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때론 아무 생각 없이.

김성열 2014. 1. 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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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추억은 그렇게 잊혀지면 돼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어린아이들의 가벼운 웃음처럼

아주 쉽게 아주 쉽게 잊을 수 있어


- 김광석,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 中


나이 마흔이 넘어, 홀몸도 아닌, 슬하에 딸 둘과 와이프 하나를 두고, 다니던 회사를 덜컥 그만두었다. 아, 얼마나 하고 싶던 일인가! 감격이다. 젠장.


회사를 그만 두고 싶던 마음이 어디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생겼으랴. 직장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몇 년 동안 서너번을 넘게 그런 생각에 깊이 잠겨 심하게 고민을 하고, 거의 그만둘 것처럼 굴다가 또 그렇게 며칠을, 몇달을 지나왔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5개월 정도 고민을 했고, 마지막 결정의 극적인 순간을 낚아채고서는 쾌재를 불렀다. 이것도 단기간의 목표라면 목표니까. "3개월만 나랑 같이 놀아"라는 아내의 허세(가 아니면 뭐겠나?)를 응원군으로 든든히 삼아서 그렇게 결정했다.


회사를 때려친 느낌은 시원? 섭섭? 아주 그런게 없는건 아니지만 올곧게 꼭 한가지 생각만은 아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몸 담고 있던 곳에서 뭔가를 이루고 싶었던 마음은 있었으니까. 놀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했냐고 묻는다면, 세상에 얽매인 사람이 놀고 싶은 마음을 쉽게 품을 수 있겠냐고 되묻을테다. 맘에 안드는게 크니까 나온게 맞는거잖아? 선수끼리 왜 그려...


무슨 배짱으로 그러냐는 사람은 없다. 이미 배짱은 들통났으니까. 무슨 계획이나 생각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말한다. 아무 생각 없노라고.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 아무 생각 없으면 안되냐고 거듭 되묻는다. 악이 받쳐서 그런게 아니라 진짜 그렇다. 꼭 무슨 생각이 있어야 하는거야?


때론, 깊이 생각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가까운 예를 들자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나에겐 그랬다. 회사에서 이루고 싶었던 일, 동료 직원들과의 우애, 직업인으로서의 꿈 따위를 깊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떠나올 수 있었다. 생각 없음의 힘이 이토록 클 줄이야.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가? 무척이나 가볍다. 7년을 넘게 몸을 담고 있던 곳의 추억들이 그저 쉽게 잊혀질 것 같다. 쉽게 잊혀져도 아쉬울 것 별로 없을 것 같다. 모든 일들이, 모든 사람이 꼭 추억으로 문신처럼 새겨질 필요는 없으니까. 좋은 기억이면 충분하니까 말이다.


가벼워도 좋다. 그것이 울음이 아니라면, 웃음이라면, 쉽게 잊혀져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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