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모델은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내 롤모델이에요. 수련의, 간호사 등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들이 많아요. 누구한테나 배울게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죠. 사람은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단점을 보지 않고 장점만 생각한다면 누구나 내 스승이고 롤모델이에요. 학창시절에는 남들에게서 좋은 점만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개인적으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데 그 분은 자신이 후대에 이렇게 유명해질 줄 몰랐을 겁니다. 자기가 맡은 일에 한눈 팔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 이국종 교수(아주대병원 외상의학과)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격을 당한 석해균 선장을 치료했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의 이 말을 들었을 때 - 정확히는 잡지에 난 기사를 '읽었을' 때 - 속이 개운했다. 한참 멘토링 열풍이 불 때, 베스트셀러 몇 권을 쓰거나 사회적 성공을 한 사람들이 순식간에 멘토로 둔갑하는 것을 보면서 서적계의 마케팅도 가지가지다 싶었다. 그리고 그 마케팅에 휩쓸려 순식간에 인생의 멘토를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신기하게 보였다.
멘토링은 1:1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원래 단어의 기원 자체도 그렇지만, 멘토 하나에 수천 수만의 멘티가 나오거나 (이건 인강 강사님이지) 멘티가 일방적으로 멘토를 지정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다. "그 책 읽어 봤어? 그 작가가 내 멘토야" 이런 것은 사실 말이 안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멘토링은 쌍방향이기 때문이다. 멘티 하라고 언제 허락 받은 것도 아니고, 2만원 주고 책 한 권 샀다고, 시간 내서 토크쇼 구경갔다고 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멘토로 정해버리는 것은 멘토링의 원래 의미를 왜곡한다는 얘기다.
물론 멘토링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그것을 활용하고 적용하는 형태가 다를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멘토를 올겨울 유행하는 패딩 점퍼 같은 (나도 하나쯤 갖고 싶은) '소비의 대상'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참 멘토라고 받들다가도 개인적 추문이 나오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더 근사한 사람이 나오면 멘토를 갈아타버리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시장에서나 보는 것이지 멘토와 멘티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마케팅 차원에서 터져나온 개념이다 보니 소비와 생산이라는 태생적 멍에를 진 희한한 멘토링이 창궐한 것이다.
멘토가 없어서 좋은 사람이 못되는 것 아니고 성공 못하는 것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과 태도다. 마음가짐과 태도가 바로 서 있지 않으면 멘토가 아니라 멘토 할아버지라도 아무짝 소용이 없다. 내가 시간과 돈을 들였으니 이 멘토는 당연히 나에게 값어치를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은 비행장)이다. 악세사리 같은 멘토를 만드는 것보다는 좋은 것을 배우려는 마음가짐과 보고 배운 것을 실천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마케팅이 만들어 낸 멘토 따위는 잊어버리고 가까운 곳에서 보고, 배우고, 실천하자. 마음가짐과 태도가 준비되어 있는 사람에게 만들어진 멘토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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