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함께 있어도 외로운 남편과 아내

김성열 2014. 6. 2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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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남편과 아내들이 '함께 있어도 외롭다'라는 말을 한다. 매일 얼굴을 보고,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같은 이불을 덮고 자고, TV도 같이 보고, 주말이면 가족들이 나들이도 가고 하는데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얘기다. 아내와,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듯한 외로움은 아마 혼자 있어서 느끼는 외로움보다 더 무거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서로의 삶에 위안을 주기로 약속하고 다짐한 부부생활이다. 그런데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이런 외로움 때문에 남편은 일에 매달리고 아내는 자녀들에게 매달리고 집중한다. 카톡 수다에 집중하고, 인터넷 쇼핑에 집중하고, TV에 집중한다. 무언가 집중하지 않으면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무엇인가에 집중해서 외로움을 잠시 잊는 것이다. 이렇게 무언가에 집중하면 그 동안은 외로움을 잠시 달래거나 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외로움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함께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

이 외로움을 벗어나려면 어디서 실마리를 잡아야 할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다'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부부는 서로 상대가 없으면 외롭기 때문에 그 외로움이 싫어서 함께 있기로 약속한 사이다. 하지만 정작 '함께 있는 것'은 외롭지 않기 위한 수단으로 적당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함께 있는 것'은 수단일 뿐만 아니라 목적이기도 했다. 


절절하게 사랑하고 그리워해서 결혼까지 왔다면 결혼이 곧 '함께 있는 것'이고 그것이 목적이었던 시절이 분명이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목적이 달성되면 열의는 식기 마련이다. '함께 있는 것'이 달성되고 나서 그것에 대한 열의가(뿐만 아니라 신비감까지) 서서히 사라지면서 '함께 있는 것'이 그저 물리적인 상태에 지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서로에 대한 열의가 식으면서 연애할 때나 신혼 때처럼 서로에게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함께 있는 것'이 외롭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끝까지 고수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함께 있어도 서로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나에게 집중해주지 않으면 외로울 수 밖에 없다. '왕따', '따돌림'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왕따나 따돌림은 그 대상자에게 아무도 집중하지 않음으로 해서 외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한 사람은 외로울 수 밖에 없으며 남편과 아내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함께'가 아닌 '가까이' 

이처럼 '함께 있는 것'은 외롭지 않을 방법이 아닐 수 있다. 더구나 함께 있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외롭다면 함께 있는 것이 외로움을 달래줄 답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답은 '가까이' 있는 것이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같은 시간, 같은 장소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편과 아내가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 사이에는 시댁도, 처가도, 자녀도, 돈도, 차도, 집도 없어야 한다. 오로지 남편과 아내가 겹쳐진 두 장의 종이처럼 틈 없이 붙어 있어야 한다.


가족 나들이는 대부분 아이들을 위해서 간다. 남편도 아내도 자녀들 이끌고 한바퀴 돌고 오면 피곤할 뿐이다. 물론 평소보다는 서로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순 있지만 여전히 자녀들이 사이에 끼어 있다. 그 자녀들을 빼버려야 더 가까이 갈 수 있음은 당연하다. 자녀를 맡길 곳이 있으면 맡기고 남편과 아내 둘이서만 나들이를 가라. 둘 사이에 아무것도 끼우지 말고 둘의 이야기만 해라.


주말에 자녀들과 외식하지 말고 부부만 나가서 외식해라. 치맥도 좋고 피자도 좋고 순대국도 좋다. 연애할 때는 뭘 먹어도 둘만 있으면 좋지 않았던가? 영화도 둘이서만 보고, 산책로도 둘이서만 걷고, 마트도 둘이서만 가라.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그러겠냐고 하지 말고 둘이서만 놀아라. 둘 사이에 별별 것들을 다 끼워놓고, 그래서 팔다리를 휘저어도 닿지 않을만큼 떨어져 있으면 외로운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아내는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집중

남편과 아내 사이에 있던 것들은 잠시 치워버리고 오로지 둘이 찰싹 붙어서 서로에게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아내 눈가의 잔주름이 보이고 남편 뒷머리의 새치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집중하면 평소에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게 서로에게 집중하면서 오로지 둘의 이야기를 하고, 둘의 생각을 나누고, 둘의 애정을 느껴야 한다.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사람이 그렇게 나에게 집중해준다면, 내가 그 사람에게 집중한다면 외롭다는 말은 나오기 어렵다.


둘이 붙어 있으면 싸워서 안된다 따위의 얘기는 말자. 붙어 있어서 싸움이 난다면 그것은 상대에게 집중안했다는 얘기다. 싸움은 서로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했을 때 생기는 충돌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집중할 때 결코 싸움은 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색해서 생각만큼 서로에게 집중이 안될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가까이 다가가라. 가까이 가야 싸움을 하든 사랑을 하든 이혼을 하든 파혼을 하든 할 것이니 말이다. 


외로움은 함께 있지 않아서, 함께 있지만 그 사람이 나와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허락되는만큼 가까이 다가가라. 그리고 서로에게 집중하라. 그것이 함께 있어서 외롭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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