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새로운 사람과는 새로운 사랑을 해야 한다

김성열 2014. 5. 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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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하고만 연애하는 일은 참 드물다. 사귀다 보면 서로 성격이 잘 안맞을 수도 있고, 원하는 스타일이 아닐 수도 있고, 생각보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사귀는 도중에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고...) 끈적했던 인연의 끈을 놓는 것은 아쉽기 그지 없는 일이고 때로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가슴앓이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또다른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고 행복해 한다.


누군가를 연인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것은 그 횟수가 아무리 많아도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 부부라면 모를까, 연인 사이라는 것이 법으로 정해진 의무와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절대적인 윤리가 적용되는 일도 아니다. 연애란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본능의 발현이기도 하거니와 마음에 맞는 짝을 찾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횟수로 연애의 가치를 논할 수는 없다. '모태 솔로'라는 말이 횡횡하는 세상에서 연인이라는 인연을 잘 만들어 내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요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가는 사람 잡지 말고

다만, 그 재주와 능력을 발휘할 때 염두해야 할 것이 있다. 다름 아니라 새로운 연애에 대해서는 새로운 마음가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이전 연애할 때의 관념(사람에 대한, 사랑에 대한, 인연에 대한...)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 그것은 새로운 연애가 아니라 이전 연애의 '시즌 2'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연애에 대한, 이미 떠나간 연인에 대한 아쉬움과 고정된 관념은 환상에 가까운 연애의 상과 연인의 상을 만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든 환상이 그렇듯이 현실의 연애와 현실의 연인으로는 그 환상을 만족시킬 수 없다.


심리학자이며 인지발달이론가인 장 피아제(Jean Piaget)는 인간이 환경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동화와 조절의 연속'이라고 했다. '동화'는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키마(사물을 인식하는 단위)에 맞춰 외부로부터 들어온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다. '조절'은 기존의 스키마로 새로운 정보를 소화하지 못할 때 스키마를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연인, 새로운 사랑은 외부로부터 들어온 새로운 정보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랑, 연인, 연애에 대한 관념은 스키마이며 그 스키마로 새로운 연인, 새로운 사랑을 이해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된다면 이 동화의 과정은 필연적이다. 여기서 제대로 동화가 된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정보는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와 유사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기존의 스키마로 '동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기존 인식의 틀을 변화시키는 '조절'이 필요해진다.


오는 사람 처음보듯

새로운 연인, 새로운 연애에 대해 기존 관념을 고수한다는 것은 동화가 되면 다행이고 안되면 그만이라는 일방적인 태도다. 다행히 동화가 되었다면 모르겠지만 '안되면 그만'이라는 태도는 조절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조절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제대로 동화되지 않은 채 연애를 이어갈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연인, 새로운 사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 인연이 오래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새로운 사람과는 새로운 사랑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이 비워낸 마음으로, 태어나서 처음 사랑한다는 마음으로 상대를 대해야 한다. 지금의 사람에게 지나간 사랑의 감정을 투사한다거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완성을 강요하는 것은 상대방을 사랑의 목적 그 자체가 아닌 사랑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행위이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사랑해도 된다. 다만 사랑할 때마다 새로운 사랑이어야 한다. 사랑은 그렇게 해야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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