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신혼 부부싸움의 근원 - 남자의 변화 vs 여자의 불변

김성열 2013. 10. 3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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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언제 가장 많이 싸웠냐고 연식이 좀 된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한결 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신.혼.때.


왜 하필 신혼 때일까? 가장 알콩달콩한 때가 신혼 아닌가? 그러고보니 알콩달콩 한 것도 신혼이고 많이 싸우는 것도 신혼이다. 알콩달콩한 것은 금방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살고 싶고, 그렇게 살자고 결혼했으니까. 하지만 신혼 때 많이 싸우려고 결혼한 것은 아니다. 결국 원했던 알콩달콩과 원치 않는 충돌이 혼재된 Chaos 같은 시기가 신혼이라는 얘기다. 


알콩당콩한 이유는 따로 얘기 안해도 될 듯하다. 신혼 때야 마냥 좋지 않는가. 이유를 찾기도 힘들다. 반면 신혼 때 많이 싸우는 이유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생각컨데 남녀의 결혼 전 기대감과 예상이 엇나가버린 결과가 신혼의 부부싸움에 중요 원인 중 하나인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것(그것은 예측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온다)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신혼이야말로 인지부조화를 수시로 경험하게 된다.


남자는 변한다

대기권 밖 인공위성도 하이재킹해줄 것처럼 구는 남자. 깔끔하고 젠틀할 뿐만 아니라 항상 나만 바라보는 남자. 내 행복을 위해서는 뭐든지 하겠다는 남자. 여자는 이런 남자와 함께 여생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 마음이, 그 태도가 변치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나면 여자는 자신이 모르던 남자의 모습에 놀란다. '아,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정도가 아니라 지금까지 알았던 모습과는 차이가 너무 난다. 헐~ 이건 뭥미? 수준.


양말은 돌돌 말아서 쇼파 아래에 던져 두고, 샤워하고 나면 욕실은 전쟁터로 만들며, 밥상이 나오고 물러날 때까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분리수거 좀 해주면서 가사일 분담하고 있다고 의기양양 하질 않나, 친구들은 왜 그리 자주 만나는지, TV에 여자 아이돌 가수가 나오면 왜 꼭 내 앞에서 이쁘다고 칭찬하는지, PC를 할 때는 왜 방문을 잠그는지, 여기에 갑자기 효자가 된 것은 덤이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나만 바라봐 주던, 나만 사랑한다던 그 남자가 없어진 것이다. 여자가 원했던 남자는 나에게만은 변하지 않는 그 남자였지만 그 남자는 변했다.


여자는 안변한다

투정 부리기 일쑤고, 토라지면 전화도 잘 안받는다. 시부모가 될 분들에게도 아직 어색한 듯 하다. 결혼 전이니 스키도 타러 다니고 해외 여행도 가고 하는 모습이 좋아보인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둘의 삶을 살 때는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나(예비 신랑)에게 기대는게 많지만 막상 살림을 맡겨두면 우리 엄마처럼 척척해내리라, 손맛 좋게 된장찌게도 끓이고 김치도 담그고, 모른다면 열심히 배워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혼 후 남자가 느끼는 것은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여자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 외식에 익숙하던 사람이 갑자기 요리사가 될 리 없고, 아메리카노 마시던 사람이 다방 커피에 꽂힐 리 없다. 스노우보드를 즐기던 사람이면 여전히 겨울 오기를 기다리고, 해외 여행을 좋아하던 사람이면 국내 여행에는 흥미를 못느낀다. 담배 피던 사람은 담배 피고, 술 마시던 사람은 술 마신다. 시부모 될 분에게 정을 못주던 사람은 결혼해서도 정 못준다. 결혼하고 봤더니 우리 시부모님 정말 좋으시네...라고 하는 말은 듣기 어렵다. 결혼하고 겪어보니 우리 시부모니 완전 실망...이런게 대부분이다.


우리 아기의 엄마가 될테고, 때로는 나에게 나의 어머니의 품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여자라고 믿었던 그녀는 여전히 철딱서니 없고, 이해심 부족하고 주부로서의 스킬도 모자라다. 여자는 변하지 않았다.


극단적 기대는 환상과 같다

결혼이라는게 그렇다. 남자에게서 원하지 않았던 모습이 튀어나오는 것은 다반사이며, 애정 표현 같은 것도 예전 같지 않을 것이고, 아내에 대한 관심은 애인에 대한 관심과는 다른 모습, 다른 정도로 표현될 것이다. 여자는 혼인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 결혼 전이나 후나 비슷한 일로 화를 낼 것이고, 눈물을 흘릴 것이고, 머릿속의 환상을 결혼 생활에도 투사하려 할 것이다. 그나마 아내는 아이를 낳고 나면 그에 맞는 태도를 어느정도 갖게 되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결혼 전에 서로에게 너무 기대하지 않는게 답이다. 기대가 커지면 환상이 되버린다. 환상은 깨져버리면 그만이다. 상대에게 기대했던 모습을 볼 수 없을 확률이 제법 크다는 생각으로 결혼생활을 '예상'하는 것이 맘 편하다. 여자는 남자에게서 느끼고 보아야할 새로운 것들이 많을 것이라 예상하고, 남자는 여자가 아직은 변할 때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예상하면 된다. 게다가 기대라는 것은 조금씩 채워간다고 누가 뭐라지 않는다. 시간은 수십년이나 남았으니 천천히 서로를 채워 가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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