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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조현수 옮김, 타임기획, 2006)

김성열 2014. 6. 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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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조현수 옮김, 타임기획, 2006)


시민으로서,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나는 자유로운가? 밀의 <자유론>은 나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비록 이 같은 궁금함을 갖게 하려고 밀이 이 책을 쓰진 않았을 터이다. 오히려 <자유론>에는 사회적 자유, 시민적 자유가 침해받는 상황에 대한 염려가 깃들어 있다. 150년이 지난 지금 인간의 자유를 최대한 배려하고 장려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가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는 밀의 시민적, 사회적 자유에 대한 염려를 몸소 실감한다.


<자유론>에서 밀은 '사회가 개인에게 정당하게 행할 수 있는 권력의 본질과 한계'에 대해 논한다. 그의 논점은 시민적/사회적 자유의 보호라는 기본 명제에서 시작해 그 자유를 완성하는 토론의 자유, 인간 개별성에 대한 자유, 개인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권위의 한계, 시민적/사회적 자유의 기본 원리의 적용에 다다른다. 


어떻게 보면 장황할 수도 있는 그의 논점들은 결국 이견, 권력, 권위, 관습, 제도, 불관용 따위가 함부로 한 인간의 자유를 위협해서는 안된다는 지점으로 모인다. 인간의 사회적/시민적 자유를 위협하고 침해하는 것은 결국 '개인들의 정신력을 확장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국가라는 집단의 위대한 일을 행하는 데 있어 그 활력을 앗아가는 비효율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국가의 가치는 결국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가치'라는 밀의 정의는 개인의 행복 추구를 최선으로 삼았던 공리주의적 관념과 맞닿아 있다.


자유의 침해와 겁박에 대한 밀의 염려를 시대적 통찰의 결과로 보긴 힘들다. 그러나 아쉽게도 개인의 자유에 대한 밀의 염려는 그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는 자유민주주의가 득세를 하고 있는 지금도 유효하다.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관습과 제도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귄위와 권력에 반(反)한다는 이유로, 집단의 논리와 이익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개인의 자유가 겁박당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나마 많은 국가들이 그러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려 애쓴다. 하지만 완전에 가깝게 보장된 곳은 어디에도 없다. 개인의 자유 보장을 통념 뿐 아니라 법과 제도로서 보장하는 국가에서도 밀의 염려를 비켜나가지 못한 온건한 압박은 여전히 존재한다. 온건한 압박이란 주류의 이데올로기와 보편성에서 비켜나가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 개인의 충동이나 선호의 달성보다는 상대적인 만족감을 종용하는 것이다.  이는 밀이 <자유론>에서 염려했던 바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나는 무엇을 선호하는가? 또는 나의 성격과 기질에 적합한 것은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 나의 내면에 있는 가장 선하며 가장 고귀한 자질을 공정하게 활동하게 하여, 그것이 성장하고 번성하게 해주는가? ... 대신에 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나의 분수에 적합한 것은 무엇인가? 나와 같은 지위와 재정적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무엇을 하는가? 또는 (그보다 더 나쁜 질문은) 나보다 우월한 지위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하는가?'


권력과 권위, 제도, 관습, 불관용은 '개인적 충동이나 선호가' 부족한 상황을 조장한다. 그것이 완전하게 갖춰진 상황에서는 권력, 권위, 제도, 관습, 불관용이 숨을 이어갈 수 없기에 맹렬하게 개인의 충동과 선호를 짓누르고 획일적으로 만든다. 그런 후 그 획일적인 것 위에 '자유'라는 근사한 포장을 덮는다. 밀의 통찰에 감탄하기에 앞서 그의 염려가 그대로 맞아떨어져 서글프기까지 하다.


밀의 염려대로라면 나는 자유롭지 못하다. 권력의 권위와 물질의 권위가 나에게 무릎꿇기를 강요하며 그것들이 인정하는 것이 곧 자유라는 망상을 끊임없이 주입한다. '다른 모든 개인으로 하여금 모든 면에서 자신이 행동해야 하는 바대로 행동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각 개인이 지니는 절대적인 사회적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헤게모니를 장악한 권위는 나의 사상과 행위가 자신들의 사회적, 시민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길길이 날뛴다. 원치 않게 나는 지금 자유롭지 못하다.


밀이 원했던 철학의 제1원리로서의 공리주의는 그가 말한 시민적, 사회적 자유의 보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의 공리주의가 인본주의적 측면이 강했다면 그의 자유론 역시 인본주의의 선분에 연결된 한 점이자 겹쳐진 선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자유에 대한 그의 염려를 놓고 보면 지금의 자유는 속박과 억압에 더 가깝다. 이러한 판단이 그의 오류나 착오의 결과가 아님에도, 밀의 오래된 염려는 나의 자유롭지 못함을 일깨워 서글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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