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책임지지 않는다면 나의 철학이 아니다

김성열 2013. 12. 1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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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그 중에 철학이 우리 곁에 은근히 접근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공중파를 통해 다양한 소재/주제의 강좌, 강의, 특강을 만날 수 있는가 하면 오프라인에서도 어렵지 않게 강좌나 강의를 접할 수 있다. 이 분야의  전문가와 학자, 저작가들이 지명도를 넓혀가고 있으며 걔중에는 스타 강사로 떠오른 사람도 있다. 서점가에서도 인문학 코너는 여전히 건재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철학은 한 영역을 충분히 담당하고 있다. 심지어 취학전 아이들이 읽는 책들에도 철학이라는 소재가 쓰이는 지경이니 철학에 대한 주목은 군불처럼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


철학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삶을 꾸려가는 생각과 행동의 가이드라인이 되며, 세상과 나의 접점인 가치관으로 철학을 갖는 것은 삶의 무게감을 더하는 일이다. 그것이 학술적인 검증을 거쳤든 그렇지 않았든, 역사성과 정통성이 있든 없든, 단일한 것이든 복합적인 것이든, 두루 알려진 것이든 나만의 것이든 상관 없이 '내 삶의 철학'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철학은 갖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을 갖기만 했다고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철학에 대해 책임질 각오를 했을 때 비로소 나의 철학이 되는 것이다. 내가 가진 철학으로 삶을 꾸리는 것을 남들이 인정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꾸린 삶과 삶의 양식이 비판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그 철학은 나의 철학이 된다.


어떤 철학을 기준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또는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보편적이라고 인식되지 않았을 때, 그래서 그로 인해 비판을 받거나 불편한 시선을 받는다면 그것은 내 자신이 그 철학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런 비판이나 평가, 나와 다른 시선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그것과 논쟁하고 싸우고, 타협할 때 비로소 나의 철학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것은 나의 철학이냐 아니냐를 떠나 올바른 철학이 아니다. 왜냐하면 혼자 무인도에 살지 않는 이상, 어떤 철학에 근거한 삶의 양식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남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미 남과 상관이 있다는 것이다. 남을 신경쓰지 않는 철학을 갖고 있다면, 그 철학은 오만과 편견의 도구로 밖에는 쓸 일이 없다.


무엇을 갖는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위험(Risk)도 갖는다는 의미다. 그러한 각오 없이 철학을 갖는다면, 그것은 철학을 갖는 것이 아니라 어깨에 걸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철학을 가지려거든 어깨가 빠질 각오로 단단히 짊어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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