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당신 주위에 '괜찮은 사람'이 없는 이유

김성열 2014. 3. 2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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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솔로인 사람은 결혼 적령기가 되면 슬슬 조바심이 나게 마련이다. 주변의 이성에게도 신경이 더 쓰이고 내가 원하는 이성에 대한 조건 같은 것도 따져보곤 하게 된다. 보통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결혼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버리지 않은 이상, 혹은 남들만큼 결혼에 대한 욕망이 있다면 그 속은 아무렇지 않은게 아니다. 그런 솔로들은 욕심도 별로 크지 않다. 원하는 이성의 부류는 그저 '괜찮은 사람' 정도다. 스타일이나 타입을 따지는 것은 여유가 있던 어린 시절에 하던 일이라고 (어른스럽게) 생각하며 '괜찮은 사람' 정도로 원하는 이성을 정의한다.


문제는 주위에 괜찮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연애 이야기, 결혼 이야기를 들어보면 괜찮은 사람이 그렇게 없진 않은 듯 한데 유독 나의 주위에만 괜찮은 사람이 드물다. 좀 괜찮다 싶으면 품절남, 품절녀인 경우는 이제 식상할 정도고 지인의 소개를 받아 활동지(서식지...)에서 멀린 떨어진 곳으로 원정까지 가봐야 거기가 거기다. 


이쯤되면 괜찮은 사람은 다 숨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당신을 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 인내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겨서 '결혼 언제 할거야?'라는 질문을 예사로 받게 된다. 야속한 운명이 박복한 팔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지면서 더이상 감흥이 없어지는 순간, '시절을 놓쳤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괜찮은 사람이 없는 것을 난들 어찌하냐면서 항변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서 바뀌는 것은 없다. 차라리 내 주위에 왜 괜찮은 사람이 없는지 일찌감치 깨닫고 그에 맞게 전략(?)을 짜거나 생각을 고치는 편이 낫다. 그런 취지에서 당신 주위에 왜 괜찮은 사람이 없는지 그 이유를 우리 함께 살펴보자.


당신 눈에 괜찮으면 다른 사람 눈에도 괜찮다

세상은 복잡하고 수많은 취향과 기호의 사람들이 산다. 하지만 그런 복잡함 속에도 보편성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당신이 오매불망 찾아 헤매는 '괜찮은 사람'도 그 보편성을 기준으로 삼은 말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이라는 것은 별로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당신이 보기에 괜찮은 사람이면 남들 보기에도 괜찮은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런 괜찮은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이미 결혼을 했거나 연인이 있는 경우가 태반인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야속한 운명의 장난 따위는 더더욱 아니다. 좋은 사람도 좋은 물건도 가만히 앉아 있으면 부지런한 사람이 낚아채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당신이 생각하는 괜찮은 사람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 배나오지 않은 체형에 180 정도의 키에(175 이하는 좀...내가 작은 편이라), 장남 아니었으면 좋겠고, 공사나 대기업이면 좋겠지만 탄탄한(코스닥 상장한) 중견기업 정도에 근무하면 괜찮고, 불편하지 않게 중형차 정도 몰고 다녔으면 하고, 결혼할 때 서울에 25평 정도 되는 아파트 한 채 정도는 해올 수 있으며, 1, 2년에 한번쯤은 해외여행 가는 여유 정도로 벌었으면 하고, 그리고 나만 바라봐 주고 나만 사랑해주는 남자면 뭐...


나이는 20대 중후반 정도, 키는 163만 넘으면 되고, 연예인급 외모까지는 필요 없고 그냥 화장 지워도 이쁘다는 소리 듣는 정도, 너무 마르지 뚱뚱하지도 않은 건강한 몸매에 긴 생머리, 커리어 관리 잘 해서 내가 힘들 때 나서서 지원해줄 수 있고, 좋은 엄마, 어른 공경할 줄 아는 며느리 소리 들을 준비 되어 있는 여자 정도면 오케이.


(사람을 스펙으로 따져서야 되겠냐만) 이 정도 스펙이면 참 괜찮은 사람이다. 그런데 과연 이런 사람들이 발에 채이도록 많을까? 당신이 생각하는 '괜찮은 사람'의 수준이 너무 높을 수도 있다. 결혼은 현실인데 이 정도 스펙은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을 할 수도 있다. 주변을 둘러보자. 옆 자리에 앉은 유부남 과장님의 총각시절 스펙은 어땠을까? 앞자리에 앉은 사무실 '왕언니'는 결혼 전에 몸매가 어땠을까? 당신의 기준대로라면 그 둘은 결혼을 하기가 아주 힘든 사람이며 결혼을 했어도 찌질하게 살아야 한다. 과연 당신이 보기에 그들이 사는게 찌질한가? 그들이 바로 (당신과 같은) 보통 사람들이다.



