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생각을 주는 말과 글

지금 진도에는 기자가 없다

김성열 2014. 4. 1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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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의 사진이 탐탁치 않다면 당신은 충분히 다가서지 않은 것이다.

- 로버트 카파


진도 여객선 사건을 보면서 정부에 대한 절망큼이나 크게 다가온 것이 언론에 대한 실망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큰 임무라면 지금 언론은 제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지 이틀이 지났지만 깊이 있는 취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의 발표를 받아적거나, 상황을 중계하거나(이 역할은 넘칠 정도로 충실히 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기사들을 할당량 채우듯이 쏟아내고 있다.


사고 직후에 나왔던 승객 전원 구조의 소식을 일찌감치 오보로 판명되었고 구조된 학생에게 친구의 죽음을 알렸던 앵커는 비난을 면치 못했으며 사망자의 보험금을 친절히 계산해주는 보도는 혀를 차게 만들었다. 일부의 행태로 모든 기자와 언론을 싸잡아서 비난해서는 안되겠지만 사고를 당한 실종자들의 가족들에게 취재거부를 당할 정도이니 적어도 진도에서만큼은 언론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이 맞다.


이것은 자질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취재 대상에 깊이 파고들지 않고 변두리에 모여 앉아서 (유진 매카시가 말한 '전선 위의 참새들'처럼)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그 태도가 지금 언론의 문제다. 가라앉은 세월호를 뒤집어 볼 수도 없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겠지만 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애쓸 수는 있다. 일부 사람들이 사고 현장에 언론통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질 정도라면 언론은 자신들이 취재 대상으로부터 너무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기자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언론에게 사고의 책임을 지라는 것도 아니다. 현장에 가지 못하고 애만 끓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이 되어 달라는 말이다. 아직도 그들이 살아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귀가 되어 달라는 말이다. 언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 사실을 직시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현상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 지금 언론에게는 그러한 태도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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