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생각을 주는 말과 글

술 취한 사람과 젊은 사람의 공통점은?

김성열 2014. 1. 2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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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men are apt to think themselves wise enough as drunken men are apt to think themselves sober enough. - Chesterfield, Lord


술에 취한 사람이 별로 취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젊은이는 자기를 현명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 체스터필드 경


나는 '아직 젊었거든~'이라고 말하고 싶은 그런 나이에 와 있다. (남이 보기엔 어떤지 몰라도...) 그러니까 스스로 현명하다고 생각하던 때를 이미 거친 그런 나이다. 왜 나를 현명하다고 생각했는지 그 때는 몰랐다. 게다가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현명하지도 않았다. 왜 그 때 나를 영리하다고 생각했는지 '아직 젊고' 싶은 나이가 되어서야 조금 알 것 같다.


비뚤어진 열등감

'나'라는 범주에서만 보자면 - 나를 제일 잘 아는 것은 나일테니까 - 그것은 열등감 때문이었다. 특히 나와 세대를 달리하는 사람들, 꼭 집어서 얘기하면 나보다 앞선 세대들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나는 그들을 열정과 패기는 없이 세상에 묻어가는 무기력한 세대라고 생각했다. 


무기력한 세대에게 왜 열등감을 느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들은 무기력하지만 나보다는 잘났으며, 나의 열정과 패기에도 불구하고 무기력한 그들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보장을 스스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하게 굴지 못한 것은 나의 느낌을 인정하기가 싫어서였다. 그래서 나를 현명하다고 설정하여 그들의 성공을 폄훼하고 나의 무능력함을 세상탓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자신을 평가하라

'젊은 나'는 세상을 평가하기에 앞서 나를 제대로 평가했어야 했다. 나와 다른 의식과 행동양식을 가진 세대들을 인정하고 수용했어야 했다. 나를 정확하게 알고, 나의 모자람을 인정하고, 앞선 세대들의 과묵한 저력을 배우고, 그들의 노련함과 싸워야 했다. 나는 영리하기는커녕 나를 인정할 용기도, 그들을 뛰어넘을 용기도 없는, 그래서 괜한 변죽으로 변명과 핑계를 일삼는 비겁하고 옹졸한 어린아이에 불과했었다.


현명함은 나이와 무관

다분히 생물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영리함이나 총명함은 나이가 든다고 해서 현명함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나이를 먹는다고 다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영리함, 총명함은 육체와 함께 시들지만 현명함은 육체의 노쇠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현명함의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러니 영리함과 총명함을 맹신하지 말고 현명해지기 위한 노력을 일찍 시작해야 한다. 그 노력에는 나를 인정하는 용기, 나 이외의 타자를 수용할 수 있는 관용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한 노력 없이 올곧게 자기 안에서만 고민하고, 판단하고, 결정한다면 현명함은커녕 잘해야 페시미스트나 니힐리스트 정도에 이를 뿐이다.


현명함은 몸과 관계 없으니 아무 때나 기르고 개발해도 괜찮다. 그래도 이왕이면 젊을 때부터 하는게 낫다. 현명함은 연령제한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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