괜찮은 사람은 괜찮은 사람과 어울린다

위의 얘기를 이어나가자. 옆자리의 과장님이, 앞자리의 사무실 왕언니의 결혼 생활이 찌질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그것이 당신의 미래의 모습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 말이다. 위의 스펙 정도의 사람과 함께 하려면 그 사람들이 있는 곳에 당신이 가 있는게 좋다. 스펙 좋은 저 괜찮은 사람이 당신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은 1. 당신의 스펙이 더 좋거나 2. 당신과 비슷한 스펙이거나 3. 누가 시켰을 때 뿐이다.


판검사 주변의 지인으로 누가 많을까? 당연히 판검사가 많다. 연예인 주변의 지인은 어떤 이들이 많을까? 당연히 연예인이 많을 것이다. 괜찮은 그 사람의 주변의 지인으로 누가 많을까? 일반인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마 당신보다는 더 스펙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스펙 좋은 그 사람 옆에는 그 정도 스펙 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고 그 괜찮은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들끼리 어울린다. 당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한번 돌아보라.


괜찮을 사람을 선택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위의 스펙 얘기는 다소 단적인 면이 있으니 이제 접어두고 그냥 사람 이야기로 하자. 괜찮은 사람을 선택하려면 그만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도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괜찮은 사람을 택하고 싶다면 그 괜찮은 사람 눈에 당신도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 


남녀 간의 선택을 내가 중심인 일방적 선택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내가 선택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선택할 권리와 지분이 있다. 그 사람 역시 괜찮은 사람을 바라고 있을 확률은 높다. 당신이 괜찮은 사람을 선택했을 때 그것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당신 역시 상대가 원하는 괜찮은 사람이어야 한다. 당신은 그저 그런 인물이면서 괜찮은 사람을 일방적으로 택하겠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발상이다. 의사를 선택하려면 최소한 환자라도 되어야 한다. 그게 예의다.



괜찮은 사람을 봐도 모르는 나쁜 눈

평소에는 별 시원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괜찮은 사람이었던 (더럽게 속쓰린) 경우도 있다. 이 말은 당신의 눈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바라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냥 바라고만 앉아 있는, 심한 경우에는 제발로 찾아오길 바라고만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막상 눈 앞에 그것이 지나가도 모르고 대충 감으로, 촉으로 '저 사람은 아니야', '느낌이 없어' 하고 싶게 단정지어 버린다. 


괜찮은 사람을 찾으려면 사람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겉만 뻔지르르 하고 인물 좋다고 다 괜찮은 것 아니다. 그 사람이 몰고 다니는 외제차는 할부 수십개월에 20%짜리 캐피털 이자를 물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며 그녀의 멋진 몸매와 화사한 얼굴은 보정 속옷과 고급화장품과 의느님의 콜라볼레이션일지도 모른다.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서 그 진실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 안에 뭐가 들었는지, 그 머릿속에 어떤 이성이 들었고 그 가슴 속에 어떤 꿈이 들었는지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눈이 없으면 괜찮은 사람을 트럭으로 갖다줘도 구분 못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괜찮은 사람'은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어딘가에 그냥 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리고 있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마 탄 왕자님이나 키스로 잠을 깨워야 하는 공주님은 동화 속에나 있지 현실에서는 그냥 꿈일 뿐이다. 당신이 운명적 만남을 기다리고 있을 동안 그 왕자님과 공주님은 다른 이들의 손에 이끌려 가버린다. 그러니 앉아서 느낌이 어쩌네 저쩌네 하면서 시나리오 쓰지 말고 밖으로 나가라. 많이 만나도 보고, 나름대로 사람 보는 감각도 익히고, 또 당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고 해야 그나마 '괜찮은 사람'과 대면할 확률이 높다. 일단 대면이라도 해야 선택을 하든지 받든지 할 거 아닌가.


끝으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고, 아무리 눈 닦고 찾아봐도 '괜찮은 사람'이 없다고 해서 실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괜찮은 사람 아니어도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자기 처지는 생각 않고 엄친딸, 엄친아 스펙 갖다 붙여놓고서 '괜찮은 사람' 운운하는 것보다 그저 사람을 사랑할 마음 있는 사람이 더 '괜찮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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