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조건과 사랑, 어느 쪽을 버릴까의 선택을 하라

김성열 2013. 12. 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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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사람에 따라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고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결혼의 가장 기본적이자 절대적인 조건은 배우자다. 배우자만 있어도 결혼을 할 수 있지만 다른 것이 아무리 많아도 배우자가 없으면 결혼은 성립이 안된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배우자의 물질적 조건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이고, 그 말이 불편하다면 배우자에 대한 느낌이나 감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얘기다.


어느 것이 더 낫다 못하다를 얘기하긴 어렵다. 결혼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에 따라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절대적으로 한쪽 의견이 우세하거나 확고한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라서 더 그렇다. 다만 둘 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왕이면 장단점을 다 살펴보고 결정하는 것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보는 것보다 나으리라. 마음 비우고 (자신이 가진 가치관에 반하는 의견을 삐딱한 시선으로만 보지 말고) 생각해보자.


사랑 없는 결혼은 계약

먼저 느낌과 감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쪽을 보자. 일반적으로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에게 배우자가 되는 쌍방향의 관계 성립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지극히 감정적이다. 더구나 수십년을 한 이불 속에서 살아야 하는 남여에게 감정의 교류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결혼은 그저 그런 계약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결혼을 관계의 정립이라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그 바탕에 깔린 감정이야말로 수십년 동안 같은 곳을 바라보고 발을 맞춰 나아가게 하는 순수한 동력으로 훌륭하기 이를 데 없다.


하지만 그 감정은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거세게 상승을 하다가 정점에 도달하는 때가 오고야 만다. 그 이후에는 감정이 일상적인 것으로 취급받거나 사라진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 상태로 살아간다면 처음 정립했던 관계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며, 그로 인한 영향은 의외로 만만찮다. 요즘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섹스리스 부부가 대표적인 예다. 


당사자들은 예전 같은 감정을 갖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러니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게 되고, 그 상태로 결혼 생활을 근근이 유지한다. 결혼은 사랑해서 하지만 결혼 생활은 정으로 한다는 것이 바로 이 말이다. 이 시기는 새로운 감정을 바탕으로 관계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최선의 상황 극복 방법이다. 하지만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며, 새로운 관계를 위해 별도의 공을 들여야 한다.


이처럼 감정과 느낌에 대한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 결혼의 단점은 감정과 느낌은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 그 유통기한이 다 했을 경우를 잘 극복하지 못하면 결혼 생활의 동력을 잃는다는 것,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 연애할 때처럼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겨나지 않기 때문에 - 지극히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가 좋으면 몰라도, 과정은 험난하고 피곤할 일이다.


사랑은 밥을 대신 할 수 없다

이제 물질적 조건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쪽의 장점과 단점을 보자. 결혼은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살아간다는' 측면에서 물질적인 요건이 안정되어 있다는 것은 삶의 유지에 매우 유리한 조건의 형성이다. 쉽게 말해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을 많은 부분 덜어내거나,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만으로도 물질적 조건에 가치를 둔 결혼의 장점은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물질적 조건은 확률의 문제이기 때문에 운이 나쁠 경우 그 조건 자체가 허물어질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좋은 학교, 대기업 근무, 높은 연봉, 집안의 재력 같은 조건들은 지금의 상태를 아주 잘 말해준다. 하지만 지금의 조건으로 미래의 상태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건강이 나빠져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고, 사업을 하다가 망할 수도 있고, 보증을 잘못 서서 가산을 털어먹을 수도 있고, 도박에 빠지거나 바람을 피울 수도 있다. 


'좋은 조건'은 무탈하게 살아간다고 했을 때 안락할 삶을 유지할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하지만 확률이기 때문에 그 조건이 유지되지 않는 경우도 엄연히 존재한다. 문제는 그 물질적 조건이 유지되지 않거나 무너졌을 때, 결혼의 의미가 어떻게 되느냐이다. 이 때 새로운 무언가를 바탕으로 관계 정립을 하지 못한다면 잘못된 선택, 운나쁜 인생, 꼬인 팔자가 된다. 관계 정립의 조건이 사라져버렸으니 완전 새로운 관계로 정립을 해야 하는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틀로 관계를 정립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 수 밖에 없다.


선택의 다른 말은 포기

여럿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것을 뺀 다른 것들을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을 버린다는 것은 그것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버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선택을 할 때는 취할 수 있는 장점과 버릴 수 있는 단점만을 생각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조금더 생각을 넓혀 선택한 것의 장점을 취한다는 생각 뿐만 아니라 단점도 취한다는 생각을 해야 하며, 동시에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의 장점을 버린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결국 선택이라는 것은 선택하지 않은 것의 장점을 포기하는 것을 감당하겠다는 의지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


물질적 조건과 감정 중 어떤 것을 결혼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볼 것이냐의 문제는 결혼을 남은 삶을 살아가는 수단으로 보느냐, 결혼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 방법으로 보느냐의 문제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지 간에, 결혼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다. 그러니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선택하지 않은 다른 하나에서 취할 수 있는 장점도 포기해야 한다는 점까지 생각해서 신중하게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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