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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가난한 사람들의 예술이다

김성열 2014. 4. 1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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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가난한 사람들의 예술이다.

마샬 맥루한 Marshall McLuhan


유행이란 특정 사회에서 일정한 사람들이 유사한 행동양식이나 문화양식을 일정한 시간 동안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예술은 직관을 미(美)로 표현하고 즐기는 활동이자 활동의 결과물이다. 탐미적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유행과 예술은 겹쳐짐이 있다. 하지만 유행의 대상이 되는 문화 상품이나 삶의 방식, 개성을 표현하는 스타일이 예술로 여겨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행은 상품이라는 실체의 형태를 빌어 나타나기 마련인데 자본주의에서 상품은 자본의 이윤추구을 위한 도구다. 자본은 상품의 판매를 위해 유행이라는 개념을 상품에 삽입하여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자본은 사람들에게 개성있는 자기 표현이 가능하다며 상품을 소개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에게 타인에 대한 모방 심리를 자극하는 모순된 상황을 만든다.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들을 가진 사람와 덜 가진 사람, 다시말해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으로 간편하게 구분한다.(또 그렇게 구분하기를 강력하게 원한다) 부유한 사람은 예술을 직접 소유하며 적극적으로 향유한다. 거실에 값비싼 그림을 걸고 오페라 극장을 찾고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장을 직접 방문함으로써 자신들의 미적 감성을 고취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감성과 구분짓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처럼 예술품을 직접 소유하기 힘들고 적극적으로 향유하기도 어렵다. 부유한 사람들처럼 예술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금전의 소모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가난한 사람이 보유한 금전으로는 결코 소유할 수 없는 예술품들도 부지기수다) 그들처럼 예술을 누릴만한 제반 지식이나 지적 수준을 쉽게 확보하지도 못한다. 기껏해야 부유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의 일부를 흉내내거나 그들이 가진 상품들 중 일부를 취함으로써 동질감을 획득하는 수준에 만족한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은 상품에 내재된 유행이라는 속성을 받아들여 그것을 탐미적 활동으로 갈음하는 것이다. 



인간은 타인들로부터 괴리되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러한 인간의 속성은 타인을 모방하도록 하며 상품을 만드는 자본가들은 그 모방의 심리를 자극하여 사람들이 유행에 편승하도록 한다. 그러나 상품은 자기 개성의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에 유행을 따르는 것에도 사람들 사이에 경쟁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이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유행을 빨리 버리고 새로운 유행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아마 이 과정은 상품의 생산이 지속되는 이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을 소유하고 적극적으로 누리는 계층은 부유한 자본가들이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행이라는 탐미적 활동을 자극하여 상품의 판매를 늘리려 시도하며 가난한 사람들은 유행에 뒤쳐지지 않으려 유행이 내재된 상품을 구매한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유행이라는 탐미적 활동에 몰입할수록 부유한 자본가들은 더 부유해질 것이며 그들의 탐미적 활동과 가난한 사람들의 탐미적 활동의 수준 차이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상품과 자본이 최대의 선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마샬 맥루한이 말한 '가난한 사람들의 예술'은 결국 부유한 사람들의 예술 활동을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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