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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자본의 감추어진 진실 혹은 거짓 (칼마르크스 지음, 손철성 엮음, 풀빛, 2005)

김성열 2014. 5. 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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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론, 자본의 감추어진 진실 혹은 거짓 (칼마르크스 지음, 손철성 엮음, 풀빛, 2005)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첫단계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단순히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문제를 풀기위한 첫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이 점에서 빛을 발한다. 그가 <자본론>을 쓴 것은 자본주의가 자기 모순에 의해 붕괴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의 예견처럼 자본주의가 붕괴되지는 않았으며 그가 제시한 대안도 명백한 실패로 드러났다. 하지만 그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자본주의가 절정에 이른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시의적절하다.


자본주의가 완벽한 체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이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심화될수록 그 문제점마저 깊어지고 있다. 빈부의 격차, 노동과 인간의 소외, 자본가의 끊임 없는 잉여가치의 추구 따위는 칼 마르크스가 숨쉬던 150년 전보다 심해졌을 뿐 나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더 이상 대안으로서 여겨지지 않는다. <자본론>은 실패한 사상이 되어 자본주의를 더욱 빛나게 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칼 마르크스가 말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해결 방안이 틀렸다고 해서 문제마저 잘못 인식했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자본주의 숭배자들은 칼 마르크스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문제를 애써 외면한다.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과격하고 (칼 마르크스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대안을 통해 모두가 가난해지기 보다는 가진 자의 부가 흘러넘쳐 사회 전반이 좀 더 부유해지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의 지속적인 극대화가 대안이 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칼 마르크스가 지적했듯 너무 많은 부가 생산된 것이 아니라, 소수 자본가에게 독점되는 부가 너무 많이 생산된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주의의 숭배자들은 칼 마르크스의 문제 의식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자본론>의 해설서다. (원본 기준 24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을 잘 정리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이 책은 출판사 풀빛의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 중 한 편이다.) 만약 <자본론>의 해설서라는 타이틀을 감추고 (<자본론>의 내용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 본문을 읽는다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잘 지적한, 물론 자본주의의 자기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지 않겠지만, 통찰력 있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자본론>이 여전히 빛을 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칼 마르크스는 분명 그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는, 그의 사상과 주장이 그저그런 옛 이야기가 되는 세상을 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자본주의의 멸망을 주장했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여전히 숨쉬고 있으며 <자본론> 역시 아직도 사람들 곁에 있다. 결국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자본론> 역시 그 생명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과연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은 사라질 수 있을지, 그 대안을 자본주의 안에서 찾을 지 밖에서 찾을 지, 자본주의의 혜택과 폐해 사이에서의 줄타기는 참 지난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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