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생각을 주는 말과 글

지금 진도에는 기자가 없다 (2)

김성열 2014. 4. 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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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can be no higher law in journalism

than to tell the truth and to shame the devil.

- Walter Lippmann


진실을 말하는 것과 악을 부끄러워 하는 것보다

더 높은 저널리즘의 율법은 없다. 

- 월터 리프먼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서 여러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침몰 후 실종자에게 받았다는 메시지와 통화, 구조대원의 아내라는 사람에게서 나온 가라 앉은 배 밑의 상황,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구조작업에 열중하지 않는다는 정황 해석, 급기야 한 방송에서는 민간잠수부가 생존자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인터뷰까지 나왔다.


이런 내용(정보)들은 기사가 되어 인터넷이나 TV를 타고 순식간에 사람들의 귀에 들어간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사람들은 그런 정보의 옳고 그름, 함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기 어렵다. 나름대로의 분석을 통해서 의견을 내세우지만 그런 의견은 기사를 본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많다. 덕분에 기사를 통해 정보가 전달되긴 하지만 그 진위와 의미를 두고 혼란한 상황이 연출된다. 


정보를 전하는 것은 기자(뿐만 아니라 모든 저널리스트)의 중요한 임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자가 전하는 정보는 진실과 거짓 여부에 대한 검증이 동반되어야 한다. 빌 코바치 Bill Kovach 톰 로젠스틸 Tom Rosenstiel 은 그들의 책 "저널리즘의 기본요소 The Elements of Journalism"에서 "저널리즘의 본질은 검증의 규율"이라고 했다. 이는 단순히 어떤 정보를 진실이라고 주장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정보를 모으고, 체계화하고, 전파하는 과정을 통해 정보의 진실과 거짓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서 나오는 많은 기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단순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민간에서 떠도는 얘기들을 가감도 없이 기사로 쓰고 정부가 말한 내용을 옮겨 적는 수준의 기사들이 난무한다. 누리꾼들의 의견을 몇마디 적어놓고서 기사랍시고 내미는가 하면 정부가 말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현장 상황을 중계한다. 이런 기사들에서는 정보에 대한 검증은 커녕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기자의 주장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 Walter Lippmann 의 말처럼 사실들이 알려져 있지 않으면 거짓들이 효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의 진위 여부가 불분명하니 거짓들마저 힘을 얻어서 사람들의 머리를 흔들고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소화할 수도 없을만큼 넘쳐나는 기사들을 보면서 그저 기자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기사를 생산한다는 느낌 밖에 들지 않는다. 진실을 규명한다는 기자의 사명은 찾을 길이 없고 그저 직업로서의 기자로 자리매김을 하려는 모습만이 보인다. 이 역시 자질과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기자는 진실을 검증하기 위해서 현상에 가까이 다가서야 함은 물론이고 진실의 토로라는 기자의 사명을 그들의 심장에 깊게 새겨야 한다. 힘들고 지난해도 그것이 기자가 할 일이다.


다시 봐도 지금 진도에는 기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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