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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김성열 2014. 5. 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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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6)


우주에서부터 시작한 인간 본질에 대한 물음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명제는 인간의 오래 묵은 고민이다. 그 고민은 수 천년 동안, 수 많은 사람들에 의해 '철학'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왔다. 인간 본질에 대한 고민은 자연에 대한 이해, 현상에 대한 해석과 예측, 심리에 대한 추론, 정신에 대한 탐구로 이어져 수학, 물리학, 화학, 경제학, 심리학, 정신분석학, 문학, 미학 따위의 수많은 갈래를 만들었다. 그 고민의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인간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지금 인류의 모습을 갖게 한 것은 확실하다.


인간 본질에 대한 고민은 주로 '인간' 그 자체에서 출발한다. 인간 본질에 대한 보편적 정의를 얻기 위해서는 고민하는 주체 자신에 대한 내적 탐구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범위를 개별 인간에 적용하여 보편적인 법칙을 정의한다. '인간은 누구인가'라는 명제는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해 그 범위를 세분화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칼 세이건은 이 고민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고민의 종류는 같지만 그 시작을 인간에 두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 두었다. 끝이 있을지 없을 지도 모를 우주를 배경으로 그 범위를 좁혀와 인간에 다다른다. 너무나도 넓은 우주이기에 그 안에서 인간은 한 줌 먼지조차 되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인간이 별 것 아닌 존재가 되는 낯선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확신이 있었다. "인류라는 존재는 코스모스라는 찬란한 아침 하늘에 떠다니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인류의 미래는 우리가 오늘 코스모스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말이다.


칼 세이건은 "지구와 지구인이 자연에서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통찰"이 인간들로 하여금 동일한 종으로서의 연대감을 지니도록 하는데 기여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통찰의 확장을 통해 인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으며 앞으로 더욱 그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우주로부터 시작해 좁혀 들어온 칼 세이건의 인간에 대한 이해는 인류가 "별의 자녀들"이라는 종으로서의 동질성이다. 그리고 그 동질성을 바탕으로 인류에 대한 사랑과 지구에 대한 충성을 강조한다. 그는 인간 본질에 대한 고민 뿐만 아니라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까지 나름대로의 답을 제시한 것이다.


인간 본질에 대한 물음을 우주로부터 시작한 칼 세이건의 시점을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뒤집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만큼 혁명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저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의 다양성 차원에서 이해하면 그만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류의 영원한 고민의 출발점을 '인간'이 아닌 '우주로부터 기인한 존재'로 삼아보자는 그의 세계관은 또 다른 사유의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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