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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2010)

김성열 2014. 4. 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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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2010)


칼 마르크스<자본론>에서 말했듯이 상품의 가치는 사용 가치에 기반을 둔 교환 가치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상품의 교환가치를 극대화한 경제체제다. 장하준 교수는 자본주의가 교환 중심의 경제 이데올로기로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밀스런 현실을 말한다. 비밀을 지켜려는 이들은 자본주의가 교환을 위한 효율 높은 시스템이라는 겉모습을 강조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그런 범주 안에 묶어 두기위해 배타적인 시각과 편향된 정보만으로 자본주의를 해석하게끔 강요한다. 마치 왜곡과 과장, 선정성으로 점철된 도시괴담처럼 말이다.


선입견과 편향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무엇을 이해하는데 있어 굳이 여러가지의 시각을 골고루 배합해 최대한 객관적일 필요도 없거니와,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더라도 피해보거나 손해볼 일이 없다면 살아가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는 것을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안전한 울타리 밖으로 나갈 필요를 굳이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정보, 필요한 정보를 수요라고 보고 나에게 주어진 정보는 공급이라고 본다면 내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등가교환'을 이룬 셈이니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문제는 그 수요가 순수하게 나로부터 나온 욕구가 아니라 어떤 이들이 강제하고 강요한 수요라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그 수요가 그들이 강제하고 강요한 수요라는 것을 증명하며 수요의 수준을 높이라고 주문한다.


무덥기 짝이 없는 적도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왜 가난할 수 밖에 없는지 말하던 논리를 몇가지 통계만으로 도시괴담 수준으로 만들어버린다. 가난한 사람들 덕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논리는 이민정책의 보수성과 이기심을 가리기 위한 장막에 불과하고, 인터넷이 세탁기보다 나을게 없다고 얘기하며, 두뇌에 기반한 인간의 합리성은 그 한계가 뻔할 뻔자에다가, 자본주의에서 가장 즐겨쓰는 '기회의 균등'이라는 말이 얼마나 불공정한지를 까발린다. 도시괴담을 믿던 사람들이 부끄럽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다.


장하준 교수가 골수 좌파인지, 수정 자본주의론자인지, 좌파에 기반한 신자유주의자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책 한권으로 그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도 없는데다가 그만큼 내가 '전통적 자본주의의 정의'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자본주의의 정의가 얼마나 정치적이었는지, 그 수혜를 주로 누가 만끽하는지 의심을 품게 됨으로써 내 머리속에 있던 '자본주의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또다른 도시괴담을 괴담 차원에서 담론 차원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으로 얻은 큰 수확이다.


인식의 각성이라는 부분에서는 산뜻한, 그러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찜찜함이 뒤섞인 - 한 권의 책으로 두 가지 감흥을! -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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