헌법이 보장한다. 주권이 시민에게 있고 시민은 자유를 보장받으므로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 체제라고 볼 수 있다. 시민의 자유가 어떤 상황에서도 균일하게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의견이나 여론에 따라서, 혹은 국가라는 권력의 개입 정도에 따라서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수도 있다. 이번에 이뤄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도 권력의 개입하여 사상과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 ..

엇나간 주인의식은 비행기도 후진시킨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비행기를 후진, 정확하게 말하면 활주로로 가다가 방향을 되돌려서 다시 탑승 게이트로 '램프리턴'을 시켰다는 기사로 12월 두번째 월요일이 시끌벅적하다. 비행기에 문제가 있거나 해서가 아니라 기내 서비스를 제대로 하지 못한 승무원을 공항에 떨구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원래 승무원은 기장의 명령 없이는 내릴 수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조현진 부사장이 월권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후속 기사(대한항공 측의 해명)에는 기장 명령에 따라 승무원이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승무원의 하기(下機)가 적절한 절차를 거친 것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일반 승객이 땅콩 봉다리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저 승무원하고 비행을 하느니 하이재킹을 당하는게 낫겠어!!"라고 떠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국회의원)에게 질문합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질문은 없다. 질문 할 생각도 없고. 그냥 꼬집고 할퀴고 깨물어주고 싶은 마음만 있다. 그가 지난 25일 세미나에서 했다는 발언을 두고 괜한 딴지를 걸어보고 싶다는 얘기다.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로 기업들이 겁이 나서 정규직을 못 뽑다 보니 비정규직만 양산되고 있다."왜 이러실까? (부총리님도 차암~) 기업들이 겁이나서 정규직을 뽑지 않고 비정규직만 뽑는다니? 여물 되새김질 하던 소가 박장대소하다 사레 들릴 일이다. 기업이 비정규직을 쓰는 것은 정규직보다 돈이 덜 들어가기 때문이지 정규직 뽑기가 부담 되서가 아니다. 비용이 줄면 이윤이 늘어나는 태생적인 구조 안에서 정규직을 택하느냐 비정규직을 택하느냐는 기본적으로 돈 문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두 사람이 같은 수준의 역량..

대통령의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통령(존함은 생략한다)이 대선 때 걸었던 공약들이 늦가을 옥수수대처럼 우스스 쓰러져가는 것을 보면서, 세월호 사고 때 껌뻑거리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했던 말들이 배와 함께 진도 앞바다에 가라 앉는 것을 보면서, 결코 나는 속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 반전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 말들을 믿지도, 기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반전의 반전이다) 하지만 궁금함은 있다. '저 분은 왜 거짓말을 하실까?'라는 궁금함 말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배웠다. (물론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다분히 철학적인 개념도 있긴 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짓말들은 선의나 철학과는 하등 관계 없으니 접어두자.)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기초적면서 보편적인 상식을 모를 리 없다. 분명 '나쁜..

공무원연금 개혁, 공무원은 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가

공무원연금개혁을 두고 의견 대립이 굳어지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개혁안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의 문제를 하향평준화로 해결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며 국가가 부담해야할 책임을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행태라고 비난한다. 반면에 지금 손을 대지 않으면 메꿔야야할 연금 적자만 늘어날 뿐이며 하향평준화를 하더라도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혁안의 수혜자인 공무원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 10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여의도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50여개 단체가 44만 5천여 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98.64%가 반대를 선택했다. 그 이유가 어찌되었든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해 대다수..

이범균 판사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여기가 뉴스가 끝이었다면 '너무하네~' '그러면 그렇지~' '아놔~ 씨X~'정도의 한탄이 쏟아져나왔을 것이다.(물론 현 정권의 지지자들은 빼고) 그런데 이번 법원의 판결은 그런 한탄조차 삼키게 했다. 대선개입 혐의는 무죄지만 정치관여 혐의는 유죄라는 실로 창의적이기 이를 데 없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대선 정국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정치적 관여를 했는데 그 둘은 연관성이 없다는 희한한 판단을 법원이 들고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대부분 어안이 벙벙해서 '이게 뭔 소리야...' 하고 있는 마당이다. 상식의 눈으로 봤을 때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 정국에 개입한 것은 너무 명백하다. 대통령제를 선택한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 ..

