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당신이 연애를 해야하는 이유

김성열 2014. 1.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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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戀愛)를 한다는 것은,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할 때마다 참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도 한번 해보고 나면 또 하고 싶은 것이 연애다. 순간일지는 몰라도 미약같은 사랑의 달콤함에 젖는다는 것은 나중에 눈물콧물 질질 흘리면서 징징거리는 속상함을 견딜 수 있게 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헌데 주변을 둘러보면 젊은 사람들이 연애를 참 안하는 것 같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어떤 부서에 10여명의 남자직원들이 있었는데 둘은 결혼을 했고, 둘은 연애 중이고, 나머지 직원들은 솔로였다. 문제는 솔로인 직원들이 솔로를 벗어날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주말에 뭐하냐? 연애 안하냐?"라고 물어보면 "주말엔 자야죠." "시간이 없어서요." "저는 저를 사랑합니다." 뭐 이런 답들이 돌아온다. 다른 부서의 총각(그 회사는 총각들이 주로 많아서)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물론 걔중에는 연애를 하고 싶으나 겁이 나거나(여자/남자가 잡아먹니?), 눈이 높거나(눈 깔아!), 진짜 여유가 없거나(투잡 인정),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알고 하는 연애는 없다)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을 때는 연애를 해야 한다. 연애를 하지 않으면 젊은 시절을 투명인간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애는 나의 존재를 깨운다

얼마전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타잔3D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제인이 타잔에게 이름을 알려달라고 하자 타잔이 머뭇거린다. 제인이 친절하게 타잔의 손으로 서로를 가르키며 자신의 이름은 제인이라 알려주고 당신의 이름은 뭐냐고 묻자 타잔이 조심스럽게 '타잔'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서는 '나는 타잔! 너는 제인!'을 몇번이나 외치며 온몸으로 흥분을 표현한다.


연애는 나의 존재를 각성시킨다. 누군가의 물음에 답을하거나 요청에 의해, 필요에 의해 말하고 적는 이름은 그저 기호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내 이름을 말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하나의 명확한 존재로 각인되는 것이다. 호감이 가는 어떤 이의 존재를 알고 그 존재가 나를 알 때 그 희열과 기쁨은 대단하다. 그래서 타잔이 그렇게 흥분하며 몇번이나 제인과 타잔을 외친 것이다. 나의 존재가 명확한 의미를 얻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그것을 알고 있었던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했다.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불러야 꽃도 되고 타잔도 되는 것이다.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 나는 꽃도 아니고 타잔도 아닌, 김춘수 시인의 말대로 존재하지만 존재함의 의미가 미약한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연애는 삶의 에너지

또, 어떤 이에게 의미가 있는 나라는 존재는 강력한 힘의 원천이 된다. 블로그의 맛집을 뒤지고, 금주 개봉 영화를 검색하고, 놀만한 곳을 찾아대고, 상대가 좋아할만한 옷과 악세서리를 고르는 것은 친구와 놀 때 하는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기분이 무언가를 하게끔 만든다. 죽을만큼 사랑하면 정말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 죽을 마음까지 든다. 인간의 근원적 공포마저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연애감정이다.


사람은 홀로 존재의 의미를 갖을 수 없다. 존재의 의미를 갖기 위해 내가 아닌 타자(他者)와 관계를 맺는 것이고, 그 타자가 명확하고 뚜렷할 수록 존재의 의미가 커진다. 극단적으로 말해 타자와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은 사람은 존재론적으로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 로빈슨 크루소에게 프라이데이거 없었더라면, 톰 행크스에게 배구공 윌슨이 없었다면 두 사람 모두 살아갈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숨만 쉰다고 사는게 아니다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하느라 피곤에 지쳐 터벅터벅 퇴근을 하나보면 "내가 왜 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의 살아있음은 단순히 숨쉬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면, 내 존재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면 연애를 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활발한 20대, 30대에 연애를 하지 않는 것은 자살과 같다.


"혼자가 편해~"라는 말은 "난 그냥 죽은것처럼 살래~"라는 말과 같다. 정말 그런 생각이 들면 그럴거면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면 된다. 부처가 될 마음이 없다면 아무말 말고 연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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