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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민음사, 2001)

김성열 2014. 7. 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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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민음사, 2001)


제레미 리프킨이 말하는 '소유의 종말'은 곧 '공유의 증대'다. 제레미 리프킨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의해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집단과 개인과의 연결성이 극대화 되면서 근대적인 소유 개념을 공유라는 개념이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며, 특히 문화 부분에서 공유의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사회의 성격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 제레미 리프킨은 기본적인 시장의 변화 뿐만 아니라 인간 관계, 문화, 탈근대를 가로지르며 사회적, 경제적, 철학적 고찰을 시도한다. '물리적 상품'의 지위 상실을 천명한 그의 고찰은 공유가 소유를 대체한다는 가정에 대한 개연성과 필연성을 일찌감치 끌어낸다.


"우리는 시간과 정신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가 상품으로 판매되는 지적 자본주의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주고받는 물리적 상품의 제조와 거래(소유)는 특히 지리적 공간에 기반을 둔 시장에서는 여전히 우리 일상 현실의 일부로 존속하겠지만 차츰 경제 활동에서 주변적 지위로 밀려날 것이다."  


책의 절반은 공유의 핵심을 쥐고 있는 문화의 중요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에 있어 문화의 의미에 대한 전방위적 찬미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여전히 공고하고 문화를 상업화 하기 위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염려가 여전했기에 '공유 가능한 문화가 중심이 되는 지적 자본주의'의 필요성를 말한다. 


"경제는 물질적 안녕, 육체적 안락, 특정한 지식, 오락과 유희 같은 가치 있는 것을 제공하며, 이것들은 충만한 삶을 영위하는 데 하나같이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는 문화와 인간성의 기본틀을 세우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와 감정, 다시 말해서 사회적 신뢰와 공감을 만들어낼 능력은 없다."


문화야말로 (소유의 종말을 가져올) 공유를 실현하는데, 문화는 사회적 신뢰와 공감이라는 공동체적 가치에 의해서만 만들 수 있으므로 기존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으로는 올바른 공유의 가치를 형성하는 것은 역부족이다. 따라서 문화와 자본주의가 생태학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우리의 과업이라는 것이 제레미 리프킨의 주장이다.


책의 초반에서는 마치 소유의 종말-공유의 증대가 자연스러운, 피할 수 없는 변화인 듯 이야기 되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그것은 우리가 모색하고 확립해야할 패러다임의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아쉽게도 그렇게 되어야 할 이유는 모호하다. 그저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라는 구체적이지 않은 구절로 갈음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 제레미 리프킨도 자본주의의 견고함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네트워크는 확장되고 있으며 사무실이 사라지고, 브랜드가 마케팅의 최우선이 되며, 문화의 향유가 증가하고, 체인점이 활성화되고, 무형의 지식과 아이디어가 돈이 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그것도 사실은 매우 자본주의적인 현상이지만- 자본주의의 변화가 오고 있다고 예측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으로 파고 들수록 그 근간에 미치는 자본주의의 저력을 눈치챘을 것이다. 제 아무리 공유가 소유를 대체할 새로운 패러다임라고 한들, 자본주의가 돈이 되는 그 무엇을 공유만 하도록 놔둘리는 없다는 사실 말이다. 사람들이 '공유'에 가치를 느끼고 그것이 패러다임이 된다면 그 '공유'에 값을 매기는 것이 자본주의 아닌가.


이렇다보니 '소유의 시대는 가고 공유의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런데 기존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으로는 그것이 온전하고 순수하게 완성될 수 없으므로 그것을 제대로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는 다소 아리송한 얘기가 되고 말았다. 자본주의가 공유의 가치를 혼탁하게 한다는 염려는 곧 공유의 시대에도 소유가 중심인 자본주의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것을 '소유의 종말'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뿐더러 '소유의 종말'이 필연적이고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말할 수도 없다.


제레미 리프킨이 자본주의의 변화에 대한 필연성을 말하려는 것인지, 자본주의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말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책이 나온지 10여년이 지난 지금, 네트워크가 확대되고 공유가 증대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은 그 기세가 여전하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그 네트워크의 확대에 잘 적응해 그 보편성을 더 넓혔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볼 때 제레미 리프킨이 말한 '소유의 종말'은 달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소유의 종말'이 자본주의가 보편적이고 우월한 패러다임으로서의 권위를 잃는 것을 가르킨다면 '소유의 종말'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자본주의는 사라지면 사라졌지 2등 자리에 만족할만큼 너그럽지 않기도 하거니와 자본주의의 신봉자들이 소유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소유의 종말'은 '덜 가진 자들'의 백일몽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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