영화 The Human Race - 누가 인간의 경쟁을 주도하는가

The Human Race (폴 허프 감독, 미국, 2012) 80명의 사람들이 문득 한 곳에 모인다. 이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며 그것을 밝히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성직자부터 운동선수,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 임산부. 각양각색의 사람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규칙을 듣는다. 멈추면 죽는다, 길이 아닌 풀을 밟으면 죽는다, 추월 당하면 죽는다, 집, 학교, 감옥은 안전하다. 우왕좌왕하는 통에 누군가가 시멘트 길 위에서 밀려나 풀을 밟는다. 첫번째로 룰을 어긴 그녀는 순식간에 머리통이 터지며 죽는다. 사람들은 달린다. 일단은 살기 위해서다. 왜 달려야 하는지 의심을 품는 것은 잠시다. 의심을 품는 사이 누군가는 나를 앞질러 달려간다. 그들이 달리는 경로는 일상에..

우리는 언제 욕을 먹는가 - 세월호 사고를 통해 본 욕먹는 이유

살다보면 욕을 먹는다. 잘못해서 욕먹기도 하고 잘못하지 않았는데도 욕을 먹기도 한다. 상황이야 어찌 되었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보면 욕먹는 것을 피하기는 참 힘들다. 인간은 경험에서 배운다. 그 덕분에 욕먹는 상황을 줄여간다. 반성하고 되돌아봐 욕먹는 경험은 줄이려 한다. 그런 점에서는 욕먹는 경험도 의미가 있다. 언제 욕을 먹는지 안다는 것은 그 상황을 피하려 드는 확실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과연 우리는 언제 욕을 먹을까. 1. 남에게 해를 가하면 욕먹는다남에게 해를 가하면 욕을 먹는다. 특히 그것이 의도된 것일 때는 욕을 피해갈 수 없다. 나의 만족과 이익을 위해서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내거나, 스트레스와 화를 풀려고 사람을 두들겨 패거나 위해를 가하면 욕을 먹는다. ..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 방안과 대통령의 교육관

지난 7월 23일,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가 'SW 중심사회 실현 전략보고회'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의무화를 발표했다. 정부 방안의 골자는 이렇다. * 청소년이 SW를 배울 수 있는 기회 확대* 대학의 실전 SW 전공교육 강화 * SW기반의 새로운 미래성장동력 창출 지원 * SW로 제조업 고부가가치 촉진 * 2020년까지 SW 불법복제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감소(현재 38%→20%대)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골자'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다)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일들이다. 당면한 문제는 이와 관련한 실행안들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되겠다. 아무리 뜻이 좋고 목표가 원대해도 결국은 실행을 어떻게 하느냐가 뜻과 목표의 가치를 매듭짓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보수의 특징 - 공감 능력 부족

세월호 사고 특별법 제정을 두고 의견의 부딪힘이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잘못된 정보와 왜곡된 해석으로 인한 오해는 제쳐두라도 두 달 전 국민 대부분이 공유했던 안타까움과 관심, 기대, 바람은 예전 같지 않다.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은 3자의 감정이 아무리 절절하다해도 피해 당사자만 못한 것은 당연한 이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감정이 옅어지는 것 또한 뭐라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 특별법 제정을 두고 일부 사람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드러내는 세월호 사고 유족에 대한 반감과 공격성은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한다. 특히 스스로를 보수라고 일컫는 몇몇 사람들의 언행은 당혹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듣기 좋은 노래도 세 번이면 지겨운데 석 달이나 시간을 끄니까. (삼 개월이 넘었어.)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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