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고부갈등, 서로를 만만하게 여기면 다툼이 생긴다

김성열 2014. 1. 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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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빨리 변한다. 고루한 풍습들은 사라져가고 새로운 사고 방식과 행동 양식들이 사람들의 관계를 재편한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서도 고부갈등만큼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 고부갈등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이혼전문 변호사나 부부상담소가 와르르 쏟아져 나오고, 주부들의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시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에 살 수가 없다는 눈물겨운 호소들이 줄을 잇는다. 


원인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각자의 고집 때문이다, 세대차 때문이다, 남편의 뒤늦은 효도심 때문이다, 헤게모니 싸움이다, 여자의 적은 원래 여자다, 전생의 업보다, 팔자 때문이다 등등. 하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뾰족한 해결 방법이 없는 것이 바로 고부갈등의 진면목이다. 완전히 등을 돌리거나, 완전히 융합하거나 둘 중에 하나가 아닌 이상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계속 될 수 밖에 없는 무한한 갈등인 것이다. 과연 고부갈등은 풀 수 없는 문제인가?


친어머니처럼? 친딸처럼?

결혼을 할 때 보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이런 얘기들을 나누는 경우가 많다. "아가야, 나는 너를 며느리가 아니라 친딸처럼 생각한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를 제 친어머니처럼 생각할께요."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전통적으로(?) 충돌이 잦은 관계이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기 위해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각자의 속성을 변경한다. 그래서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관계맺기를 어머니와 딸이라는 친근한 형태로 규정하는 것이다. 어머니와 딸, 짝짝꿍으로는 최상의 조합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런 생각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니 이런 저런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욕실은 왜 그렇게 지저분하고, 애는 왜 이렇게 키우고, 냉장고는 왜 이렇게 엉망으로 정리했냐고 말이다. 며느리는 딸처럼 굴고 싶고 귀여움 받고 싶은데 간섭과 잔소리만 잔뜩 돌아오니 짜증이 하늘을 찌른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에게 바라는 속성이 어긋나 있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남편의 어머니, 며느리는 아들의 아내

시어머니는 친엄마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며느리는 딸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며느리는 아들의 아내이며 시어머니는 남편을 낳고 키운 사람이다. 시어머니는 아들의 아내의 생활에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된다. 본인도 어떤 남자의 아내로 살아봤으니 누군가 간섭할 때의 기분은 더없이 잘 알 것이다. 더구나 내 딸도 아니므로 함부로 간섭하려 들거나 조종하려 해서는 안된다. 


며느리는 남편의 어머니를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 동네에서 마주치는 모르는 사람의 어머니가 아니라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배우자의 어머니이므로 기분 내키는대로 대할 일이 아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이렇게 서로를 어렵게 생각해야 한다. 친딸처럼, 친엄마처럼 쉽게 보기 시작하면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갈등과 투쟁은 서로 자신이 정당하고 상대가 부당하다고 생각할 때도 생긴다. 하지만 섣불리 맞설 수 없을만큼 한쪽이 강력하다면 갈등과 투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다. 상대를 만만하다고 느낄 때 갈등이 일어나는 법이다.


남편의 사명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편이 나서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한계와 자격을 정확하게 정해야 한다. 어머니에게는 '내 며느리'라는 개념 대신에 '내 아들의 배우자'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아내에게는 '남의 어머니'라는 개념 대신에 '남편의 어머니'라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즉,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서로를 어렵게 대해야 하는 사이라고 정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결혼 전에 하는 것이 제일 낫다. 남자가 나서면 꼴사납다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중에 터져나올 고부갈등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면 완전 거저먹기란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고부갈등의 틈바구니에서 남편이라는 존재의 불편함도 갈등 당사자들에 버금간다. 어느날 아내가 이혼장을 내밀며 4주 후에 뵙자고 하는 당황스런 상황이 싫다면 처음부터 중재자로서 개입하는 것이 백번천번 낫다. 일치감치 저세상으로 가지 않은 이상, 남편 역시 고부갈등의 주체 중 한사람이라는 것을 남편될 사람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시도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그따위 얄팍한 수로는 고부갈등을 막을 순 없을 거라며 손에 장 지질 준비를 하는 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다. 그런 의견도 존중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당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겁나게 행복하자고 하는 결혼인데, 그 원인이 뭐든간에 행복을 방해하는 뭔가가 예상된다면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는가? 일단 시도해보자. 시도한다고 국세청에서 세금 매기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안되는 것은 그때가서 생각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보자.

 

행복한 결혼을 유지하는 것은 신의 뜻이거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노력 없는 행복한 결혼 생활은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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