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이기적인 여자의 대화법, 건조한 남자의 대화법

김성열 2014. 7. 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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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입장에서 당췌 이해가 안되는 것이 여자의 대화방식이고 여자 입장에서 짜증스러운 것이 남자의 대화방식이라는 것은 아마 연애를 한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부부는 오죽하겠냐만...) 그 이유도 어느정도는 밝혀졌다. 대화를 할 때 남자는 거의 좌뇌만 사용하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여자는 우뇌도 상당부분 사용하기 때문에 은유적으로 감상적이라는 것은 이미 흔한 상식이다. 


이기적인 여자, 건조한 남자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대화에서 옳고 그름, 맞고 틀림, Yes와 No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감정의 복잡한 미로를 헤매는 것보다 훨씬 쉽고 간결하다. 그 대신 대화 자체는 무미 건조하고 시큼털털하다. 그런 방식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해봤자 빛 좋은 논쟁 밖에는 안되니 교제를 하고 있는 이성끼리의 대화에서 남자의 대화방식을 따르는 것은 알콩달콩한 사랑의 대화 대신 100분 토론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넘실거리는 감정의 파도를 타고 은유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여자의 대화방식은 아기자기하고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이기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여성의 대화방식을 선택하면 최소한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고 오로지 여성의 비위와 감정에 수렴하느냐 마느냐, 내 편이냐 아니냐가 대화의 주안점이 된다. 이런 비논리적 상황을 남자는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남자가 한창 여성에 대해 '점유권'을 확대하려 들 때는 이러한 여성의 대화방식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목표를 위한 당연한 전략이다. 하지만 '점유권'이 어느정도 안정적으로 확보된 이후에는 예전처럼 여성의 대화방식을 그대로 수긍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여자 입에서 '너 변했어'라는 말이 나온다. 남자가 여자에게 '너 많이 변했어'라는 얘기는 듣는다면 목표했던 '점유권'의 확대 작업은 어느정도 끝났다는 얘기다.)





대화의 헤게모니?

남녀의 대화방식이 이러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이미 확인이 되었다. 문제는 어느 쪽을 따라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두고 남녀의 대결(아닌 대결)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경향을 보면 남자가 여자의 대화방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가 관건인듯 하다. 여자와 대화하는 올바른 방법(?)에 대한 강의가 있는가 하면 개그프로그램에서도 여성의 말을 이해하는 방법을 우스개감으로 쓰는 것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일방적으로 맞춰감으로써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남녀가 서로를 근본이 다른 종으로 인식하고 서로가 그 인식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대결 구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게다가 애인 사이에서, 부부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대화 방식의 중심이 쏠리는, 즉 커뮤니케이션에서 선도적이고 우월한 측이 존재하는 (한쪽이 대화 방식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불균형 상황이 된다. 이런 불균형은 언젠가 관계 파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놓고 얘기해서, 한쪽은 원하지도 않는, 이해도 안되는, 짜증나는 대화방식으로 어떻게 허구한 날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어떤 스타 연애강사는 '여자와 대화하는 법'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여자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진짜?' '정말이야?' '웬일이야!' '헐!'이라는 네 가지 말만 쓰면 된다고 했다는데, 그것은 아무리 좋게 봐도 추임새일 뿐이지 대화가 아니다. 뒤집어 얘기하자면 남자와 대화하기 위해서 '그 말이 맞네', '그말은 틀렸네', '응', '아니'라는 말만 쓰면 된다고 하면 그것을 '대화'로 받아들일 여자는 없을 것이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대화는 서로가 평등한 위치에서, 서로의 평등을 보장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불평등한 관계에서는 상대에게 맞춰가는 것이 목적이 될 수 밖에 없기에 순수한 의미에서의 대화가 되질 않는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학교에서는 선배와, 집에서 부모님과의 불평등한 대화에 시달리면서 굳이 사랑하는 사이에서마저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쥔 대화 아닌 대화를 해야하는가?


남녀의 대화방식에 벽이 있다면 서로 그 벽을 등지고 상대가 넘어오길 마냥 기다릴 일이 아니다. 그 벽이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근본적인 것이라면 서로가 그 벽 위에 올라 앉아야 한다. 여자는 자신의 감정에만 맞춰달라는 어린아이 같은 이기심을 내려놓고, 남자는 옳고 그름만 따져드는 학자 같은 무미건조함을 던져버리고, 그렇게 마주보며 상대의 대화방식마저도 받아들이고 존중할 때 비로소 '사랑의 대화'는 완성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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