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선물의 가격과 사랑의 깊이는 비례할까

김성열 2014. 3. 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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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 중에 어떤 게시판에서 동영상 하나를 보았다. 누군가가 창밖에서 티격태격하고 있는 커플을 찍어서 올린 것인데 내용인즉 남자가 선물한 가방이 여자가 생각하던 것보다 너무 저렴한 것이었는지(원하는 수준의 명품 가방이 아니었을 확률이 높다) 여자가 남자에게 화를 내고 있는 장면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커플의 싸움을 보고 있는 것이 떨떠름 하기도 했지만 다툼의 내용도 너무 속쓰렸다. 여자가 선물 받은 가방으로 남자를 후려치는 것도 보기 싫었지만 특히 여자가 뱉어내는 말들에 서글펐다.


"이게 뭐야? 내가 이딴 싸구려 사달라고 했어?"

"친구들한테 선물 받는다고 자랑했는데 이게 뭐야?"

"내가 너한테 이거 밖에 안돼?"


내가 너한테 이거 밖에 안돼?

화면 속의 여자는 선물의 가격과 사랑의 가치가 비례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물의 가격이 선물하는 사람의 마음의 크기만큼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은 건조한 관계일 경우에나 해당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최대한까지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주 값비싼 선물을 해주지 못하는 것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현실적인 경제력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 이해는 없이 그저 내가 원하는 수준의 선물을 못받았다고 화를 내고 있는 여자에게서 사랑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랑 따윈 관심 없고 비싼 선물을 받는 것이 사귐의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그 정도 선물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했으면 된다. 물론 그런 차원에서는 경제력이 좋은 사람을 사귀는 것도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 원하는만큼의 값진 선물을 받지 못했다면 능력이 모자라서 생각만큼의 경제력을 갖지 못한 사람을 만났거나 상대방에게 나의 가치와 내가 원하는 선물의 가치가 동일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실패한 것이다. 어쨌든 두가지 모두 그 사람을 선택한 사람의 무능력 탓이지 선물을 주는 사람의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무능력으로 인한 선물 획득의 실패를 상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적나라한 속물적 욕망

"내가 너한테 이거 밖에 안돼?"는 사랑의 깊이에 대한 물음과 확인이 아니다. '많이 사랑하지 않아서'라고 포장한 "너 경제력이 이것 밖에 안돼?"라는 조소와 비난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이것 밖에' 안되는 것은 화낼 일이 아니라 슬퍼할 일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만큼, 내가 원하는 만큼 상대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때 슬픈게 정상이다. 그러니 "내가 너한테 이거 밖에 안돼?"라며 화내는 것은 내가 원하는 사랑을 얻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물건을 얻지 못해서일 뿐이다.


서글픈 것은 폭력을 휘두른다거나 고함을 치며 화를 내고 있는 모습 때문이 아니다. 남녀가 사귐에 있어 마음보다 물건이 기준이 되어 있는, 그렇게 사랑마저도 값과 등급이 매겨지는 모습이 너무 적나라해서 서글펐다. "사랑하면 상대방이 원하는 것 정도는 해줘야 하는 거 아냐?"라는 되지도 않는 소리는 안했으면 좋겠다. 사랑은 주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지 악을 쓰며 내가 원하는 것을 받아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나에게 주는 선물 중에 가치가 없는 것은 하나도 없는 법이다.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참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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